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 제원 샘! 제가 어제 수유+너머라 불리는 연구공간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주제발표를 하시는 이진경 교수님이 “실재를 개념으로 표현할 경우 오컴의 면도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오컴이 누구에요? 중세의 수도사라고 하던데요. 우리가 어떤 것을 설명하려고 할 때 그가 주장한 ‘오컴의 면도칼’이라고 불리는 원리가 그렇게 유용한 원리인가요?

제원: 1285년 오컴은 요크셔의 오컴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는데 지적으로 뛰어났지만 반대파와의 끝없는 대립으로 힘든 생애를 보낸 신학자란다. 특히 교황 요하네스 22세의 칙령을 검토해 교황이 이단이고 사이비라고 공표함으로써 지배적 권위에 도전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최대의 수도회였던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사제 및 수도자들에게 엄격한 청빈을 요구함으로써 지배 계급과 부조리에 저항한 풍운아라고 할 수 있지. 두 번째 질문인 오컴의 면도칼은 무척 유용한 원리란다. 연구방법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설명해주도록 하마. 선아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지난 6개월 동안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상대방이 여러 이유를 들어 데이트를 거절했다고 하자. 가령,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너무 바쁘다든지, 승진시험이 있다든지, 너무 피곤해서라든지, 집안에 경조사가 있다든지 등의 이유로 말이야. 그러면 선아의 기분은 어떨까? 내 생각으로는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자존심에도 상처가 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하고 등등... 하지만 선아가 좋아하니까, 선아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시키려고 할 것이야.

선아: 헐~ 아닌데요. 저 쿨 하거든요.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도 저를 싫어한다면 저도 연연해하지 않거든요. 샘의 여친인 선아 샘도 그러지 않나요~

제원: 그러니? 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렴. 이럴 때 오컴이면 어떻게 생각하고 답할 것 같으니? 오컴은 선아와 같이 쿨하고 단호하게 답할 거야. 그래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 나도 이제 너에 대해 관심 갖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오컴의 면도칼’을 사용하는 것이지

선아: 그렇군요. 샘의 말을 듣다보니 루드비히 비트켄슈타인이 “바퀴가 아무것도 돌리지 않고 혼자 돌아간다면, 그 바퀴는 메커니즘의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주어진 과정을 이해하는데 불필요한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경우, 그것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의미라면서요?

제원: 맞아 선아야! 동일한 의미를 가진 여러 설명이 있다면 가장 단순한 설명이 복잡한 설명 보다 우선적으로 채택되어야 한다는 말이지. 즉 단순한 설명으로 충분한데 복잡한 설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야. 오컴의 면도칼 이야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고, 이와 관련해 논술과 논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명제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선아: 오컴의 면도칼이 명제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요? 혹시 유비 추론적 사고를 하시는 것 아닌가요? 맞죠?

제원: ~^^* 논증을 구성하는 명제(proposition)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는 여러 종류의 문장을 사용해서 대화를 하지만 논리적 글쓰기는 서술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너도 알지? 서술문만 써야 하는 이유는 서술문을 제외하고는 글의 의미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어서란다. 예를 들어 의문문은 질문을 하는 것이므로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고 감탄문은 마음 속의 느낌을 표현하므로 다른 사람의 느낌이 자신과 똑 같은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단다. 따라서 논리적인 글은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므로 그와 같은 글을 이루는 문장을 명제라고 한단다. 즉 명제는 참이나 거짓을 가릴 수 있는 문장을 의미한단다. 하지만 서술문이라고 해서 전부 다 명제가 되는 것은 아니야. 명제는 서술문이지만 서술문은 다 명제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지. 예를 들어 ‘신은 있다’는 문장은 서술문이지만 명제가 아니야.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선아: 샘의 말을 간추리면 “명제는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서술문이다.”고 정의할 수 있겠군요.

제원: 이와 관련해 문장, 명제, 진술 관계로부터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의 두 문장을 보도록 하자. “①관우는 적토마를 가졌다. ②관우는 하루 천리를 달리는 말을 가졌다.” 먼저 문장이 둘 인 것은 너도 알겠지?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와 단어의 배열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장과 문장의 관계를 볼 때 두 문장은 동일한 명제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두 문장이 동일한 명제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할까? 명확한 것은 제시된 두 문장은 모두 다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으니까 명제라고 할 수 있단다. 그러면 ①번 문장과 ②번 문장은 같은 명제라고 할 수 있을까? 답을 말하면 두 문장은 서로 다른 명제란다. 두 문장이 표현하는 의미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란다. 즉 적토마는 ‘하루 천리를 다루는 말’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즉, 문장의 의미가 같을 때 문장들에 대해 그것들은 서로 다른 명제라고 말한단다.

