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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육방송 국사교육 이렇게 해도 되는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4.08.30 17:55
조선 오백년 역사 속에 가장 이색적인 사람을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정여립, 김시습, 허균일 것이다. 그 중 정여립과 허균은 역모를 꾀하다 죽은 사람으로 낙인찍혀 조선 왕조내내 복권되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들인데 그렇다면 정여립은 누구인가? 16세기 중엽에 전라도 전주 남문 밖에서 정여립이라는 한 인물이 태어났고 그 시대에 동서붕당이 일어났다. <연려실기술>에는 “넓게 배우고 들은 것이 많아서 성현의 글을 읽지 않은 것이 없고 이이와 성혼의 문하에 출입하였다”라고 기록된 정여립은 당시 서인의 영수였던 이이와 성혼의 천거로 중앙정계에 진출하였다. 그러나 1584년 이이가 죽자 정여립은 이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이에 이이의 조카였던 이경진과 의주목사 서익이 스승을 배반했다고 정여립을 비난하는 상소를 올렸고 정여립은 벼슬을 사직하고 돌아와 전라도 금구에서 대동계를 조직하였다. 1589년 황해감사 한준이 정여립이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장계를 올렸고 정여립이 의문사(타살 혹은 자살 설) 한 가운데 기축옥사가 시작되었다. 동인의 영수였던 이발과 정언신을 비롯한 동인 측 인사들 1천여 명이 희생당했고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까지 기축옥사에 연루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고 풀려났다. 3년 뒤인 1592년에 미증유의 국난인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며 그 뒤 호남지역 사람들의 정계 진출이 수백 년 동안 금지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다. 그러한 기축옥사를 교육방송 수능 강사인 <전한길> 씨가 정여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강의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정여립이 원래 서인 사람이고 율곡 이이의 제자거든. 하지만 서인을 배신하고 탈당해서 동인으로 갔거든. 거기 가서 아부하고 권력을 누리고 그랬거든... 비겁하잖아... 동인들과 친하고 비겁하고 하니까 선조로 하여금 관직을 박탈당합니다”, “정여립은 탈당해서 비겁하게 하다가 자기 스승을 욕하고 다닙니다”, “쫓겨난 정여립은 고향지역에 가서 대동계라는 쉽게 말하면 깡패무리를 만드는 거야. 자신의 군사세력을 기르고 이걸 전국적으로 확대해서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 정여립 모반사건이야”라고 강의했습니다. 정여립은 “이이의 잘못을 깨달아서 살아 있을 때 절교 하였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선조는 어떤 임금인가? 조선왕조에서 인조와 함께 악독하고 교활하기로 1.2위를 다툴 정도인 선조는 동·서 양쪽을 번갈아 기용하며 취약한 왕권을 지켜냈던 왕이다. 정여립은 천민 노비 할 것 없이 모두가 더불어 사는 대동 세상을 위해 대동계를 조직하여 ”천하는 공물인데 어디 일정한 주인이 있는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갈아 치움도 가능하다“고 하여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보다 50년정도 앞선 최초의 공화주의자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한 정여립을 전한길씨는 '아부하고, 비겁하고, 그래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또한 대동계를 요즘 말로 ‘깡패무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이는 일찍이 그를 두고 “호남에서 학문하는 사람 중에 정여립이 최고”라고 하였고 양명학의 대가 남언경은 “정여립은 학문에 뛰어날 뿐 아니라 그 재주도 다른 사람이 가히 따르지 못할 바이다.” 하였다. 또한 단재 신채호는 <단재전집>에서 “정죽도(여립) 선생은 민중군경(民衆君輕)을 주장하다가 사형을 입으니...” 라고 하였고 “400여년 전에 군신강살설(君臣綱常設)을 타파하려한 동양의 위인”이라고 하며 정여립을 높이 평가 했는데, 신채호가 역사를, 정여립을 잘못 본 것일까? 날이 갈수록 개인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대동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에 정여립의 대동사상과 미완의 혁명을 재평가하고 그래서 모 방송국에서 <역사스페셜>로도 방영하며 새로운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호남지역에선 기축옥사로 인한 피해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한심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교육방송의 고등학교 수능 강의를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이것이야 말로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보다 더한 역사 왜곡이 아닐까? /신정일 (향토문화연구소장)

새전북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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