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커버-전북 CSI를 가다]사건현장 혈흔-족적-도구 그안에 범인이 있다

기사 작성: 김동욱 기자 - 2007.08.23 14:54

▲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직원들이 미세증거분리대에서 피의자로 추정되는 의류 증거품을 보며 증거를 찾고 있다./이원철 기자.

과학수사는 과학을 이용한 수사와 수사방법의 과학화를 이른다. 과학을 이용한 수사는 의학·생물·물리·섬유학 등 자연과학 분야는 물론 심리·사회·통계학 등 인문사회 등 모든 분야를 접목한 것이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지문·화재·사체감식, 혈액·타액·정액 등에 대한 분석, 총기·흉기 감정 등 모든 감식기술을 이용해 이뤄진다. 수사방법의 과학화는 수사법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행태 연구나 범죄 수집분석 등 수사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마련해 제시하는 것이다.

이같은 과학수사 기법과 장비가 전북경찰에도 본격 도입돼 원활한 사건 해결과 예방을 위한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일 별관 2층에 개소한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이 그 곳이다.

이른바 ‘한국형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범죄현장수사팀)’로 불리는 분석실은 첨단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활용해 범죄 현장에서 각종 증거물을 확보, 신속히 분석하는 임무가 부여된 곳이다. 그동안 전북청은 감식반을 통해 불과 2∼3명의 인력을 운영해왔던 게 전부였다. 그만큼 경찰은 CSI가 전통적인 감식기법 차원을 넘어 과학수사의 질을 한층 높이고, 범죄를 예방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다기능 분석실은 277㎡ 규모로 법최면수사에 이용되는 뇌기억 반응 탐지기와 자외선 지문 현출기 등 22가지 최첨단 실험장비를 갖춰 범죄 현장 등에서 수집한 지문, 족적, 혈흔 등 증거물을 분석해 신속한 신원 확보와 범인 검거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완주지역 30대 미혼여성 자살사건이라들지, 4일 정오께 전주 중화산동의 한 모텔 지하 보일러실에서 발생한 기름 탱크가 폭발사고 등도 CSI 출범 이후 곧바로 원인을 분석해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수사결과 폭발사고는 보일러 기름통에서 새나온 기름 미립자가 밀폐된 공간에서 떠다니다 보일러 점화장치로 인해 불꽃이 일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와 정확히 일치, CSI 요원들의 수사 수준을 엿보게 했다.

또한 범죄분석관을 비롯 법최면 전문수사관, 사체검시관, 화재폭발 전문조사관, 행동과학 범죄분석관, 거짓말탐지기 전문조사관 등 모두 11명의 전문 요원들이 범죄 용의자나 변사자 신원 확보 등으로 수사의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변사 등 사건 발생시 전문지식을 갖추고 원인을 곧바로 판단할 수 있는 검시관 등 전문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초기 수사적 접근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던 난제를 해결하게 됐다. 법의학적 판단이 초기에 이뤄지게 되면 그만큼 초동수사가 보다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CSI 수사요원들의 건강을 고려한 내부 시설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별도의 밀폐형 실험대와 배기 시설 등을 두루 갖춰 과학수사관들의 건강을 고려했다는 게 박정환 과학수사계장의 설명이다. 지문감식만 해도 미세 분말에 든 유독 물질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장기간 업무에 노출된 경찰관들은 고통을 호소하기 일쑤였다.

전북청 관계자는 “CSI 출범 이후 신속한 전문 감정으로 수사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북경찰의 과학적인 수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메카로 자리할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기자 sonbal@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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