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유기농 포도원 강혜원 대표
[일터와 사람]유기농 포도원 강혜원 대표
  • 이기재 기자
  • 승인 2007.08.30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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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영광 유기동 포도원 강혜원 대표가 비닐하우스 포도밭에서 빨강, 초록, 검정으로 맛있게 익어가는 포도들을 살펴보고 있다./이기재 기자

“한송이 한송이 소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수확합니다. 보기에도 아까운 포도지요”

29 오전. 폭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조심스레 포도를 따고 있는 완주군 구이면 영광유기농포도원 대표 강혜원(42)씨.

거봉과 캠벨, 머루포도 일색의 포도 재배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의 다양한 고품질 포도를 우리 토양에서 성공시킨,그래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신비한 포도 맛으로 소비자들을 감격시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12년 간 포도나무와 함께 고락을 같이 했는데 이제야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강씨는 “손님들이 탐스런 송이를 보고 기뻐하며 맛이 좋다고 할 때 뿌듯하다”며 웃음 짓는다.

비닐하우스 내부 포도밭 12,340㎡ (4,000평 가량)에 듬성 듬성 심어진 포도나무는 모두 320주 .초록, 빨강, 검정 등 다양한 유럽종 포도들이 탐스럽다. 보석처럼 예쁜 헝가리 품종의 토파즈, 서양 정물화에서 봄직한 독일 품종인 마사캇 함부르크, 손톱모양의 일본품종 매뉴키어 핑거 등. 강씨가 엄선한 32종의 품종들이 이곳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품종에 예쁜 색깔, 껍질째 먹는 유기 포도로 인터넷 판매와 찾아오는 손님만으로도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강씨는 2001년 벤처농업기술상과 2003년 제2회 전국친환경농산물품평회 은상, 2004년 새농민상, 2005년 대한민국 국민 최고의 영예인 신지식인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는 농촌진흥청이 뽑은 우수농업 경영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도나무와 인연은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석대 조경학과 재학시절 선진 농업 견학을 통해 기술농으로의 꿈을 키웠다.

▲ 매뉴키어 핑거-일본 품종으로 겁질과 씨가 부드러워 모두 먹을 수 있다. 당도가 17Brix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옛 것을 답습한 막연한 농사가 아니라 기술이 접목된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포도에 있어서도 남들이 똑같이 하는 품종이 아닌 색다르고 맛있는 품종을 시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토양과 기후가 다른 품종의 재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기농 재배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세심한 관리를 했지만 예고없이 들이 닥치는 천재지변에 번번히 실패를 맛봐야 했다.

98년에는 우박이 비닐하우스 뚫고, 태풍에 비닐하우스가 날아가 망연자실 했고 2003년부터 3년간 무릎까지 물이 차는 폭우로 수확이 없었던 적도 있다. 2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에 환기통이 고장 나 온도가 65도까지 올라가 폐사한 적도 있다.

몇 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었지만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과 도전정신을 품었다. 자연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비닐하우스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습도와 통풍을 위해 자동통풍 장치를 직접 개발했다. 덕분에 비가 오면 자동으로 내려오고 비가 그치면 자동으로 걷히는 통풍 장치와 팬이 하우스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비용만도 2억 5,000만원이 들었지만 좋은 포도를 생산하겠다는 일념이 그를 다잡았다.

▲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고대 이집트에서 재배되던 품종으로 역사가 1,000년이 넘는다. '포도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향이 그윽하다. 당도는 17Brix정도다.
그는 포도나무와 친구다. 그들이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는 물론 어디로 뻗어야 하는지, 그들의 습성을 누구 보다도 잘 안다. 재배가 까다로운 유럽종 품종을 농약 하나 치지 않고 재배하는 기술도 거기서 나온다.

포도나무 아래 푸르게 자라는 풀도 그만의 기법. 나무와 공생하는 수만 종의 풀들이 ‘살아 있는 퇴비’라는 것을 스스로 터득했기에 남들처럼 애써 풀매기를 하지 않는다.

“항상 포도밭에 들어가면서 ‘지혜를 주세요’하고 기도한다”는 그는 “재배 8년째 어느 날 포도밭에 들어갔는데 학교 때 배운 과학적 지식이 떠오르면서 나무들의 생육 특성이 일순간에 터득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포도는 단순히 당도 보다는 땅의 생생한 기운이 느껴지는 감칠 맛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2m 간격으로 심는 나무를 18m 간격으로 벌려 심고 봄이면 포도 껍질을 까거나 순을 치는 일도 하지 않는다. 일반 포도농과는 다른 방식이다.

재배 5년간 한송이도 수확하지 못하고 8년동안 50%도 수확하지 못하면서 체득된 기술이다.

그는 “올 한해 10t 정도 수확물을 거뒀는데 1~2년 지나면 여느 포도밭처럼 20t을 수확할 수 있다”며 “그동안 터득한 기술을 일반 농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책으로 집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기재기자 haidi95@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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