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보석감정사 이동석씨
[일터와 사람]보석감정사 이동석씨
  • 하종진 기자
  • 승인 2008.06.0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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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석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보석을 감정하고 있다. 보석을 바라볼 때면 그의 눈은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해진다./이원철 기자

“보석을 볼 때가 제일 힘이 나고 행복합니다. 저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인 것처럼 보석도 저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아름다운 보석에 반해 평생을 보석과 함께 살아온 이동석(42)씨는 보석을 진정 사랑한다. 그는 아름다운 보석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보석을 향할 때마다 그의 얼굴에는 자연스런 편안함 묻어나왔다.

보석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그다. 전주에서 몇 안 되는 보석 감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현재 전주시 중앙동 웨딩거리에서 ‘루비’라는 보석 가게를 운영하면서 결혼 예물과 천연보석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씨가 처음 보석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척의 권유로 익산 귀금속 단지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속칭 ‘잘나갔던’ 귀금속 단지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급속한 하향세를 보이며 기울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씨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전 세계의 천연석(천연보석)이 집결하다는 태국에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는 “태국은 루비나 사파이어 등 전 세계의 보석이 집산되는 곳일 뿐 아니라 태국의 열처리(천연보석의 불순물을 태워 제거하는 것)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보석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태국 행을 택했다.

이후 그는 태국에서 천연 보석의 가격을 감정해주는 딜러의 길을 걷게 된다. 딜러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보석을 구입하러 오는 바이어들에게 현지 보석상과 가격을 협상해 거래하는 일을 한다.

딜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태국어도 필수. 이런 이유로 영어 공부와 함께 태국말도 열심히 공부했다.

태국에서 있었던 그의 경험담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어느 날 딜러 동료와 함께 외국 손님을 모시고 현지 보석상에게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이씨는 바이어가 원하는 루비 보석을 보고 한 눈에 150만원의 가격을 산정했지만 결국 동료 딜러는 이보다 3배 비싼 500만원에 보석을 구입해야만 했다. 동료 딜러가 핀셋으로 보석을 옮기다 바닥에 떨어뜨려 흠이 갔기 때문이다.

태국 현지인이 광산에서 발견한 천연석을 놓고 사야할지 고민한 적도 많았다고. 겉면에 감싸진 보석만 보고서는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속까지 보석으로 꽉 찼다면 그야말로 ‘대박’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값어치 없는 한낱 ‘돌덩이’에 불과하다.

진짜 보석과 가짜 보석을 1대 9로 섞어 판매하는 현지 상인들도 많단다. 일부 바이어들은 현지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씨는 “딜러 중개료를 주지 않으려다 정상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보석을 구매하는 바이어들을 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진정 보석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됐고 한국에 건너와서도 현지 가격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보석 전문가가 됐다.

보석 가게에서 일을 하다보면 여행지에서 보석을 사와 감정을 의뢰하는 사람도 많다. 그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보석을 사온 것을 보면 속이 상하기도 한단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다짜고짜 속았다고 말도 못하는 게 그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잘 샀다고’ 말하는 게 태반이다. 물릴 수 없을 바에야 손님들이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한편 태국에 6년 동안 딜러로 활동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얻었다. 보석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아왔던 그에게 태국 행은 보석 공부와 함께 언어,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얻게 했다.

물론 태국 현지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은 아니다. 태국에 있으면서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사랑하는 아내(당시는 여자친구)와 떨어져 있어야하는 고통 때문에 태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이유야 어찌됐던 태국에 있으면서 한국 아내를 만난 셈이다. 그래서 그는 태국에서 얻은 게 많다.

그의 가족들은 보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형은 현재 태국에서 딜러로 일하고 있고 막내 동생 또한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딜러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가 말하는 좋은 보석의 세 가지 요건은 색깔과 모양, 내용물이다. 보석 감정은 결국 이 세 가지를 통해 값어치가 매겨진다. 현미경을 통해 보석을 감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직업에 대한 열정과 보석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하종진 기자 wlswjd@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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