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이시연 시집 '참 좋은 날'…참회의 기록

기사 작성: 조석창 기자 - 2008.08.18 16:35

이시연 전 전주교육대학총장의 다섯 번째 시집 ‘참 좋은 날’(시로 여는 세상)이 발간됐다. 90일 동안 90여 편, 거의 하루에 한편씩 기도하고 참회하며 수도 정진하듯이 쓴 이번 시집에 대해 작가는 자신을 내던지지 않고 지탱하려 한 기록이라고 자평한다.

1998년 네 번째 시집을 내놓은 지 10년 만에 발간됐다. 그동안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시인들끼리만 자가 발전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기교나 까다로운 장치를 피하더라도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 담겨있다. 쉽고 짧고 편하게 시와 만남을 통해 독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한 작가의 배려가 눈에 띈다.

“이번 시집은 일상적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생각날 때마다 일기 쓰듯이 써내려갔습니다. 나중에 보니 일기장이 2권이 된 셈이죠”

춘분 아침 편지, 목련이 집니다, 서 말 서 되의 피와, 혼자 노는 노을 등 총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독자와 소통을 우선시한 작가의 의도대로 편하고 향기로운 시구들로 구성돼 있다.

‘봄비 그치다/ 온누리 눈부시다/ 눈엽으로 치장한 나뭇가지 새로/ 햇살 가닥 선명하다.........새 싹 넘치는 산야도/ 짝을 부르는 새소리도/ 함께 나누는 눈웃음도 촉촉하다(참 좋은 날 중에서)’

읽기에 편안하고 쉬우면서 만약 이것이 시가 아니고 어쩌면 꼬박꼬박 써내려간 일기장이라 해도 상관없다는 작가는 독자에게 좀 더 다가가고자 짧게 그리고 간명하게 시를 써내려 간다.

“이번 시집에 실려 있는 시들 대부분은 지난 학기 ‘시창작교육론’에 실제 교재로 사용됐던 것입니다. 3월의 절기, 4월과 5월의 각종 행사들, 6월 초여름 등 계절과 관계된 소재들이 강의 시작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나열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만큼 고달픈 작업이 없지만 욕심껏 마음껏 쓰게 돼서 다행이라는 이 작가는 이번 시집을 통해 살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인연과 참회의 소중함도 지적하고 있다. 끊임없는 참회로 깨끗한 자아발견과 그동안 어질러놓은 것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 원망과 갈증, 모자람을 감사와 은혜로운 것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모든 것이 풍요로워지며 자족적인 삶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바람도 엿볼 수 있다.

임실출신인 저자 이시연은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리여고, 부안고, 전주고, 군산수산대학을 거쳐 현재 전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4대 전주교대 총장을 역임했고 한국시협, 한국문협, 국제PEN클럽 회원, 심상시인회장 등을 지냈다.

시집으로 ‘금시내 안마을에 부는 바람’, ‘하나의 연인으로’, ‘지리산 바람’, ‘요즈음엔 버리는 연습을 한다’ 등이 있다.

/조석창 기자 jsc@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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