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삶 & 여유] 우표수집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3.08.25 15:28

지난 70∼80년대 지금의 채팅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던 ‘펜팔’이 있었다. 이름과 나이, 주소 등의 신상명세만을 보고 필이 꽂히는 상대방에게 뜻 모를 편지를 쓰고 답장에 설렜다. 학생잡지나 주간지, 노래책 하다못해 신문상에도 빠짐없이 펜팔코너는 있었다.그리고 펜팔코너에 실린 신상명세 한 귀퉁이 취미란에는 양대산맥이 있었으니 우표수집과 독서가 그것이다. 상대방에게 좋은 느낌을 안겨줄 수 있는 고상한 취미, 그러면서도 뭔가 생각있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우표를 어디에서 파는지조차 잊고 사는 세상이지만 우표수집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안겨줄 수 있는 훌륭한(?) 취미였음에 틀림없다. 수집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 또한 우표다.당시 수집의 학습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우표가 한 나라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의 지표가 된다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떠들썩하지 않았어도 어릴적 우표수집 위해 우체국 앞을 들락거리지 않은 이들이 찾기 힘들다. 그리고 우표수집의 명맥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도내에서는 한국마한우취회(회장 김정수)라는 우취인들의 모임이 있다. 지난 1990년 15명이 모여 만든 마한우취회는 10여년이 지난 현재 2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아흔을 넘긴 고령부터 20대 갓 신세대까지 우표를 통해 하나가 되고 있다.우표와 우표수집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려고 전북체신청에서 학교 등에서 벌이는 우취강의에서 열띤 강의를 하고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의 우취모임과 교류하고 있다. 매년 희귀한 우표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도내 우표전시회도 마한우취회가 주축이 되고 우취용어집을 발간하기도 했다.마한우취회 은종호 간사는 도내 우취인구 확산에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한국우취연합 전북지부 간사와 한국우표역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전북체신청 우취강사로 뛰고 있는 그는 지난해에 우취용어집을 냈다. 올해는 내용을 더욱 꽉 채운 증보판을 발간할 계획이다. 생업을 옆에 두고 벌이는 취미생활이 대충대충 시간 때우기용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취미를 하려면 프로가 먼저 되라”는 게 은 간사의 생각이다. 하는둥 마는둥 하는 건 취미가 아니라는 은 간사는 “취미는 전문이나 본업은 아니지만 재미로 좋아하는 일을 말하지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활동은 아니다”고 말한다.은 간사가 어렸을때 간간이 모으던 우표를 취미로 삼아 우취프로가 된 것은 고등학교때 이종원 스승을 만나면서부터다. 이종원씨는 전 마한우취회 회장을 맡았고 도내 우취문화확산에 주력한 원로 우취인.고등학교때부터 모으기 시작한 우표가 첩으로 몇 권인지 일일이 셀 수도 없고 책장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친다. 매월 발행우표와 기념우표, 테마에 맞춰 따로 구입하는 우표까지 구입하는 우표의 종류도 많은 데다 발행우표의 경우 1번 구입할때 6∼7만원대의 비용이 든다. 190원짜리 보통우표로 얼추 계산해도 한번 구입이 370장에 달한다.우표를 수집하는 게 어떤 즐거움인지 모르는 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그 돈에 그 정성을 들여 책장 한 곳을 채우는데 불과한 우표를 수집한다니.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우표수집의 재미와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매력까지.은종호 간사는 “어떤 즐거움이나 매력을 꼽으라면 이제는 그냥 생활이라고 말하겠어요.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밥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듯 살아 숨쉬는 일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됐죠”라고 말했다.우표수집을 위한 첫발은 어려운 도전보다는 한걸음씩 내딛는 시작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테마를 정해서 수집하는 일이나 전통우취부분에 도전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때가 되면 우표를 하나씩 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좋고 그렇게 우표가 쌓이다보면 점점 도전의 즐거움이 또 생기죠.”우취수집은 크게 두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통우취와 테마틱우취. 하나의 테마에 맞춰 우표를 수집하는 테마틱우취가 초보자에게 걸맞다. 그 후 다양한 우표 가운데 하나의 특징을 잡아내는 세심함이 필요한 전통우취에 도전하는 게 좋다./이경희기자 b612@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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