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들은 매일같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과 사고가 범벅이는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사고 속에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 · 지변에 의한 것도 있지만 그 보다 인간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인재가 더 많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는 수마(水魔)로 인한 천재 외에는 거의가 인간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 즉 인재이다. 예를 들면 선박으로 인한 해난(海難), 열차로 인한 춘사(椿事)와 그 밖에 자동차의 윤화(輪禍) 등의 인재로 인해 인간은 많은 목숨을 잃었다.

이제 지난 50년 동안 도내에서 일어난 4대 사고를 간추려 연대순으로 이에 기록해 본다.

1) 남원 효기리 수해 참사

1961년 7월 11일, 남원지역에 밤 8시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장대비는 무려 4백95,1mm나 퍼부었다. 이로 인해 당시 남원군 이백면 효기리에서 수마에 휩슬려 무려 1백10명이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실종되었다.

또 이 집중호우로 건물 1천4백여동이 무너졌으며, 2천5백여정보의 전답이 유실되는 등 한 마을 전체가 사상 유래가 없었던 홍수피해를 본 것이다. 이 참사는 효기리 마을에서 약 5백m 가량 떨어진 효기지(孝基池)에 갑작스런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나 제방이 무너지면서 빚어진 비극이었다.

일제 말기에 한해대책으로 축조한 효기지는 몽리면적 64정보에 불과한 저수지로 제방의 높이 15m, 길이 2백m, 너비 20m로 물넘이 시설과 배수구를 갖추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불어난 물의 중력을 이기지 못해 둑이 무너져 내리면서 저수지 아래에 위치한 효기리 마을을 덮친 것이다.

한 밤중, 그것도 불과 몇 시간동안 내린 비로 한 마을 전체를 송두리째 할퀴어버린 효기리 마을에서만 81명이었으며 인근 과리 16명, 척동 9명, 초동 4명을 합치면 110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가운데는 일가족 모두가 한꺼번에 몰사한 집만도 세집이 있었으며 이 밖에 두 집은 6명, 한 집은 일곱 식구를 잃었다. 그밖에 아버지와 아들 등 아홉 식구가 함께 당한 가정도 있었다.

그 후, 이 효기리 마을 사람들은 3백m 떨어진 곳에 새 터전을 잡아 새롭게 마을을 이루고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1918년 5월 18일 설치된 전주기상대에 따르면 전주지방의 최고 강수량은 1942년 8월 9일 전주에 내린 336.1mm라고 한다. 당시 인명피해는 사망 15명에 실종자는 29명이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이곳 효기리의 물난리는 강수량도 많거니와 인명피해도 월등하게 많다.

(2) 곰티재 버스 전복사고

마(魔)의 고개 곰티재, 전주와 진안을 잇는 높은 고갯길 곰티재는 전북에서 멀리 경남 · 북으로 통하는 국토횡단의 길로써 교통량이 많은데도 너무 험해서 ‘마의 곰티재’라고도 불려왔다. 물론 오늘날에야 4차선의 새 길이 뚫려 이 잿길은 별 쓸모가 없이 되었지만 60년대에는 이 고장의 큰 동맥이기도 했다.

1966년 6월 6일 하오 5시 30분의 일이다. 벌써 4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무주 구천동에서부터 정원을 훨씬 초과한 승객 70명을 태우고 전주쪽으로 넘어오던 버스가, 이 곰티재의 중간지점에서 약 1백40m의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 승객 1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5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큰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동아여객의 397호 버스였다.

이어 1개월 후인 7월 2일에도 이곳 곰티재에서는 다시 버스가 전복한 일이 있었다. 승객 2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또한 동아여객 소속의 버스였다. 당시 버스는 거의 모두가 미군 트럭 GMC를 개조한 것이었다. 이 버스도 당연히 노선면허는 취소됐다.

이리하여 곰티재의 교통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져 모래재에 새 도로를 개설할 것을 7월 7일에 결정하고 공사를 추진했다. 6년여만인 1972년 11월 17일 개통한 모래재 새 도로는 곰티재 보다 전주~진안간을 약 4Km를 단축시켰다. 그 후 전주 · 무주 유니버시아 대회가 열리던 1996년 전주~진안은 다시 4차선을 신설했다.

(3) 남원 초등생 열차사고

? … 가을 수학여행 길에 나선 남원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열차사고로 20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5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실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은 1971년 10월 13일이었다.

이날 아침 7시 25분, 남원에서 용산행 완행열차(192호 · 기관사 김진수0는 평상시나 다름없이 남원역을 출발했다. 그러나 약 1.5km 떨어진 고개를 오르던 중, 갑자기 기관고장이 일어나 정지하려 했지만 브레이크마져 고장으로 열차는 뒤로 달리기 시작, 마침내는 역구내에 머물고 있던 유조화물차(호남정유 1134호 · 10량)와 충돌,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남원초등 6년생 158명을 비롯, 모두 232명의 승객을 태운 사고 열차는 충돌한 순간애 부딪친 끝부분 객차가 탈선해 그 위로 다른 객차가 덮쳤다, 평온 했던 객차 안에서는 순식간에 어린이들의 비명과 신음소리로 뒤범벅이 되어 버렸다. 실로 생과 사의 순간이었고,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정비불량과 기관사의 무모한 열차운행이 한 순간에 수십명의 어린 생명을 잃게한 현장에는 사고소식에 줄달음쳐 온 학부모들의 애끊는 통곡과 함께 구조를 바라는 다급한 외침이 계속됐다.

그러나 육중한 열차에 깔린 어린 생명을 구하기는 쉽지 않아 희생자는 더 늘었다.

(4) 위도 여객선 전복사고

바로 엊그제 일어난 사고 같은데 벌써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1993년 10월 10일, 이날의 위도 날씨는 전형적인 한국의 쾌청한 가을 날씨였다.

그런데 이날 위도에서 2.5km 덜어진 해상에서 여객선의 전북으로 무려 2백92명의 승객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대형 해난사고가 발생, 나라 안팎을 놀라게 했다. 사고원인은 정원 2백7명의 여객선 서해훼리호에 무려 1백55명이나 초과한 3백62명이나 탔으니 배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사망자 중에는 중앙부처의 고급관리를 비롯, 군 고급장교, 경찰관 등도 많이 끼어 있었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주말에 바다 낚시를 즐기고 돌아가는 길에 현지 경찰의 정원단속도 무시한채 한꺼번에 몰려 탔다가 이러한 불상사를 일으킨 것이다. 이 사고야말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이었던 것이다.

이 사고에 그 이튿날 11일에는 황인성 국무총리가 현장에 달려와 사고수습을 살폈다. 이어 12일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헬기로 현장을 돌아보고 귀로에는 전주에 들러 병원 입원가료중인 환자들을 찾아 위문했다.

이 같은 공전의 돌발 사고에 당국애서는 사망자들에게 평균 1인당 9천8백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그밖에 생존자에게는 3천1백만원선에서 수습했다. 당시 기탁해온 일반의 성금은 91억원이었다. 그런데 이 선박의 해난사고는 중앙의 고급공무원, 고급장교, 또 경찰관들이 현지 경찰관의 단속을 무시한 탓으로 발생한 사고이어서 일반에서는 그들 전부에게 보상금을 지급에는 말썽이 없지도 않았다.

/이치백 (전북향토문화연구회장ㆍ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