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권 선생과 함께하는 한자공부]이하동문(以下同文)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5.10.31 16:06

以: 써 이, 下: 아래 하, 同: 같을 동, 文: 글월 문

상장(賞狀)이나 증서(證書)를 주면서 두 번째 사람부터는 이름만 부르고서 ‘이하동문’이라 하곤 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야 비로소 알았다. ‘이하동문(以下同文)’은 ‘그 아래는 같은 글’이라는 의미의 말인 것을. 상장(賞狀)에 쓰여 있는 내용이 수상자(受賞者)의 이름만 다르고 이름 아래에 있는 글의 내용은 앞에 상장 받은 사람의 상장에 쓰여 있는 내용과 같다는 말이라는 사실을. 시간 절약을 위해 읽는 일을 생략하겠다는 의미의 말이라는 것을.

‘이’는 ‘써 이(以)’라 하였다. ‘이(以)’는 ‘～로써’, ‘～가지고’ 등의 뜻으로 목적 ? 이유 ? 수단 ? 원인 등을 특히 지시하여 말할 때 쓴다. 소이(所以)에서의 ‘이(以)’는 ‘까닭’이라는 의미이다. 이하(以下), 이상(以上)에서의 ‘이(以)’는 어떤 시점이나 표준에서 출발하여 거기서부터 구분됨을 나타낸다.

문 문(門)을 쓴 ‘동문(同門)’은 같은 학교나 스승 밑에서 배운 사람을 일컫고, 동녘 동(東)을 쓴 ‘동문(東門)’은 동쪽에 있는 문을 가리킨다. 물음과는 딴판인 엉뚱한 대답을 ‘동문서답(東問西答)’이라 하는데 이는 동쪽을 물으니 서쪽을 대답한다는 의미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이하동문(以下同文)’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장을 준 사람이 직접 읽지 않고 사회자로 하여금 읽게 하는 이유는 이해되지 않는다. 권위의식에서 나왔다면 문제 아닌가?

/권승호 전주 영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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