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2년01월23일 18:32 Sing up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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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전북은 왜 갈등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가?

전라북도에 갈등이 다발하고 있다. 전국 최고다. 새만금이나 부안 방폐물 처리장 유치와 같이 국책사업으로 인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도 있었으나, 수의과대학 익산캠퍼스 이전 여부를 둘러싼 전주시(전북대)와 익산시 간 지자체간 갈등도 있고, 지자체와 지역주민간의 갈등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갈등이 한번 발생하면 장기화되고 잘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도 새만금 간척지 경계 구분을 놓고 군산- 김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생각의 차이와 이해 충돌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나 갈등은 있기 마련이고 갈등을 통해 감춰진 문제가 드러나고 논의가 진행되고 정보가 교환되면서 새로운 해결책을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고된 과정을 지역 공동체가 잘 이기고 넘지 못하게 되면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과 함께 지역사회는 분열되고 불신이 누적되고, 발전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전북지역의 갈등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전북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지역 사회 분열과 해체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돌아볼 시점에 와 있다.

현재 전북지역에서 갈등이 다발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전북지역이 지역자립도에 있어서나 지역 발전의 측면에서 볼 때,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되어 있고, 중앙정부와 전북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각종 개발 사업 계획을 쏟아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개발 사업은 오랫동안 농경 중심의 공동체 삶을 지속해온 주민들에게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새로운 형태의 삶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변화와 이에 대한 강요는 주민들에게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는 사회발전의 취약성이 사회적인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라북도는 소위 블루칼라로 대표되는 집단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사회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지 못하다. 아직도 다수의 주민들이 토지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문제는 개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해결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울산이나 거제도와 같이 수 천 수 만 명의 노동자들이 공통의 이해를 위해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이다.

셋째는 갈등 구조 자체의 복잡성에 있다. 우리 사회가 농경 사회에서 벗어나 산업사회를 넘어 정보화 사회로 가고 있으며, 도시가 발달되면서 익명성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다 흩어진다. 이해가 맞으면 함께 협력하고 그렇지 않으면 갈라선다. 그러나 전북지역은 아직도 전통사회의 유제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고, 문제해결 역시 전통적인 방식인 혈연, 지연, 학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함께 산업사회의 교환과 거래에 기반을 둔 문화풍조와 정보화 사회의 개인주의적 문제해결 방법이 혼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한 가지 문제에 백가지 의견이 생기고 합의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런 어려움이 갈등을 발생시키고 또 갈등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누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스스로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문제해결 역량, 갈등해결 역량을 키워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전북지역 갈등해결 역량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지역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큰 그림에 합의가 필요하다. 전북지역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혼란이 끝임 없이 갈등의 요인이 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주민과 함께 전북지역 발전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둘째, 전북지역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특징이 혼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북지역에는 아직도 농경에 기반을 둔 문화적 전통이 남이 있다. 이런 전통이 때로는 변화에 대한 강한 거부로, 때로는 외부 세력에 대한 배타적 저항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주도하는 세력들이 충분히 고려하고 참고해야할 요소이다.

셋째, 지역적 특징을 무시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사업 추진은 안 된다. 새만금, 부안 방폐장, 무주 기업도시, 김제 공항, 모두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판단과 필요에 의해 권위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였다. 낙후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개발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역 사회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에 기반을 두지 않은 개발 계획은 지역 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오히려 침몰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태순(사회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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