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든 독주 18사발 마셔
사약든 독주 18사발 마셔
  • 조정형 명인
  • 승인 2012.01.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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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의 술술술](7)바른말 잘하는 임형수의 두주
기개와 지조를 지키면서 옳은 말을 하다 목숨을 잃은 훌륭한 선비가 많이 있었으니 기사사화 때 제물이 돼 희생당한 임형수도 그런 인물이었다. 그는 명종 30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이 부제학까지 올랐다. 문장을 잘하며 활도 잘 쏘았고 풍채가 좋으며 기개가 높은 인물이었다.

대윤, 소윤이라는 말이 한참 시끄러워 세상이 어지러워 갈 때 임형수는 동생에게 “만일 한두 놈만 곤장을 치면 이것이 가라앉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소윤의 윤원로, 윤원형 형제를 가리킨 말이었다. 이말이 화근이 돼 인종 1년 제주목사로 좌천됐다.

임형수는 대윤의 거두 윤임의 이웃에 살았다. 오랫동안 언관으로 있으면서 서로 친하게 왕래했다고 해 결국 관직을 삭탈당했고, 윤원형을 죽여야 한다는 말을 조정에서 크게 부르짖었기 때문에 귀양지에 이르기도 전에 나주 본가에서 무참히 죽음을 당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말하길 “새벽종이 울고 시간이 다 됐으니 목숨이 경각에 있다는 말이 바로 이 순간이구나”라고 빙그레 웃으면서 최후를 마쳤다.

그는 주량이 세어 사약으로 받은 독주를 열여섯 사발이나 마셨는데 까딱하지 않으므로 다시 두 사발을 더 마셨다. 그래도 말똥말똥하자 마침내 목을 졸라 죽였다고 한다. 그는 독주를 받아 들고 크게 웃으며 “이 술은 잔을 주고 받는 법이 없도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종 한 사람이 울면서 안주를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는 물리치면서 “향도들이 벌술을 마실 때에도 안주는 안 쓰는 법인데 이게 어떤 술인가”라고 외치며 쭉 들이켰다고 한다.

그 뒤 퇴계 이황이 임형수의 사람됨을 높이 평가해 참으로 재주가 기이한 사람이었는데 죄 없이 죽었으니 정말 원통하기 한량없다고 애석함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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