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미술사 3-②] 부안유천리 가마출토의 고려상감청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1.11.25 13:12

고려청자의 본격적인 발달이 있었던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전후반에 걸친 청자가마군으로는 부안 일대의 청자가마 들이 있다.부안 청자요지는 줄포만(灣)을 중심으로 처음에는 고창 아산면 용계리, 반압리 일대에서 시작되었으며, 12세기 전반 경에는 부안 우동리와 진서리를 거쳐 12세기 후반 경에는 부안 유천리 일대에서 비색청자와 상감청자를 활발하게 제작해 나간다. 전성기의 고려 비색청자(秘色靑瓷)와 상감청자(象嵌靑瓷)의 대표적인 제작지로 전북 부안 일대에 산재해 있는 가마터들은 전남 강진 일대의청자가마터들과 함께 우리나라 고려청자 가마터의 쌍벽으로 이름 높다. 부안 유천리 가마터는 20세기 초부터 주목되어 이 일대에 대한 조사가 있어왔으나 강진에서와 같은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그 동안 농지 경작으로 인한 현상변형과 청자 파편의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자료의 흩어짐이 심해 가마터의 보존 및 성격 규명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하였다. 일제시대부터 일본인들이 이곳에서 청자편을 대량 반출하여 매각하곤 하였는데, 현재 이화여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약 5000여 점의청자 파편도 일제시대 정읍에 살던 일본인 신덴 야스토시(深田泰壽)가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12호를 중심으로 한 가마터에서 도굴하여 개인적으로 갖고있던 30가마니 중 20여 가마니 분을 1958년에 구입한 것이다.이화여대박물관은 이들 파편에 대한 분류와 복원작업을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하여 20여년이 지난 1980년 초에 작업을 마치고1983년 5월에 '부안 유천리 요(窯) 고려청자' 에 관한 전시회와 도록을 출판하여 하계에 소개한 바가 있다.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고려청자들을 통해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전후 반에 걸쳐 비색청자와 상감청자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주로 제작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상감청자의 기형과 문양·유색·안료의 사용 등이 정교하고, 고려(高麗)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다양한 작품들이 강진의 청자가마에서 만들어진 것을 능가하는 뛰어난 작품들이 제작되었음을 실감케 하였다. 강진가마의 발굴을 통하여 양이정을 덮었던 청자기와가 그 곳에서 생산되었음을 확인하였듯이 부안 가마에서 만들어진 청자편들에서 청자투각돈(墩=의자)과 청자도판 등이 이곳에서 생산되었음을 알 수 있었으며, 특히 명종(明宗)의 지릉(神宗5년;1202년)에서 출토된 12점의 청자들이 이곳에서 제작되었음이 확인되었다.부안 유천리 가마에서 만들어진 고려 청자들로는 각종 투각(透刻) 기법의 돈(墩)과 향로·화분 등의 대편(臺片)들과 음각·양각의 접시·완·발·병·매병·탁잔·합등의 청자편들이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에 걸친 것으로 추정되었다. 특히 상감기법으로 완성된 도판(陶板)들은 32cm×23cm 크기의 장방형으로 국화와 모란·운룡(雲龍)·운학(雲鶴)·연못과 버드나무와 오리 문양이 시문된 부안 가마 특유의 것이었으며, 마름모꼴·옷걸이 꼴 모양도 있었다.장고(長鼓)에 음각·철화·철백화·상감의 모란당초문(牧丹唐椒紋)이 시문된 예들과 청자종(鐘)·용두당(龍頭幢)·피리(笛)·전(塼)·접시·화분들은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진귀한 청자들이었다. 상감의 기법이 무르익은 운학문·국화문·모란문·포류수금문(蒲柳水禽紋)·여지문(　枝紋)·연화문(蓮花紋)·포도문(葡萄紋)·인물문등이 서정적이며 회화적으로 시문되어 자연을 동경해 마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병·매병·주전자·탁잔·호·화분·합·베개·접시·대반 등의 기형에 시문된고려화(高麗化)된 작품들도 청자상감운학문매병·청자상감포도문병, 청자상감인물문병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특히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의 'S자형'의 동체(胴體)에 시문된 굵직한 구름과 살아있는 듯한 학의 나는 모습이 시문된 매병과, 정원의 꽃나무아래에서 그림을 감상하거나 악기를 타거나 거울을 보는 여덟 명의 궁인(宮人)들의 모습이 시문된 매병은 한폭의 그림과 같이 뛰어난 작품으로 13세기를 중심으로 하는 상감청자의 전성기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1m에 가까운 청자상감파룡문매병의 예는 고려청자가 작다고 하는 종래의 견해가충분히 않음을 말해 주었다.