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언급한 ‘아부다비’에 대해 관심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많아 좀더 들여다 본다. 7개 토호국이 모여 나라를 형성한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에서 아부다비는 맏형격이다. 수도이자, 주체못할 오일 머니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는 150만명에 불과하지만 UAE 전체 석유 매장량의 95%인 900억 배럴(세계 생산량의 11%·세계 5위)이 묻혀있으며, 천연가스도 세계 5위다. 이 같은 엄청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두바이를 제외한 5개 연방의 재정을 담당해 왔다. ‘두바이의 기적’으로 불리는 두바이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된 자본의 60%가 아부다비 돈으로 쓰였다. 최근 몇년간 두바이가 선수를 치는 바람에 잠시 주춤댔을 뿐, 아부다비의 지속가능한 개발은 시사점이 크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지향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두바이가 금융과 교통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허브’를 지향한다면, 아부다비는 지식과 문명이 모이는 ‘중동의 문화 허브’라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미래를 바꾸려 하지 않는 자는 과거의 노예일 뿐이다”라며 폼나는 말을 했던 UAE의 부통령은 “두바이로 세계를 놀라게 한 UAE의 진짜 승부는 아부다비에 건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아부다비를 세계적인 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아부다비 2030계획’에는 2,000억 달러(24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 핵심은 270억 달러(24조 5,000억원)를 들여 서울 여의도 면적의 3.2배( 27㎢·810만평)에 달하는 무인도를 통째로 개발하는 ‘사디야트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미술관 2개와 공연장 1개,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급 아파트와 빌라, 그리고 6,300석 규모의 공연예술센터, 해양박물관이 들어선다. 아부다비는 사디야트를 문화 허브로 구축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거액을 지불했으며,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는 건축 부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프랭크 게리(미국), 장 누벨(프랑스), 자하 하디드(영국)를 포함해 일본의 안도 다다오(일본) 등이다. 프랭크 게리는 구겐하임 미술관, 장 누벨은 루브르 박물관, 자하 하디드는 공연예술센터, 안도 다다오는 해상박물관 설계를 각각 맡았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 성당 등 잘 지은 건축물 하나가 세계적인 명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듯, 사디야트 개발이 완료되면 세계적인 볼거리가 될 것임은 불보듯하다. 지난해 방문시 아부다비 투자청이 설치한 홍보관에는 이미 입면도와 모형이 설치돼 루브르와 구겐하임의 외관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홍보관 관계자는 “루브르 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프랑스에 4억 유로(7,025억원)를 지불했다. 30년간 루브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작품을 대여하는 조건이다”고 말했다. 루브르는 2013년, 구겐하임은 2018년 개관 예정이다. 미국 뉴욕에 본관을 둔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미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빌바오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아부다비 분관은 빌바오보다 4배나 크다. 쇠퇴한 스페인 북부의 항구도시에 불과했던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통해 문화 중심지로 거듭났듯이 아부다비가 꿈꾸는 미래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루브르 박물관 착공식에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참석했다.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와 함께 아부다비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 미국 예일대학 예술대학원 유치에도 성공했다. 소르본-아부다비 대학과 예일대학 예술대학원은 루브르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아부다비가 지향하는 문화 허브의 인프라인 셈이다. 다국적 영화제작사인 미국 워너브라더스도 아부다비에 테마파크와 호텔, 영화관, 영화제작소, 방송국 등 2만4,000㎡ 규모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테마도 조성한다.

이 모든게 중동의 문화 허브를 목표로 품격적인 개발을 주창하는 아부다비의 저력이다. 두바이가 오일 머니를 이용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구축할 때, 이들은 여기에서 벗어나 환경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 된 세상을 만들고 있다. 새만금개발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이 두바이가 아닌 아부다비를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