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보그지만 괜찮아-Mr. 로빈 꼬시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Mr. 로빈 꼬시기
  • 이형렬기자
  • 승인 2006.12.07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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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별한 흥행대작이 없던 극장가가 이번 주를 계기로 상황이 다소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에 다시 젊은 관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선봉을 복수 3부작 시리즈를 끝내고 새롭게 돌아온 박찬욱 감독 작품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환상커플 아이콘이 뭉친 ‘Mr. 로빈 꼬시기’가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영화의 주인공은 정신병원에 들어와 생활하는 두 사람이다. 이들은 알 수 없는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가진 남녀다. 당연히 영화의 주요 배경 역시 정신병원이다.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알아가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이들이 정신 착란적인 자기만의 우주에서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면서 소통을 하고 나오는지를 잡아내려 하고 있다. 일단 상황설정 자체가 특이하고, 주인공들의 역할이나 이야기 전개과정도 이색적이다.

일단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잡아끌 수 있는 요소를 갖추었다. 그리고 여기에 또하나의 큰 무기가 바로 이 작품을 연출한 사람이다.

‘친절한 금자씨’로 5년간에 걸친 복수 3부작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은 대한민국 대표 감독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정신병원에서 펼치는 범상치 않는 두 남녀의 신세기 사랑법이 박찬욱 감독 첫번째 12세 관람가 영화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느 날, 자기가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 ‘차영군(임수정 분)’이 신세계 정신병원으로 들어온다.

개성 강한(?)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지만, 여기서도 영군은 유독 눈에 띄는 아이다. 자신이 인간이 아닌 온갖 사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밥이 아닌 건전지의 에너지를 먹으며 삶을 연명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사이보그라고 생각한다. 형광등이나 자판기 등에 말을 거는 영군을 사람들은 좀체로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평소 남의 특징을 관찰한 후 훔치기를 잘 하는 남자 ‘일순(정지훈 분)’이 있다. 일순은 영군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일순은 언제 자기의 존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면쓰기를 즐겨하며, 한편으론 물질이든 정신이든 남의 것 무엇이라도 훔쳐낼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일순이 영군에게 한걸음씩 다가갈수록, 둘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친해진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조금씩 사랑에 빠져든다.

밥을 계속 거부해 위험한 상태에까지 이르는 영군을 보호하려는 일순은 그녀가 싸이보그라고 착각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영화는 정상인들이 보면 망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분열증적이며 독자적인 세계를 지닌 두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하고 현실적인 세계를 그려낸다.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또 다른 면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정신분열증과 로맨스가 만나게 된 것이라고 작품 출발의 배경을 전달하고 있다. 박찬욱 영화의 호기심과 욕망이 새로운 방향으로 기수를 틀었다는 점을 이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영화에서 신세계 정신병원은 하나의 세계, 일종의 커다란 유치원이다. 환자들의 망상 하나하나는 독자적인 우주다. 그 우주들이 온통 뒤죽박죽 섞이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이 우주안에서 어른놀이를 통해 나타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예행연습이 소통을 추구하는 하나의 설정으로 자리하고 있는 점이 진지하게 읽혀진다.

어뜻 제목만 들어서는 SF장르로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는 박찬욱 표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경쾌하고 밝다. 배경 세트도 아주 화사하다. 신세계 정신병원을 새롭게 그려내려는 시도가 투영된 부분이다.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송강호나, 최민식, 이영애를 접고 정지훈(비)과 임수정을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러닝타임 105분, 드라마·멜로·로맨스, 7일 개봉.)

△Mr. 로빈 꼬시기

외국계 M&A회사에 근무하는 33살의 민준(엄정화 분)은 늘 앞서가는 패션과 쿨한 성격으로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한 매력녀로 통한다.

그런 그녀가 남자친구와의 멋진 휴가를 기대하며 도착한 홍콩에서 처절히 바람을 맞고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밀고 당기는 연애 타이밍을 전혀 못맞추는 연애성공률 ‘제로’에 가까운 안타까운 기록보유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실연의 여운도 잠시, 다시 서울로 돌아와 출근하던 날 아침 어이없는 교통사고를 내고 화들짝 당황한다. 상대는 바로 럭셔리 슈트 차림의 로빈 헤이든(다니엘 헤니 분).

민준은 차 수리비를 요구하는 그에게서 도망가려고 갖은 잔꾀를 부리나 그녀보다 한 수 위인 로빈은 핸드폰 카메라로 증거확보를 하고는 유유히 사라져버린다. 뭔가 찜찜하고 억울한 생각이 드는 민준 앞에 다시 나타난 이 퍼펙트 가이.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는 바로 그녀 회사에 새로 부임한 CEO이다.

그래, 외국인이면 어떠랴? 하버드대 로스쿨에 MBA출신, 5개 국어에 능통한 수재의 M&A전문가, 게다가 조각 같은 8등신 몸매에 영화배우 뺨치는 수려한 외모까지 환상적이다.

그는 곧바로 회사 여직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사실 민준 역시 예외가 아니었으나 첫만남부터 그와는 계속 꼬이기 시작한다. 그를 피하려 하지만 새 프로젝트의 어시스턴트로 기용되면서 오히려 사사건건 태클이 걸리고 마는 신세가 된다. 잘난 그 남자, 그녀의 어설픈 연애테크닉을 비웃으면서 던진 한마디가 “어디 나부터 한번 꼬셔보시지?”이다.

서른살을 넘겨가며 지금까지 잘 유지해온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민준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감행하기에 이른다. 다니엘 헤니와 엄정화가 직장인 연애의 로망을 실현한다는 주제의 작품. 이 영화는 한마디로 30대 직장여성을 주인공으로 세련된 로맨틱 코미디를 지향한다.

청춘남녀라면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싶어 한다.

길 가다 아무나 잡고 연애를 할 수는 없지만 멋진 상대와의 우연한 첫 만남에서 로맨스가 피어나길 바라는 심정은 매한가지라는 매력적인 상황설정이 이런 환상을 더욱 부추긴다. 지난해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다니엘 헤니와 ‘싱글즈’와 ‘홍반장’등에서 생기 넘치는 도시 여성을 연기했던 엄정화가 주인공 커플을 이뤘다.

영화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로맨스가 외국이나 보다 큰 스케일 모드의 로맨스보다 훨씬 더 친근할 수 있다는 설정을 안고 출발했다. 도심속에서 이뤄지는 반짝 반짝 빛나는 로맨틱 코미디에 잘 접근했는지의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러닝타임 107분, 멜로·애정·코미디, 7일 개봉.)

 
/이형렬기자 hrlee@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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