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란 재료에 사랑을 듬뿍 담아주는 포장마차
정성이란 재료에 사랑을 듬뿍 담아주는 포장마차
  • 김성아 기자
  • 승인 2006.12.21 15: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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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퇴근길. 문득 길가 포장마차의 투명 비닐문에 뿌옇게 서린 김에 눈길이 멎는다. 주황색 포장마차의 영롱한 불빛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의 뜨끈한 우동, 코끝을 자극하는 자장면 냄새가 발걸음마저 유혹한다.

코끝이 시릴 정도로 추운 밤 9시, 중화산동 새전주병원 옆 ‘박서방 짜장-우동 전문 포장마차’ 박영국(54), 김혜순(52)부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문을 열자마자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10년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잡아 온 이곳은 전주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소문난 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좋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왔으면 하는 욕심 같은 건 부리지 않는 답니다. 그저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만족할 뿐이죠.”

IMF, 대한민국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러했듯 프레스 기술자였던 박씨 역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막막한 생활 속에 친구의 권유로 이 장사를 시작한 박씨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 준비한 재료를 버릴 때도 있었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9시에 문을 열지만 이 자리에 누군가 차를 받쳐 놓으면 그 차가 빠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문을 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자리에 맞게 모든 게 갖춰졌기 때문에 다른 자리에서는 할 수가 없단다. 가끔은 문을 열지 못해 준비한 재료를 모두 버릴 때도 있다고. 하지만 박씨는 이럴 때보다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는 손님들을 상대할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가끔은 자식 같은 사람들이 욕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요. 그냥 참아야지.” 그래도 맛있게 먹고 잘 먹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속상한 마음도 사라진다고. 박씨는 깨끗이 비워진 그릇을 볼 때 가장 흐뭇하단다.

재료 하나하나 손수 고르고, 손으로 직접 반죽해 주문과 동시에 뽑아내는 면발이 강산이 변하는 10년 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다.

이 집만의 특별한 비법을 조심스레 물었다. 음식의 비법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과 달리 박씨는 “우리집은 별거 안 넣어요. 다른 집과 다른 게 있다면 자장면에 감자를 넣어요.

또 화학조미료는 대부분 안 쓰고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춘장을 볶을 때 타지 않도록 신경 쓴다는 거. 거봐요. 별거 없죠”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김씨가 “애 아빠가 춘장을 볶을 때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기도를 해요. 이 음식을 먹는 손님들이 건강하게 해달라고요. 그게 우리 집의 진짜 숨겨진 비법이죠” 라고 살짝 귀띔했다.

자장면 하나에 담긴 부부의 마음이다. 부부의 따뜻한 마음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만 전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부부는 10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자장면 봉사활동을 다녔다. 부부는 외식이 쉽지 않은 장애아들을 찾아다니면서 월에 3~4번 자장면을 만들어 준다.

“아이들이 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우리 올 날만을 기다려요. 다른 약속은 몰라도 이 약속만은 꼭 지켜야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박씨는 그게 무슨 자랑할 일이냐고 쑥스러워했다.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온 ‘박서방 짜장-우동 전문 포장마차’, 부부는 체력이 되는 한 계속 불빛을 밝힐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취재후기

유난히 쫄깃쫄깃한 면은 박씨가 손수 반죽해 하루정도 숙성시킨다. 그래야 제일 맛있는 면이 된단다. 다른 집과 달리 화력이 센 불을 사용해 1분 안에 면을 삶아 내는 것도 이집의 쫄깃한 면발의 비밀이다. 이곳은 자장과 우동 모두 같은 면을 사용한다. 더 먹고 싶을 때는 면을 삶기 전에 많이 달라고 해야 한다.

면이 삶아진 다음은 어쩔 수 없다고. 이곳의 곱빼기는 다른 집과는 달리 양이 엄청 많다. 박씨의 후한 인심이 더해진 탓이다.

/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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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맨날배고파~ 2006-12-22 12:13:31
그 근방에 가면 꼭 가서 맛 봐야겠네요... 우동 좋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