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사람] 자연을 낚는 어부 태인수씨
[일터와사람] 자연을 낚는 어부 태인수씨
  • 김성아 기자
  • 승인 2007.04.1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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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유난히도 눈부신 10일 오전 10시. 임실군 관촌면 섬진강 최상류 취수보(取水洑-끌어 들인 물을 막아 놓기 위하여 만든 둑)를 가로지른 그물이 물살에 흔들린다. 봄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은 진주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반짝이고 겨우내 움츠렸던 물고기는 강물을 가르며 유유자적한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싣고 평생 그물을 던지며 살아온 이들의 손길이 오늘따라 더욱 분주하다.

20년째 대리 보와 대치 보 사이를 오가며 그물을 던져 온 어부 태인수씨(46)도 살그머니 배를 띄웠다. 금방이라도 뒤 짚어 질것 같은 전마선(큰 배와 육지 또는 배와 배 사이의 연락을 맡아 하는 작은 배)에 올라선 태씨는 대막대기 하나로 능숙하게 노를 저어 강 복판으로 나가 그물을 걷어 올린다. 그물에는 밤사이 걸려든 붕어, 잉어, 쏘가리 등 ‘자연산’ 민물고기 십여 마리가 펄떡거렸다.

현재 태씨처럼 민물고기를 잡는 어부는 임실군에 30여명이 있다. 이들은 군에서 일정구간 허가를 받아 어로활동을 한다. (낚시 또한 가능하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심평면 대리 보에서부터 대치 보까지 합법적으로 고기를 잡아 온 태인수씨. 그는 이곳을 생계를 꾸려가는 터전 그 이상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녹음이 짙어질 때 쪽배에 앉아 있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아요. 제게는 자연, 그자체가 안식처입니다.”

하지만 인근에서 흘러들어 오는 축산폐수,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 등으로 자연이 오염돼 물 반 고기반이 이었던 좋은 시절은 다 지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외래어종 배스나 블루길이 민물새우나 토착 어종를 잡아먹으며 수생 생태계를 급속히 파괴하고 있어 빈 그물을 걷을 때도 있다고. 태씨는 “민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어부들의 상황이 어려워요. 자연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도 잡아 줄 고기가 많지 않아요. 군에서 지원이 절실합니다”라며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매년 봄이 되면 각 지자체에서 많은 방류행사를 하지만 어민들이 생계를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슬기 종패역시 개인 돈을 들여 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씨는 “매년 봄이 되면 2,000~3,000만원씩 들여 다슬기 종패를 방류해요. 그런데 군에서는 약속만하고 미루고 있어요. 자연이 살고, 물고기가 많아야 낚시꾼들이나 관광객도 많이 오는 거 아닌가요”라며 어부들 생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씨는 갑자기 “저기에 잉어가 놀고 있네요”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형이나 내가의 생김새만 보고도 고기가 어디에 많은지 알 정도로 베테랑은 태씨. 그는 그물도 아무데나 치는 것이 아니라며 가끔 낚시꾼들이 고기가 없는 곳에 낚싯대만 놓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단다.

자연에게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태씨는 고기를 잡을 때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몇 년 전에 1m 50cm나 되는 잉어를 잡았어요. 어찌 보면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님’이죠. 욕심 부리지 말고 그런 건 놓아줘야 해요. 강의 주인이나 다름없거든요.”

자연에 동화된 그는 산란기에는 그물을 치는 것조차 피하고, 너무 많이 잡힌 날은 몇 마리는 놓아주고 주문이 들어 온 만큼만 가져간다.

현재 청소년 범죄예방 지도자 협의회 임실 지부장을 맡고 있는 태씨는 민물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자연이 일터인 만큼 생태계 보존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얻어가는 만큼 깨끗한 자연을 볼 때가 가장 흐뭇하고 보람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곳의 파수꾼으로, 고기잡이 어부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자연산 민물고기 주문 문의 : 011-680-4453)

/글.사진=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

<민물에서 잘 잡히는 토종 어류> ?붕어- 하천의 중류 이하의 흐름이 약한 수역, 호소 연안에 서식.

몸길이 20∼43cm로 등쪽 황갈색, 배쪽 은백색에 황갈색.

산란시기 4∼7월.

?잉어- 큰 강의 중, 하류나 호수, 댐, 늪, 저수지 등 물이 많은 곳에 서식.

크기는 50cm~120cm로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등 쪽은 진하고 배 쪽은 은백색.

산란시기 5~6월.

(붕어와 생김새가 비슷하나, 보다 몸이 길고 몸높이가 낮으며 입 주변에 두 쌍의 수염이 있다. 식용이나 약용, 관상용으로 이용하며 특히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메기- 물살이 느린 강, 호수, 늪에서 서식.

크기는 보통 30~50cm, 최대 1m로 진하거나 옅은 갈색, 몸에는 불규칙한 얼룩무늬.

산란시기 5~7월.

(낮에는 바닥이나 돌 틈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대부분의 수중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특징이 있다.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풍부한 영양음식으로 유명하며 요리방법도 다양하다)

<생태계 파괴하는 외래어종> ?배스-포식성 어종으로 낮은 수온에서 높은 수온까지 살 수 있는 광온성 어류.

물의 흐름이 없는 호수나 강, 하천의 중. 하류로 물의 흐림이 거의 없거나 느린 곳을 선호하고 염도에도 매우 강하여 10퍼밀에서도 생존 가능.

머리와 몸통은 옆으로 납작한 긴 방추형이며 머리는 크며 주둥이가 길고 뾰쪽하고 몸은 암녹색이며 배 쪽으로 내려갈수록 밝아져 흰색이나 옅은 분홍색.

?블루길-주로 물살이 빠르지 않고 물풀이 많은 연못이나 호수, 하천 등지에서 서식.

몸 빛깔은 등쪽이 짙은 푸른색이고 배면은 노란색 광택이 나며, 주위환경에 따라 몸빛깔이 변함. 산란기는 4∼6월로 산란기가 매우 길어 번식력이 뛰어난 어종으로 천적이 없는 곳에서는 다른 어종을 누르고 급속히 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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