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산책]<79>찰리 채플린 '황금광 시대'
[시네마산책]<79>찰리 채플린 '황금광 시대'
  • 새전북신문
  • 승인 2009.08.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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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광 시대 포스터
찌그러진 자그마한 중절모에 진한 콧수염, 어울리지 않게 커 푸대처럼 보이는 바지에 꽉 조이는 자켓, 여기에 커다란 구두, 손에 든 지팡이. 이 지팡이를 건방지게 휘둘러 대며 커다란 신발로 팔자걸음을 걷는 떠돌이. 바로 채플린이 창조한 찰리의 모습이고, 시대를 뛰어넘어 전세계 관객에게 웃음과 애틋함을 던져준 캐릭터이다. 영국에서 촌극을 하며 연기를 배웠으며 카노 극단의 미국 공연에서 키스턴 영화사 제작자인 맥 세넷의 눈에 띄어 할리우드에 진출한, 채플린은 스스로가 창조해낸 떠돌이 찰리라는 캐릭터와 함께 반평생을 함께 한다. <챔피언>, <어깨 총>, <키드>, <황금광 시대>, <시티라이트> 등 얼핏 생각해도 떠오르는 수많은 떠돌이 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있는데, 오늘은 채플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황금광 시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알레스카에 불어 닥친 골드러시를 다룬 채플린의 대표작인 <황금광 시대>는 기아와 추위 속에서 황금을 찾아 나선 찰리의 모습을 담아낸다. 눈보라치는 험한 날씨에 살인범 블랙의 오두막에서, 떠돌이 찰리는 황금을 찾았다는 멕케이를 만난다. 눈보라에 갇힌 이들은 배가 고파 가죽 구두를 끓여먹기도 하지만, 결국 찰리가 구조를 청하러 떠나게 된다. 마을에 어렵사리 도착한 찰리는 마을에서 만난 여인 조지아를 마음에 두게 된다. 처음에는 허름한 옷차림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무시당하다가 결국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얻어내는 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황금광 시대>에는 떠돌이 찰리의 모습으로 전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많은 영상들로 가득하다. 눈보라에 갇힌 오두막에서 구두와 구두끈을 요리해먹는 찰리의 모습은 채플린의 전형적인 페이소스를 보여주는 유명한 장면이다. 또 채플린의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는 찰리의 재주가 바로 <황금광 시대>에 들어있다. 자신이 마음에 담은 여자와 친구들을 초대한 채플린이 자신의 장기를 자랑한다. 바로 춤. 그런데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그런 평범한 춤이 아니라 두 개의 포크로 각각 빵을 찍어 두 손에 잡고 춤추는 모션을 보여준다. 포크에 붙어있는 빵은 마치 커다란 신발처럼 보이는데, 이 장면에서 채플린은 정말이지 목각인형이 춤을 추는 듯한 현란한 손놀림으로 화려한 춤 장면을 재현한다. 커다란 빵은 채플린의 아이콘인 커다란 구두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은 빵들이 춤을 추는 이 장면은 경쾌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포크를 움직이는 찰리의 얼굴이 함께 쇼트 안에 자리하여 채플린 특유의 페이소스를 드러내는 환상적인 원맨쇼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채플린 영화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영화사에 남은 이유는 또한 채플린의 영화 속 웃음이 주는 진실함 때문일 것이다. 채플린의 웃음 속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일상생활 속 애틋함이 자리하고 있고, 애틋함 속에서 희망의 싹을 가진 웃음을 던져주는 것이다. <황금광 시대>에서도 채플린이 평생 자신의 영화에 담았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바탕으로 자신의 웃음을 풀어낸다. 여기에 시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찾는 채플린 영화의 영화적 힘이 놓여있으며, 이 우스꽝스러움 속에 채플린 특유의 페이소스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러한 힘은 채플린이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감독한 영화 “예술”에 대한 진지한 열정에서 나온다. 채플린은 영화를 예술로 이해한 영화인이었고, 당시 스튜디오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한없이 표현하고자 한 감독이자 배우였다. 동일한 장면을 반복 촬영하여 남긴 예비편집용 ‘러시프린트'는 채플린의 예술적 욕망을 웅변한다. (당시에는 완성된 영화 필름 이외에는 낭비하는 필름이 없을 정도로 예비 편집용 프린트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황금광 시대>의 눈보라치는 오두막의 모습 등은 CG가 없던 시대에 촬영한 영화 - 일부 야외촬영한 후 대부분을 스튜디오에서 촬영 -이지만 지금 봐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영상들에서도 영화 예술에 대한 채플린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황금광 시대>는 1925년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무성영화로, 1942년 찰리 채플린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한 형식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전북비평포럼과 전북독립영화협회, 전주시네필에서 공동으로 7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 차례 무성영화 시대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버스터 키튼과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번갈아 상영한다. 7월 버스터 기튼에 이어서, 8월 11일에는 채플린의 <황금광시대>를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전북 시민에게 주어진다. 더위 속에 잠시 짬을 내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으로 나와 채플린의 웃음 속에서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자. 관람은 무료.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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