'영국은 인문학적 자연이, 스위스는 생태학적인 자연이 좋아요'

김천식 박사 ‘마음에 담은 유럽의 자연, 역사, 사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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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영국은 인문학적 자연이, 스위스는 생태학적인 자연이 좋아요"

김천식 문학박사가 해외 순례 기록을 담은 '마음에 담은 유럽의 자연·역사·사람(펴낸 곳 트윈벨미디어, 값 25,000원)'을 펴냈다.

지은이는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카투사 군 복무를 마친 후 전주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전주 예수병원에서 홍보실장으로 30년간 근무하며 주간에는 병원 일을, 야간에는 대학을 다니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년퇴임 후에는 전주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예수병원 설립자 마티 잉골드의 선교활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 전주대와 한일장신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도전’과 ‘여행’이다. 평생 차 없이 지내며 배낭여행을 즐겨온 그는 58세에 아들과 함께 자전거로 산티아고 길 800km를 완주했고, 60세에는 아내와 함께 전주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통하는 길을 걸었다. 이어 67세에 다시 산티아고를 걸었으며, 75세에는 47일간의 유럽 순례를 성공적으로 다녀오는 등 끊임없는 순례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도 기독교 계간지에 ‘스무 번째 해외 순례’를 연재 중인 현역 저술가다.

이번 저술은 1994~2023년까지 14회의 유럽 여행을 가진 후 느끼고온 것들을 책으로 보존했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현실화 한 증표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어린 시절 시골 교회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을 누비며 키워온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서 출발한다. 중학생 시절 접한 영국 관조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詩)에 매료되어 영국 호수지역을 직접 찾았던 첫 여정을 시작으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그리고 유럽 대륙의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산티아고 길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순례의 기록을 담았다.

책 속에는 런던을 거쳐 기차와 버스로 도달한 영국 호수지역의 아름다운 풍광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자연을 보존하려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뜻한 시선으로 녹아있다.

지은이는 단순히 외형만 보는 여행을 넘어 ‘자연과의 만남, 역사와의 만남, 그리고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인문학적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직접 촬영한 생생한 사진과 글, 그림이 어우러져 한 편의 종합 예술과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지은이는 “나의 사진, 글, 그림이 화려한 여행담으로 흐르거나 처절한 고생담이 되지 않고, 여행 중에 느낀 자연에 대한 적절한 공감을 바라면서 오직 신에게 영광(Glory to The Lord)을 돌린다”면서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과 함께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황혼의 나이에도 항공권과 유레일 패스, 지도 한 장만 들고 현장으로 떠나는 지은이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도전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연이 주는 진정한 위로와 힐링,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을 선물한다.

유럽의 거대한 대성당이나 화려한 야경보단 작가를 오랫동안 붙잡아둔 것은 그 땅이 품고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깊이 새겨진 유럽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유럽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시간의 단층을 더듬고,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온기를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여전히 마음 한편에 선명히 남아 있는 그곳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의 풍경을 꺼내어 보았다.

스위스 인터라켄의 작은 마을에서 맞이한 아침을 기억한다. 도시의 소음 대신 귀를 깨운 것은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맑은 물소리와 고요한 바람의 숨소리였다.

거대한 알프스의 봉우리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시야를 가득 채웠고, 그 압도적인 초록과 백색의 대비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대자연의 엄숙함. 하지만 그 자연은 차갑지 않았다. 외려 수많은 계절을 묵묵히 버텨낸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했다.

해질 무렵, 융프라우의 만년설이 붉게 물드는 오렌지빛 알프스글로우(Alpenglow)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이곳의 자연은 인간에게 정복당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인간의 역사와 삶을 품어주는 거대한 무대라는 것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로마노를 걸을 때,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조차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2천 년 전 누군가가 샌들을 신고 걸었을 그 길 위에서, 나는 시간의 중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퇴색한 대리석 기둥과 무너진 아치들은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웅변하기보단, 모든 성(盛)함에는 반드시 쇠함이 있다는 삶의 순리를 고요히 전하고 있었다.

유럽의 역사는 박물관 유리창 너머에 박제되어 있지 않았다. 피렌체의 좁은 골목길, 파리의 빛바랜 광장, 수백 년 된 노천카페의 삐걱거리는 의자 위에서 역사는 매일 새로 쓰이고 있었다. 과거의 유산 위에 현재의 삶을 덧입혀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역사란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디딛고 선 발판임을 비로소 실감했다.

결국,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도우루 강변, 노을을 바라보며 서툴게 지도를 뒤적이던 내게 먼저 다가와 환한 미소로 길을 안내해 주던 동네 노신사가 떠오른다. 거친 손으로 건네받은 포도주 한 잔의 달콤함보단, 그의 눈에 담겨 있던 이방인을 향한 다정한 환대가 더 따뜻했다.

유럽의 골목길을 채우는 사람들에게서는 특유의 여유가 묻어났다.

저녁이면 광장에 모여 앉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이들, 아침마다 갓 구운 빵 향기를 풍기며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제빵사의 얼굴에는 삶을 사랑하는 이들의 단단한 내면이 깃들어 있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넌지시 건네던 "본 조르노(Buongiorno)", "보나페티(Bon appétit)"라는 말 한마디는 차가운 여행자의 마음을 녹이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유럽의 웅장한 자연은 내 오만을 낮추어 주었고, 돌벽마다 스며든 역사는 삶의 깊이를 가르쳐 주었으며, 그 길에서 만난 다정한 사람들은 세상을 향한 신뢰를 선물해 주었다. 지도를 접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작가는 문득 창밖으로 푸른 새벽빛이 밀려올 때면 지은이는 여전히 그 낯설고도 다정했던 유럽의 길 위를 걷고 있다. 마음에 담아온 그 기억의 조각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에게 삶의 가장 아름다운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음을 믿는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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