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22년 자장면 외길 전주이마트 이강선 주방장
[일터와 사람]22년 자장면 외길 전주이마트 이강선 주방장
  • 하종진 기자
  • 승인 2008.01.0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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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자신의 일터인 이마트 내 중화요리코너 주방에서 이강선 주방장이 자신만의 비법으로 맛있는 자장면을 손수 만들어 보이고 있다.
“짜장면은 ‘자장면’의 잘못된 표기라고 하지만 그래도 ‘짜장면’이 좋다. ‘자장면’보다 ‘짜장면’이 더 맛있다.”

22년 동안 자장면 하나로 외길 인생을 걸어 온 이강선 주방장(40·전주). 현재 그는 전주이마트 식품코너 중화요리사다.

주방장이기에 앞서 누구보다 자장면을 사랑하는 보통 사람이다. 자장면 한 그릇에는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 잘 볶은 춘장과 돼지고기, 양파, 감자 등 10여 가지 재료가 잘 어우러져야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듯이 인생도 혼자 살 수는 없다며 그는 자장면에 담긴 철학을 설명한다.

매일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자장면은 720만 그릇 정도. 6명 중 1명꼴로 매일 자장면을 먹는 셈이다. 그만큼 자장면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서민적이고 친근한 음식으로 자리매김 한지도 오래다. 하지만 이런 점이 불만이기도 하다. 너무 가까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음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장면 한 그릇 시키면 후다닥 먹고 나갑니다. 쉽게 쉽게 만드는 것 같지만 자장면 한 그릇에도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자장면을 무슨 고급 음식으로 취급해 달라는 말이 아니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 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우리 민족을 일컬어 배달민족이라고 한다. 이 말은 자장면 업계에서도 유명한 말이다. 배달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장면만큼 신속하게 배달되는 음식도 없기 때문이다.

‘짜장면 시키신 분~.’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한창 유행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당구를 좋아하는 남성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며 이 주방장이 무슨 일급 비밀인양 귀띔해주면서 해준 첫마디는 이렇다.

“당구장에서 먹는 자장면이 제일 맛있습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난데없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이 주방장은 “당구를 치다보면 자장면을 먹다가도 자기 순번에 당구를 쳐야하기 때문에 면이 불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장이 면에 고루 배어 맛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이 주방장은 자장면을 먹을 때 약간 불려 먹는다고 자신만의 비밀을 살짝 소개했다.

그가 자장면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8살 때다.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시작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천직이 됐다. 춘장을 볶을 때 구수한 냄새가 아직도 사랑스럽다고 하니 긴 세월을 자장면과 함께해도 질리지 않다.

그런 그도 한때 자장면과 인연을 끊은 적이 있다. 90년대 초 군복무를 마치고 1년여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잠깐 손을 놨다. 그러나 결국 적성이 맞지 않아 자장면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컸다.

“당시 초봉 70만원을 받고 회사원으로 일했지만 주방장으로 일하면 그 두배가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이 길을 택했다”고 이씨는 말한다.

이씨는 한 달에 2~3차례 양로원이나 사회복지단체를 찾는다. 자신이 만든 자장면을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8년째다. 물론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동료 직원 10여명이 봉사활동을 거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어르신들이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행복하다”며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한다.

자장면에 있어서 고수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요리에 관한 배움도 멀리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학업을 시작, 전북과학대학 호텔영양조리학과를 졸업했지만 또다시 우석대에서 영양 조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현재는 바쁜 업무로 잠시 휴학 중이지만 올해 목표를 ‘졸업’으로 꼽은 것을 보면 향학열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의 실력은 대학 교수들도 인정해 일주일에 한 두 차례 강의도 한다.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전통문화고등학교와 전북과학대학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하면 더욱 힘이 난다는 이씨다.

그는 주방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고뇌가 함께 담겨있는 영화 ‘음식남녀’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힘들고 지쳐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한분 한분에게 최고의 자장면을 대접하고 싶다”는 그에게 진정한 프로가 느껴진다.

/하종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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