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마을은 고려말 우왕 때 남원 양씨 집성촌이 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시아버지가 대제학이요, 부군이 직제학이었던 이씨 부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이 두 부자가 거의 동시에 죽어 집안이 몰락, 개경을 떠났다. 슬하에는 유복자로 얻은 아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여 지금의 남원 양(楊)씨 집성촌이 됐다. 이씨부인은 가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샘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으며, 이곳이 바로 대모정으로 현재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머리가 없는 거북형상을 하는 거북바위가 마을 끝자락에 있는데 이 바위가 구미리의 풍요와 안녕을 지켜주는 영물로 알려진다. 마을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꼬리부분이 마을을 향한 것은 마을의 부족한 풍수를 보완하여 재물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한때 마을 앞쪽에 있는 취암사 스님이 사찰의 재물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꼬리가 절을 향하도록 했다. 그러나 바위 스스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자 화가 난 스님들이 거북의 머리를 잘라 마을서쪽을 흐른 섬진강 만수탄에 버렸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후로 취암사는 사세가 기울어 결국 폐사되고 말았다. 거북의 꼬리라는 뜻을 지닌 구미리는 순창군에서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히는 지역으로 남원 양씨가 600여 년 동안 삶터로 닦았다.

마을 입구의 비각은 이 고장에 터를 잡은 시조모 (始祖母)이씨부인을 위해 조선 세조가 세웠다고 한다. 특히 정려비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을 서쪽의 장군목은 섬진강 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강바위 등 기괴한 암석이 많고 온갖 수생식물과 희귀한 원앙 20~30여 마리 등 조류들의 날개 짓이 넘친다. 바로 옆 취암사 절터에는 자생 녹차밭이 있어 이 마을의 부를 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10여년전 동화댐 계획에 따라 수몰지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 매실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러나 댐 건설이 흐지부지돼 매실나무가 애물단지로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실을 통해 마을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효자 나무로 대우를 받고 있다.

'발효천국ㆍ장수고을'로 널리 알려진 순창군이 노인층만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실버산업과는 달리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을 포괄하는 신개념 장수산업으로 건강100세를 추구하는 '골드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골드산업' 은 국내 대표적인 장수지역인 인근 구례ㆍ곡성ㆍ담양군과 함께 발족한 '장수벨트 행정협의회'에서 시작됐다. 100세 이상 노인 비율이 10만명당 28.9명(2005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 4.5명보다 무려 6배 이상 높아 이를 특화하기 위한 것이다.

4개 군은 서울대 노화ㆍ고령사회연구소가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벨트로 선정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장수촌인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등과 손잡고 '글로벌 장수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구미마을은 팔덕 장안, 금과 내동, 구림 방화, 유등 외이 등과 함께 농촌진흥청이 지정하는 건강장수마을로 지정돼 다양한 형태의 건강 장수문화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관 주도형 지역개발사업으로는 능동적인 형태의 장수마을 조성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순창군은 자연경관과 문화 유산이 풍부하고 공동체적 유대관계가 긴밀한 구미마을을 장수 시범마을로 선정했다.

목표는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마을이 아니다. 남녀노소가 함께 어우러져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력 넘치는 마을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모두 9억원을 연차적으로 집중 지원해 순창을 대표할 수 있는 장수마을 인프라 구축과 SCP(Safety:안전보장, Cu lture: 문화충족, Productivity: 생산성 시스템 개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사업 전 분야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1차년도에는 환경개선사업인 기반구축을, 2차년도에는 체험장 운영 등 대내외 홍보할 수 있는 이미지 구축을, 3차년도에는 장수시범마을 주민위주의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한다.

또 3년간 매년 5,000만원씩 투입, 노인의 경험, 지식, 기술을 소득자원으로 연계하기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지역사회 청년층의 참여를 이끌어내 노인의 외로움을 막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다양한 건강 장수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생활환경정비, 건강관리, 사회활동참여 등 체계적인 실천으로 건강하고 보람있는 새로운 장수문화를 정립할 계획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프로그램을 지원해 건강하고 당당하며 활기찬 노년생활을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마을만들기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구성원의 '삶의 질'높이기다. 마을만들기가 자칫 외지인이나 마을방문객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이제는 관광이나 체험 중심의 마을만들기에서 이제는 한단계 높여 마을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구미마을도 본격적인 마을만들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그래서 마을의 인적자원이나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조사사업과 외부 지원 그룹, 행정 지원체제의 확립,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또 마을 주변의 다양한 역사, 문화자원을 재조명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근석(전북의제21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