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생의 한가운데]영재(英才)와 영재교육(英才敎育)

기사 작성: 차혜린 기자 - 2008.10.15 17:27

(질문) “여기 학교 아이들은 모두 영재아이들이겠지요?”

(답변)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는 영재가 별로 없습니다.”

(질문) “그럼 영재교육은 왜 합니까?”

(답변) “영재학교이므로 영재교육을 하고 있지요.”

(질문) “이해가 안 되는데요? 영재학교에 영재가 없는데도 영재교육은 하고 있다고요?”

(답변) “영재학교이므로 일단 영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볼 때는 입학한 아이들 중에 사실 영재는 별로 없습니다. 선행학습으로 점수가 좋은 것일 뿐이지요.” 사실은 그런 아이들에게 영재교육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인즉슨 그렇다. 영재교육이라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정 분야”의 잠재적 영재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을 하는 것인데, 현실은 모든 과목의 점수가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관계로 특정 분야에 영재성이 있어 실제로 영재교육이 필요한 아이는 밀려나고, “선행학습으로 점수가 좋은” 아이들이 선발되므로 학원 같은 곳에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요령과 방법을 기계적으로 습득한 아이들이 영재학교에 들어가고 있다. 말하자면 수학에 영재성이 있어도 영어를 못하면 안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상대성원리를 발견한 불세출(不世出)의 천재이지만 초등학교를 낙제했던 아인슈타인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사회에서 낙오되고 존재의 의미마저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재(人才)를 구분할 때 천재(天才) 영재(英才) 수재(秀才) 준재(俊才) 범재(凡才) 용재(庸才) 둔재(鈍才) 백치(白痴)등으로 구분하는데, 천재는 문자의 의미가 나타내 주는 것과 같이 하늘이 내리는 것이고 영재는 천재에 버금가는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수재는 말 그대로 빼어난 인재이므로 수재만 되어도 사회에서 존재가치를 존중받고 인정을 받는다. (예전에 중국에서는 秀才科라고 하는 과거시험이 있었다.) 그런데 범재 이하는 일단 영재교육과는 관계가 없고 그런 아이들에게는 그에 적합한 교육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즉 영재성이 없는 아이에게 영재교육을 시킨다면 학습효과도 없고 교육자원 낭비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아이의 수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에게 기계적으로 암기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영재반에 들어가면 영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하든 아이가 영재반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 과외도 하고 학원을 찾아다닌다. 학원에서도 “영재학원”에만 오면 모든 아이들이 영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현혹하고 있어 이래저래 사교육 시장만 번창하고 있다. 물론 사교육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특정 분야에 특별한 교육을 위해서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보충학습은 필요하지만 문제는 아이의 자질이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영재교육을 위해 몰두하는 경우에 아이에게는 생각보다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정부가 국제중학교 설립을 인가하는 문제를 두고 교육현장이 요란하다. 벌써부터 아이를 국제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과외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데 국제화된 시대에 영어 습득은 불가피한 현실이 되었지만 일부에서는 영재교육을 위해서 국제중학교에 들어가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이의 자질을 무시한 교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귀하의 자녀에게는 어떤 영재교육을 하고 있습니까?

/이성세 유아CQ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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