아울러 상감청자의 가마터에서 상감백자를 포한한 음각백자·양각백자·상형백자편이 출토되어 고려백자가 청자가마에서 제작되었음을 알려주었다.백자음각모란문병은 유려한 곡선의 쭉 뻗은 긴 목과 충만한 동체를 지닌 뛰어난 작품으로 고려백자를 대표한다 할 수 있다. 또한 매우 드물게 산화동(酸化銅)을 안료로 칠한 동채청자(銅彩靑瓷)의 화분과 병편들과 산화철(酸化鐵)로 그린 철화백자(鐵畵白瓷)와자토니(　土泥)·백토니(白土泥)로 그린 철백자청자(鐵白瓷靑瓷) 편들도 출토되어 주목되었다. 이들 청자의 유색(釉色)은 녹색이 짙은 청자유와 투명한 청자유가 함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기벽은 두꺼워져 가고 있다. 굽다리의 규석(硅石)받침도 커져가고, 말끔히 마무리까지 않은 예도 있었으며, 큰 기형에는 점토가 섞인 모래받침으로 받쳐 구운 매병이나 호의 파편들의 예가많아 지고 있다. 또한 청자의 굽바닥에 '조청(照淸)' '효문(孝文)'등의 명문(銘文)이 음각된 예가 있어 당시 청자를 제작하던 장인(匠人)의 이름으로 추정되었으며, 현존하는 청자음각연화문'효문'명매병(靑瓷陰刻蓮花紋孝文銘梅甁;호암미술관소장)등이 이곳 부안 가마에서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1990년과 1998년 원광대학교박물관에 의해 발굴조사된 부안 유천리 28호, 29호 가마터에서는 가마길이 14m, 가마폭1.2m, 가마아궁이 1.47m 크기로 경사도 12도의 자연 경사면을 이용한 통가마식의 등요가 출토되었다. 특이한 것은 가마아궁이의 불턱이 수직면으로 높이가 82cm였으며, 다른 지역의 가마구조와는 다른 것이었다. 출토유물들은 무문청자·음각청자·양각청자·투각청자·철백화청자·상감청자들로 접시·대접·잔·매병·광구병·향완·마상배·통형잔·합·장고·대합·병들이었으며, 음각의 앵무문·모란문과 양각의 연판문·모란문 그리고 상감의 운학문·국화문·영지문·초화문 등이 시문된 청자들이었다. 아울러 규석받침대·도지미와 갑발편 등의 가마용구가 다양하게 발견되었다. 대체로 12세기말, 13세기 초에 걸친 청자가마로 부안 유천리 12호 가마와는 떨어져 있으나 같은 성격의 청자를 제작하던 가마터였음이 밝혀졌었다.따라서 부안 유천리 가마 역시 비슷한 구조였음이 추정되어, 수직의 가마 불턱이 특징임을 알 수 있게 하였다.13세기는 1196년 최충헌에 의해 정권이 안정된 후, 최우·최항·최의에 이르는 시대 62년간 최씨 무신정권이 확립되어 다스려간 무신집권시기였다.또한, 1231년부터 40여 년간 몽고의 침입이 시작되어 강화도를 중심으로 대몽항쟁이 계속된 시기였으며, 1270년에서 73년까지 삼별초에 의해진도와 제주도에서 항쟁이 이루어 졌던 시기였다. 이처럼 최씨 무신정권에 의해 다스려지고, 몽고의 침입으로 점철된 이 시기에 상감청자로 대표되는 고려청자는 그 특유의 기형과 문양, 기법이 발견되는 양상을 보여준다.특히 남송(南宋)과의 국교단절로 인해 외부 문화의 자극이 없어지고, 고려자체 내의 축적되고 성숙된 청자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기형과문양에서 중국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고려적인 기형과 문양의 세계가 확대되어 고려화(高麗化) 된 청자문화를 전개하는 것이 부안 유천리 가마터의 청자에서 보여지는 특징들이다.최씨 무신정권에 의해 부안 유천리 청자가마의 제작활동이 보호되고 권장되어, 강진 사당리 청자가마보다 더욱 뛰어나고 아름다운 상감청자의수많은 자품들이 제작된 것으로, 부안 유천리 가마야말로 13세기 고려상감청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12세기 후반, 13세기의 청자는 음각·양각·투각 기법의 청자·백자를 필두로 해서 상감기법이 널리 쓰이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철화(鐵畵)·동채(銅彩)·철백화(鐵白　)기법이 골고루 쓰이면서 기형의 다양함에 있어서나 문양의 화려함, 그리고 청자유약의 투명하고 맑은 시유 등으로 아름다운 고려청자를 만들던 청자의 전성기로, 이 때의 모습을 부안 유천리 가마에서 제작된 고려청자(高麗靑瓷) 편(片)들로 대표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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