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 멧돼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5.07.24 10:36

수년전까지만해도 멧돼지를 보기란 쉽지않았다. 산림 황폐화와 마구잡이식 포획으로 그 개체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무주·임실 등 산간지역마다 멧돼지떼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몰해 농작물을 마구파헤쳐 피해가 크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들이 다가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니 가히 멧돼지의 위력을 실감 할 만하다.멧돼지는 본래 칡뿌리나, 고구마, 감자 등을 좋아하는 초식동물이었지만 토끼, 들쥐, 어류, 곤충 등도 가리지않는 잡식성동물이다. 생식 번식기는 12∼1월, 임신기간은 114∼140일로 5월에 7∼8마리에서 많게는 12∼13마리를 낳는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후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돼 있다. 몸길이 1.1∼1.8 m , 어깨높이 55∼110 cm , 몸무게 50∼280kg으로 육중하지만 생김새와 달리 민첩하다. 저돌적(猪突的)이라는 말은 멧돼지처럼 좌우를 살피지않고 막무가내로 돌진함을 말한다. 잡목 등을 헤치고 달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 앞다리 위쪽의 근육은 총알도 쉽게 뚫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다고 한다. 날카로운 송곳니는 질긴 나무 뿌리를 자르거나 싸울 때 큰 무기가 된다. 또 부상을 당하면 성질이 포악해져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그래서 포수꾼 사이에선 "선불맞은 멧돼지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는 속담이 있다. 조선시대말 유명한 최 포수(이름 미상)가 어느날 개마고원 산채에서 잠을 청하고 있을 때였다. 배고픈 젊은 호랑이가 겁없이 멧돼지를 공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섞은 호랑이 같으니라고, 내일 아침엔 횡재를 하겠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닌게 아니라 유혈이 낭자한 현장에는 처참하게 찟겨진 멧돼지가 이미 숨이 끊긴 채 널브러니 누워 있었고, 핏자국을 따라 몇 발을 옮기자 가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은 호랑이도 죽어 있었다.여하튼 다산, 다복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멧돼지가 많아짐으로써 농작물 피해를 걱정하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인간과 동물이 공생할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이 필요한 때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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