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지인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내. 지난 3일 오전 도심 거리는 플라타너스 낙엽이 뒤덮고 있었다. 거리마다 곱게 물든 잎사귀들이 흩날리면서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했다.

도로와 인도 위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그대로 나둬 더 정겹게 다가왔다. 인구 22만의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관광도시로 알려져 있다. 프라이부르크시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국에서 연간 2만명이 시를 찾고 있다. 대부분 시의 환경정책을 배우기 위해서다. 연수단 일행은 첫 방문지로 환경정책의 선전본부 역할을 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찾았다. 이곳는 프라이부르크의 직업학교이면서 프라이부르크시의 에너지 정책을 홍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일행을 맞은 사람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홍보담당자인 크리스토퍼 리스씨였다. 그는 지구의 기온상승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세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말했다.

리스씨는 “이같은 기후변화 속에 태양광 에너지 활용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독일 및 유럽의 각국에서 태양광은 이미 산업화와 생활속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프라이부르크시가 있다. 그렇다면 프라이부르크는 왜 세계 환경수도라는 별칭을 가졌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1975년 핵발전소 반대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포도 주산지였던 프라이부르크 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은 당시 흑림지대와 친환경농산물의 낙진피해, 젖소농가의 유제품 피해를 우려하며 원전 반대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무조건적 핵발전소 건설 반대에 그치지 않았다. 반대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 대체에너지 연구 개발을 고민한 것이다. 이러한 대안으로 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은 태양광에 주목했다.

가장 먼저 환경단체 분트가 세계 최초 환경박람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자연광을 통해 전기를 얻는 것이었다. 박람회에서는 친환경 건축자재, 인테리어 재생지, 양모, 보릿짚, 빗물을 이용한 옥상녹화 등을 전시하고 교류했다.

결국 원전건설은 물건너갔으며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시 정책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결국 1980년대 자연과 태양 에너지 활용을 위한 계몽에 프라이부르크시가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운동에 힙입어 독일은 핵에너지 폐기를 선언했고 프라이부르크시는 1986년부터 자연 에너지를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부르크시가 내세운 에너지 정책은 3가지다. 첫째는 에너지 절약이다. 이로 인해 도심 밤거리는 대체로 컴컴하지만 주민들은 불편한 줄 모른다. 둘째는 열병합발전소를 만들어 뜨거운 열을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 태양광 에너지의 사용이다. 도심 곳곳 건축물 지붕에서 태양광 전지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시의 비좁은 규모를 고려해 지붕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것이다.

1989년부터는 자연과 태양열을 건축에 도입했다. 10년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태양열주거단지가 1,500세대가 넘게 건립됐다. 시청, 축구장을 비롯한 공공시설의 지붕과 벽면도 태양열전지판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태양광, 바이오매스, 수력, 지열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얻고 있으며, 1989년 이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프라이부르크시내에 사용중인 신재생 에너지 비율은 태양광 14.4%, 풍력발전 12.9% 바이오메스 7.3%, 수력 1.4% 등이다.

프라이부르크가 환경수도로 세계에 알려진 데에는 민간의 참여가 큰몫을 했다. 민간이 나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지금은 주택을 비롯해 호텔이나 축구장에 펀드를 가입한 뒤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큰 틀에서 에너지와 관련해 6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는 솔라전지판(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설치한 것이다. 이는 산업폐기물이 없고 수천개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왔다.

둘째는 시민참여를 유도한 전력매입법이다. 이는 바데노바 전기회사를 통해 의무적으로 전기를 매입해 시민에게 수익을 주는 정책이다. 금융권에서도 낮은 이자를 이용한 수익펀드로 수익성 있는 전기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 시민들에게 장려했다. 은행의 금리나 주식이 싸고 전기사업은 수익이 높아 보급률이 좋았다. 지금도 시민들은 이를 이용하고 있으며 건축물이나 축구장 등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셋째 프라이부르크시는 각종 프로젝트를 100개 정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연구, 연수하기 위해 솔라설비 시설 방문으로 관광객 수입이 증대하고 있다.

넷째 연구과 개발은 독일내 사설연구소로는 2위이며 솔라에너지 연구소에는 1,000여명이 고용되어 있을 정도다.

다섯째 건축물과 주거환경에 친환경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도심 대형 주차장이나 신사옥, 마트 등에도 태양광 에너지를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봉’ 생태마을을 꼽을 수 있다. 여섯째 프라이부르크시와 시의회에서 이산화탄소(CO₂) 절감 공약을 제시하고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겠다는 세부적 계획을 수립했다. 시의회와 시청은 2010년까지 사용에너지비중의 17%까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프라이부르크시의 환경행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시는 환경보호국을 비롯해 폐기물관리국, 에너지수도사업공급회사, 교통과, 공원녹지과, 도시계획과 등이 그물망처럼 부서별 네트워크와 협조체제가 구축돼 있다.