선아: 무엇을 진술이라고 하는 것이에요?

제원: 진술은 외적으로는 문장이나 명제와 차이가 없지만 문장을 통해서 화자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구분한 개념을 말하는 것이란다.

선아: 예를 들어 설명해주세요.

제원: 위에서 제시한 예를 통해서 설명하도록 하마. 만약 화자가 적토마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로 알고 있다면 두 문장은 같은 진술이라고 할 수 있단다. 이처럼 두 문장이 의미상 구분되어 서로 다른 명제이지만 상황을 고려해 같은 내용을 말한다면 그 것들은 같은 진술이라고 할 수 있단다. 따라서 위의 예에서는 두 개의 문장, 두 개의 명제, 상황이 충족된다면 한 개의 진술이 있다고 할 수 있단다.

선아: 그러니까, 진술은 화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제원: 명제의 종류를 살펴보도록 하자. 전달하려는 정보의 개수에 따라 명제는 단순명제와 복합명제로 구분 된단다. 단순명제는 주어와 술어가 하나로 이루어져 하나의 정보만 알려주는 명제를 의미한단다. “하늘은 파랗다. 구름은 하얗다” 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지. 복합명제(합성명제)는 두 개 이상의 단순명제가 결합된 명제로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가 이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주어가 술어의 의미를 포함하는지에 따라서도 분석명제와 종합명제로 구분할 수 있단다. 분석명제란 주어에 술어의 의미가 들어있는 명제로 새로운 정보를 주지 않는 명제를 말한단다. 그 예로 “총각은 결혼하지 않는 남자이다.”를 들 수 있단다. 이에 비해 종합명제는 주어에 술어의 의미가 들어있지 않은 명제를 말한단다. “하늘은 파랗다”와 같은 명제인데 하늘이 파란지, 파랗지 않은지는 사실과 맞는지 확인해야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단다. 대상을 단언적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르면 정언명제와 가언명제로 나눌 수 있단다. 정언명제는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서 단언적으로 말하는 명제’이다. 일반적으로 주어와 술어관계로 구성된 서술형 명제를 의미한다. 가언명제는 조건명제라고 불리는 것으로 “만일 A이면 B이다.”와 같은 형식을 취하는 명제를 의미한다. 여기서 A와 B는 정언명제가 된다. 이 경우 A를 전건, B를 후건이라고 한다. 예로 “만일 비가 온다면 소풍은 취소될 것이다.”를 들 수 가 있단다. 이 외에도 연언명제와 선언명제가 있단다. 연언명제는 ‘∼이고 ∼이다’라는 형식의 명제를 의미한다. “나는 남자이고 학생이다.”라는 사례에서 보듯이 두 개의 정언명제를 묶어 놓은 명제를 의미한단다. 선언명제는 ‘∼이거나 ∼이다’라는 형식으로 두 개의 단순명제가 결합된 명제를 의미한단다. 이 때 두 개의 단순명제를 선언지라고 부른다.

선아: 샘! 그런데 논술학습에서 명제를 학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원: 논증을 공부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단다. 논증의 정의가 무엇이니? ‘근거와 주장으로 이루어진 명제들의 집합’ 아니겠니? 따라서 우리가 주장이나 근거라고 불리는 것들은 전부 명제이고 명제들로 구성된 집합에서 각 명제간의 관계나 명제의 진위를 따져보는 것이 바로 타당성에 대한 물음인 비판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란다.

선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명제는 논증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논증의 목적이 명제간의 관계와 명제의 일부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것이므로 명제는 의미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제원: 다음 시간에는 오늘 배운 명제를 바탕으로 논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해보기로 하자. 논술을 논증이라고 단정하거나 논증만 잘 하면 논술을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샘도 있는데 논증만 안다고 해서 논술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단지 논증이 논술의 핵심을 이루는 한 요소라는 점은 사실임에는 분명하단다. 선아야! 2011년에 샘이 이루고 싶은 것이 뭔 줄 아니?

선아: 잘 모르겠어요~

제원: 개인적으로는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는 것과 전북지역의 논술과 독서교육 만큼은 공교육이 사교육을 능가하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단다. 여타의 질문은 제원 샘의 논리 · 논증 · 논술교실(http://cafe.naver.com/pjwlogic)에서 다뤄보도록 하자.

/박제원(완산고 사회교사, 前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지원단 자문교사)


1.핵심논지

1. 주어와 서술어를 갖추고 의미를 표현하는 최소 단위는 문장, 명제, 진술

2. 논증은 명제를 바탕으로 명제의 진위와 명제간의 관계정도를 판단하는 것

3. 논술은 논증이라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논증이 논술의 핵심적 요소인 것은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