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고층 빌딩을 올리는 두바이와는 격이 다르다.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교통과 환경까지 염두에 둔 계획적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부다비 정부가 소유한 개발회사 TDIC의 바셈 데르카위(35) 홍보담당 부이사는 “두바이의 발전을 반면교사로 삼아 환경, 안전, 에너지를 고려한 친환경 도시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급성장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아부다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7개 토호국이 연합해 세운 UAE(아랍에미레이트연방)의 맏형인 아부다비는 그동안 두바이의 급성장에 밀렸다. 그러나 최근 맏형으로서 면모를 과시하며 중동지역의 강자로 조용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아부다비는 모든 지표에서 두바이를 앞선다. △인구 아부다비 167만명·두바이 138만명 △GDP 아부다비 587억달러·두바이 323억달러 △1인당 GNP 아부다비 3만5,026달러·두바이 2만4,708달러 △석유 생산량 아부다비 224만배럴(일일)·두바이 14만배럴 등이다.

두바이가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짧은 시간에 사막에 신기루를 만들었다면, 아부다비는 풍부한 자기자본(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주도면밀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문화와 환경에 초점을 맞춘 아부다비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있는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개발 정책이다. 두바이에서 세이크 자예드 고속국도를 타고 가면 아부다비가 나온다. 두바이 서쪽으로 160㎞ 떨어져 있다.

2시간여를 달리면 갑자기 나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부다비 땅에 들어 온 것이다. “이곳부터 아부다비입니다”라는 교포 정영미씨(36)의 설명대로 아부다비에 들어서면 도로 풍경이 바뀐다. 2m 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진 가로수는 황량한 사막에서 보는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생경한 풍경이다. 비밀은 나무 밑에 설치된 수로에 있다. 바닷물을 담수화해 시가지 모든 녹지대에 연중 물을 공급하고 있다.

초대 국왕인 세이크 자예드의 국토 녹지화 프로젝트에 힘입은 결과다.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국토의 82%에 해당하는 17㎢의 땅이 녹지대로 변모했다. 시가지 곳곳은 관목과 야자수, 잔디로 뒤덮여 이곳이 사막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두바이가 고층 빌딩으로 사막을 덮었다면 아부다비는 녹지대로 대신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부다비 교민들도 두바이를 은근히 낮춰본다.

아부다비에서 유일하게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한국관의 황금순씨(73)는 “두바이는 사람 살데가 못된다. 자연경관이 좋고 교통체증과 범죄가 없어 주거환경은 최고다”며 자랑했다. 아부다비의 이 같은 개발 방향은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확인된다. 총 사업비만 2,000억달러가 투입되는 사디아트와 데저트 섬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문화·관광·환경 복합단지 건설을 목표로 한다.

자연섬을 통째로 개발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의 맏형으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관광, 비즈니스, 휴양, 문화가 어우러진 프로젝트는 상업주의에 치우친 두바이와 확연하게 차별화된다. 아부다비의 변화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다. 영국의 유력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FT)은 “두바이의 화려한 발전과 거대한 프로젝트가 빚더미 위의 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포스트 두바이로 아부다비를 꼽았다.

아부다비 정부는 지난해 ‘플랜 아부다비 2030’이라는 도시개발계획을 발표, 장기적인 국가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핵심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환경보전, 전통적 가치와 삶의 방식을 보존하는 데 맞춰져 있다. 관광과 부동산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두바이와 달리 문화, 청정 에너지를 그리고 환경과 조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UAE 석유자원의 90%와 최대 국부 펀드(SWF)인 아부다비투자청(ADIA·9,000억달러 규모)을 보유함으로써 국가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윤창근 허니웰 해외영업담당 이사는 “두바이 발전은 최고점에 달했지만 아부다비는 이제 기지개를 켠 것에 불과하다”면서 “겉만 화려한 두바이보다 속까지 꽉찬 알토란 같은 아부다비의 앞날이 더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 사디아트(Saadiyat) 섬 개발 프로젝트