무엇보다 프라이부르크시의 건축법은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위해 연방건축법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건축물은 단열재 사용과 3중창을 원칙으로 한다. 시에서 건축허가시 건축법에 태양을 바라보고 창문을 설계하며 그림자의 폭(건물과 건물사이)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위해서 시청사 등과 공공건축물이 모범을 보였다. 태양광 전지판을 사용한 시청사는 도시의 상징이 됐고 축구장도 시민의 힘으로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1970년대 지은 오래된 건축물도 전지판을 부착하고 단열을 강화했다. 낡은 아파트도 현대화나 재개발과정에서 새로운 건축법에 의해 단열하고 솔라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친환경에너지정책의 실행과 함께 시민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시가 운행하는 트램에도 홍보물을 부착해 시민들에게 더 이상 화력발전이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시는 낡은 단독주택을 비롯해 시가지 전체의 항공사진지도를 작성해 개인주택의 지붕 색깔을 등급으로 구분(녹색, 노란, 파랑)했다. 시는 이를 가정에 인터넷으로 서비스해 시민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의지가 있다면 전문가를 소개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시에서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셈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홍보담당 리스씨는 “지금 프라이부르크시의 에너지정책은 시민들의 참여없이는 상상할 수도 없다”며 “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독일)=이용규 기자 lyg@sjbnews.com

보봉(Vauban)마을(지구)은 프라이부르크 도심에서 약 3㎞ 떨어진 11만평 규모의 생태마을이다. 한 때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주둔한 곳으로 1992년 철수한 곳에 생태마을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시가 4만 마르크를 지원, 생태마을 건설을 위한 시민자치모임인 ‘포럼 보봉’이 출범됐다. 현재는 5,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파시브 주택’이 보봉마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보봉마을 주택들은 전면 남행배치이고 창을 최대한 넓히고 대신에 건축물 북쪽은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나무로 외벽처리했으며, 특수 유리를 사용해 열은 흡수하지만 방출되지않게, 건물 내부는 따뜻하게 데워진 공기가 실내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봉마을 주택은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절약형을 사용하고 환경운동 관련자나 생태, 에너지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보통 독일에서 주택은 1주택 1주차장인데 보봉마을은 주차장을 주택단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해 집에까지 걸어가도록 자동차와 주민의 생활공간을 적절히 분리했다는 점이다. 420여가구 1,000여명의 주민이 사는 단지에 주차대수를 350대로 엄격히 제한한 것이다.

자동차가 불편하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편리한 도시설계를 통해 보봉마을은 ‘차량통행을 최소화하는 주거단지’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대신에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 노선이 주거단지를 통과하게 하는 교통체계를 마련,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했다. 마을의 특징은 부촌도 빈촌도 중산층도 아닌 모두가 같이 사는 마을로 친환경적으로 설계됐고 주택은 이렇다할 담장도 없으며, 옛날 사람들이 살던 방식, 삶의 양식을 회복하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마을인 셈이다.

보봉마을은 크게 3가지의 방향이 있다. 첫째,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는 ‘파시브 주택’이다. 주민들이 설치한 태양광 전지판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고 다시 사서 쓴다. 엄밀히 말하면 비싸게 팔아서 싸게 다시 사서 쓰는 방식이다. 개인 연립주택은 개별 주택을 색깔로 칠해서 가구별로 구분하고 있다. 둘째는 생태마을 지향이다. 마을 하수구며 어린이 놀이터도 인공적인 재질보다는 모래, 흙, 통나무, 밧줄, 풀들을 그대로 나두고 어린이들이 자연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집 앞이나 뒷 뜰에는 모두 정원 아니면 채소를 가꾸는 텃밭이 활용하고 모든 도로에는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으며 보행자와 자전거만 통행이 가능토록 했다.

셋째, 보봉마을 회관‘saar’는 지역공동체를 실천하는 마을회의가 회관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주민 공동체를 위한 인간성 회복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보봉마을은 어려운 점도 있다. 바로 일반 건축물보다 3배이사 비싼 건축비다. 하이테크 건축재료, 단열재, 3중창 유리문, 태양열팬 설치에 따른 건축비가 큰 부담이며 보통 보봉지구의 집값이 한 채당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껑충뛰었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부르크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홍보담당 리스씨는 “군사 기지에서 생태마을로 탈바꿈한 보봉지구는 상당수가 과거 환경운동 등에 참여한 운동가들이 이주해 온 곳으로 보통 도시의 편리함 보다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생태마을로 가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독일)=이용규 기자 lyg@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