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6월19일 16:48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IMG-LOGO

[경제와 미래]‘광주’에 대한 우리의 마음과 자세

광주에 대한 전북도민들의 첫 마음은 애틋함이다. 광주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에서 늘 중심에 서 있었다. 전주도 그 굴곡에 함께 서 있었지만 광주 만큼 치열하진 않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광주는 권력의 주인공이었지만, 전북은 그렇지 못했다. 전주사람들은 그래서 광주를 한편으로는 늘 애틋해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껄쩍지근’한 느낌을 갖고 있다.

광주에 대한 전주의 마음은 늘 이렇듯 복잡 미묘했다. 전주가 광주에 대해 마음 상한 일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전주는 늘 광주에 대해 의리와 믿음으로 대해왔다고 나는 본다. 식민지 시대를 거치기 이전에 호남을 대표하는 도시는 전주였다. 전주는 조선시대 이래로 호남의 수부였고, 전통과 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더 구체적으로는 일본에 의한 강제적인 행정구역의 개편이 감행되면서 호남의 정치적 대표성은 광주로 넘어갔다.

물론 그런 느낌과 일반적인 인식이 전북 사람들에게 기꺼운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광주가 예향의 이미지를 즐기기 시작하고, 맛의 고장이라는 의미를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불편함은 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간 광주의 역동성과 힘은 전북뿐만 아니라 한국을 감동시킨 바 있었고, 전북은 그 점에서 광주를 더 애틋하게 생각해왔다.

그런 광주가 지금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전북이 누리지 못했던 권력의 햇빛을 광주는 지난 10여 년간 받아왔다. 국민의 정부를 직접 만들어냈고 참여정부의 일등공신이었다는 정치적 자각과 자신감이 광주에 있었다. 그리고 광주는 실제로 지난 10 여년간 무수히 많은 프로젝트와 사업을 끌어들이면서 호시절을 구가했다.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그 시절에 광주가 전북을 특별히 배려하거나 전북의 문제를 호남의 문제로 같이 고민해 준 바는 없었다.

한때 일부 정치인들은 호남의 힘을 깨트리고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북 홀로서기’ 혹은 ‘전북 푸대접론’ 등을 전북의 정치 아젠다로 발전시키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번번히 무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말하자면 전북이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호남의 의리와 광주에 대한 애틋함이었다. 그 마음과 의리는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전북과 광주와 전남은 하나로 뭉쳐있고, 아마도 이런 동질감과 동지의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뜻밖에도 호남이 시험을 당하고 있다. 그것도 중앙권력의 의도된 시도가 아니라 호남 내부에서 시험이 시작되었다. 이른바 '5+2 광역경제권' 사업에 대해 광주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호남이 통째로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새만금사업 등에서 혜택을 입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광주와 전남이 전북과 한 배를 타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취하고 있는 정치적 캠페인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3개 지자체가 합의하여 전남북과 광주 역시 영남권과 같이 둘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에 우리도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한다. 그래서 지난 6개월간 무수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전북은 견뎌왔다.

그러나 이제는 '5+2 광역경제권' 자체를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다른 과감한 선택을 하든지의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전북의 새만금 사업을 예로 들면서 광역경제권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은 옳은 관점이다. 새만금 사업은 국가사업으로서 지역개발의 프로젝트인 광역경제권 사업에 포함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전북은 새만금이 있으니 전남,광주에도 그만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광주에만 지역정서가 있고 지역정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전북에도 지역정서와 정치가 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호남의 공동체성이 무너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호남은 정치적 동맹이기보다는 이웃이고, 오랜 세월 동안 동질성을 갖고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에 비해서 전북이 어떻고, 전북에 비해서 광주가 어떻다는 비교와 질투는 서로간에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제 각자가 각기 고유한 발전전략과 특화발전의 비전으로 스스로 서는 일이다. 우리가 잘 아다시피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 한 번의 투쟁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세상과 정치를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