아부다비 시가지 해안가에서 500m거리에 위치한 사디아트는 걸프만에 위치한 섬이다. 사디아트는 아랍어로 행복을 의미한다. 아부다비 정부가 소유한 TDIC(관광개발투자회사)가 개발 중인 이 프로젝트는 레저와 문화, 휴양, 주거 등 복합적인 기능을 갖추게 된다. 아부다비에서 진행 중인 관광 정책 가운데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아부다비 정부는 2,700ha에 달하는 이 섬을 7개 구역으로 나누어 개발하고 있다.

문화지구(예술), 사디아트 비치(레저 및 휴양), 마리나(에너지), 석호섬(자연), 사우스 비치(가족휴양), 에코 포인트, 습지 등이다. 9㎞에 달하는 사디아트 해변에는 5성급 호텔 29개(객실 9,000)가 들어선다. 또 다른 지구에는 세계 수준의 마리나, 박물관, 공연장, 식당, 쇼핑 몰, 골프장 2개 코스 등 다양한 레저 및 관광, 휴양시설이 계획돼 있다. 예술지구에 계획된 구겐하임 아부다비 뮤지엄, 루브르 아부다비 뮤지엄, 세이크 자예드 국립 박물관, 해양박물관 등은 국제공모를 통해 당선된 설계작품을 바탕으로 한다.

사디아트 섬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27조원이며, 개발 완료 시점은 2018년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개발이 완료될 경우 15만명 이상이 거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태국의 창마이, 영국의 옥스포드, 미국의 헐리우드와 맞먹는 도시 규모다. 시가지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10개 다리를 건설 중이다. 교량을 이용할 경우 시청에서 5분, 공항에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 UAE 7성 호텔 에미리츠 팰리스의 한국인 직원 한송이씨

아부다비의 에미리츠 팰리스(Emirates palace)는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최고급 호텔이다. 이들 호텔은 7성급으로 불린다. 사실상 호텔의 최고 등급은 5등급이기에, 7성급이라는 호칭에는 최고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총 사업비만 30조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2005년 3월 개관 당시 세계 언론은 “세계 최고의 호텔이 문을 열었다”며 격찬했다.

호텔은 일반 객실 394개, 스위트 룸 92개로 구성됐으며 1,000ha의 대지에 축구장 1,400개를 펼쳐 놓은 것과 맞먹을 만큼 방대하다. 호텔의 한 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는 직선 거리로 1㎞에 이른다. 객실 요금은 일반 객실은 61만~200만원, 스위트 룸은 1,200만원 수준이다. 전체 직원은 2,600명(한국인은 2명)이다. 한송이(25)씨는 프론트 오피스에 근무하는 15명의 직원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다.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최고의 고객을 모시는 일이 자랑스럽습니다.”

호텔 투어와 고객 불만을 관리하는 GRO(Guest Relations Officer)에 소속된 한씨는 2006년 12월 입사, 11월이면 만 2년이 된다.

“입사 이후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축구선수 펠레, 세계적인 디자이너 가바나 등 유명 인사를 만났다”는 한씨는 “세계적인 명사를 만나는 일이 일상적인 일이 됐다”며 에미리츠 팰리스 호텔의 유명세를 자랑했다.

한씨는 경기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에미리츠 팰리스 호텔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씨는 “입사 초기 중동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까닭에 아부다비도 이라크처럼 위험한 것으로 걱정했던 어머니가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발전상을 알고 난 뒤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하루는 제 이름을 못 알아듣기에 퉁명스럽게 싱어 송(sing a song)의 ‘송’이라며 핀잔을 했는데, 알고 보니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돌체 앤 가바나’의 디자이너 스테파노 가바나였다. 사과를 하자 오히려 그 분이 미안하다고 해 기억에 남는다”는 송씨는 “비록 힘은 들지만 보통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에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레이트연방)=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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