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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공부방법 다산 선생에게 배워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고


며칠 전에 함께 공부하는 사람으로부터 정 민 선생님이 지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이라는 책 한권을 소개받았습니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삶의 원칙과 일생, 실사구시 철학에 대한 소개를 해놓은 책입니다. 또한 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유배생활의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 500여권의 책을 저술할 수 있었는지를 탐구한 책입니다.

또한 지은이 스스로가 다산선생님의 흉내를 내다보니 자연히 태어난 책이기도 합니다.
지은이 정민 선생님은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이시며 한시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소개해주는 ‘한시미학산책’,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등의 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민선생님의 여러 책을 읽어보면 정 선생님의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품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요즘 흔히 볼 수는 없는 인문학의 귀한 결과물 중 한권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오롯이

이 책은 우리들에게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깨우치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나이 되도록 공부 방법을 배워본 적은 없는 듯싶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문리가 터지지 않는 한 체계 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리가 없습니다. 그러는 주제에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도 둔하고 아이들도 갑갑할 것입니다. 책을 보면서 눈이 번뜻해졌습니다. 이제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대하는데 있어 조금은 자신감이 생길 듯 싶습니다. 이번 방학 때 이 한권의 책을 본 것만으로도 귀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이 책은 다산 선생님의 학문하는 원칙과 삶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를 오롯이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는 학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귀한 책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다산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어디로 가 있고 이 땅에는 낯선 땅에서 건너온 우리와는 별로 맞지도 않는 교육이론만이 난무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범대학에서 선생님이 되어야 할 사람들에게, 또 학교에서 우리 선조들이 행한 교육철학이나 교육 방법론을 가르치기는커녕 선조들의 행함을 낡은 구시대의 유물로, 청산대상으로 삼은 지 오래입니다. 다산 선생님이 살았던 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가 별로 나아진 것은 없는 듯싶습니다.

대학논문 자성할 때 큰힘

셋째로 이 책은 대학논문을 작성할 때, 어떤 순서로 자료를 모아 분류하고 종합 분석하여 글을 써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실용서이기도 합니다. 대학생이 되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고 대학논문을 작성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책으로 생각됩니다. 딸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몇 번을 읽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는 좋은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중에 몇 장면은 좀 더 쉬운 말로 바꾸어 우리 반 아이들한테 꼭 들려주고 싶기만 합니다. 이런 내용 중에 다산선생님이 가장 아꼈던 제자 황상을 만나는 장면은 제 가슴에 깊이깊이 와 닿았습니다. 정민 선생님은 이 책에서 ‘황상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이 남아있다’라고 하시었으니 언젠가 황상이라는 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부끄럽게도 교사생활을 하면서 부족하고 용기 없는 제자에게 다산 선생님처럼 자상하고 확실한 길잡이가 되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교사로서 진심으로 다산선생님을 본받고 싶습니다.

다산선생님과 제자 황상이 만나는 장면을 지은이는 다산 선생님의 한문 글을 번역하여 소개해 주셨는데, 이 글을 다시 우리 반 학생들 수준에 맞게 더 쉽게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내용은 같은데 단어 몇 개 바꾼다고 글의 품격이 심히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다산선생님이 손수 지으시고 정민선생님이 한글로 옮겨 놓은 글을 쉽게 다시 옮겨봅니다.

다산 선생님이 강진으로 유배 갔을 때 입니다. 마땅히 거처할 집도 없던 선생님은 동네 주막집 골방에 머물며 고을 아전의 자녀들을 몇 명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 배우는 아이들 중에 황상이라는 열다섯 살 난 소년이 있었습니다. 황상은 수줍음이 많고 남 앞에 나서기도 좋아하지 않아 항상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다산 선생님은 소년의 총명함을 단박에 알아보셨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황상에게 문사(文史)-오늘날로 인문학, 문학-를 공부하라고 권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황상은 쭈뼛쭈뼛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선생님 저는 우둔하고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하기 그지없는 사람입니다. 감히 제가 문사(文史)를 공부하다니요.” 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다산선생님은 “상아. 배우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 세 가지나 있는데 너는 그렇지 않더구나.”라고 말씀하시며 황상에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다산 선생님은 이어서 “대개 외우기를 빨리 하는 사람은 소홀히 하기가 쉬어 제 재주만 믿고 겉 넘기가 일쑤이고 글을 좀 잘 쓴다는 사람은 그 글의 깊이가 얕아 수박 겉핥기가 되기 쉽단다. 또 빨리 알아듣는 사람도 그 깨달음의 정도가 깊고 자세하지 못해 거칠기만 하단다. 비록 둔한 사람일지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넓게 알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한 법이지. 또 답답한데도 꾸준히 갈고 닦는 사람은 결국에는 반짝반짝 빛이 난단다. 뚫고 닦는 것은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고 부지런히 해야 한다. 바른 뜻을 세운 후에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더 크게 깨달아 큰 공부에 이르는 법이란다.”라며 공부하는 사람으로 세 가지 면에서 부지런히 노력할 것을 황상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황상은 평생을 단 한시도 이 가르침을 잊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불과 3년 반 만에 다산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대 문장가로 거듭났습니다. 다산선생님은 여러 제자들 중 황상을 가장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셨습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도 제주도에서 풀려 나오며 미천한 신분 출신인 황상을 가장 먼저 찾았고 예로 사귀었다고 합니다.
다산 선생님의 진심어린 한마디 가르침이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선생님이 되기를 소망하며 2007년 학교생활을 준비하겠습니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효문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