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트랙터에 IT기술 접목 세계-미래로‘시동’

[전북의 재발견]-전략산업…⑥첨단 농기계산업

기사 작성: 정성학 기자 - 2012.01.10 20:45

벤츠, 포드, 피아트, 스바루, 랜드로버, 람보르기니 등 세계유수 완성차사의 공통점은 뭘까? 농기계 제작사로 출발했거나 생산했고, 지금은 내로라하는 명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는 것이다. 논밭을 일구던 농기계를 포장도로로 끌어내거나, 반대로 온로드용 자동차를 농작업용으로 개조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농도 전북에서도 그 꿈이 영글고 있다. 국책사업인 첨단 농기계클러스터 조성이다.

△트랙터가 IT를 만났을때= 김제 광활이 고향인 이상열(40·경기도 평택)씨는 ‘투잡족’이다. 평일에는 수도권에서 수입산 대형트럭 딜러로, 주말이면 낙향해 고령의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는다. 평택과 김제를 오르내리는 농사가 만만할 일 없다.

더욱이 농토는 3만3,000여㎡(1만여평)에 이르고 봄~가을은 벼농사, 겨울엔 시설 감자까지 재배한다. 하지만 부업마냥 거뜬히 해낸다. 이씨는 “예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이앙기와 콤바인, 건조기와 정미기까지 자동화된 농기계를 사들이면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이 접목된 농기계가 자동화되면서 일손이 대폭 줄어든 덕이다. 손으로 힘겹게 돌려 엔진을 살리던 경운기, 낱곡과 짚이 따로따로 쏟아지던 반자동 콤바인도 옛말이 됐다. 이같은 변화는 농기계 양산현장에서 더 거세다.

국내 트랙터 4인방인 LS엠트론 전주공장은 세계적인 스포츠카사 람보르기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람보르기니처럼 트락토라체(트랙터)를 앞세워 스포츠카사로 발돋움 하겠다는 건 아니다. 최근 내놓는 제품마다 그만큼 멋스럽다는 얘기다.

실제로 LS엠트론 트랙터는 여느 승용차에 못지않은 디자인과 편의성을 자랑한다. 투박했던 외관은 자동차 디자인을 채용해 매끈해졌고, 자동변속기에 냉·온장고까지 갖췄다. 편의장비만 따지면 이른바 사장님차로 불리는 쇼퍼드리븐카 못지않다.

장착이 가능한 농작업기는 무려 48종에 달하고 조이스틱으로 누구나 간편하게 조작할 수도 있는 IT 융합형 농기계이다. 때문에 해외시장 반응도 뜨겁다. 앞서 세계 2위 농기계사인 CNH사와 2만5,000대 납품계약을 맺고 북미까지 진출해 그 인기를 입증했다.

△농사는 자연이 짓는다(?)= “햇빛과 흙 없이도 농사를 짓고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이 풀을 뽑으며 농축산물 생산과정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달될 날도 머지 않았다.” 농기계산업을 연구해온 농촌진흥청 김병갑 연구사의 전망이다.

익산에선 이미 태양도, 토양도 필요없는 농사가 시작됐다. 전북대가 익산캠퍼스에 만든 ‘식물공장’이다. 첨단 발광다이오드(LED)와 영양분 자동공급 기술로 햇빛과 흙 없이도 상추부터 인삼까지 재배하고 있다. 병해충이 번질세라, 물꼬는 어떻게 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깻잎은 3주, 청경채는 4주면 수확할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른데다, 유용한 성분만 다량 함유토록 유도할 수도 있다. 미래형 농업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 농업용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스스로 제초 작업을 하거나, 당도를 측정해 선별하고 병해충을 감시하는 농기계 등이다. 시설하우스용 무인 농약살포기는 이미 전북대와 전주대가 개발했다. 선진국에선 옷처럼 입으면 큰 힘을 낼 수 있거나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 작동하는 농기계 등 광범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이같은 미래형 농기계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부턴 전북에서도 본격화된다. 김제 백산면 지평선산업단지에 조성중인 ‘첨단 농기계클러스터’이다. 정부와 전북도, 김제시와 전북대 등이 손잡고 만드는 국내 첫 농기계 특화단지이다.

2018년까지 총 1,400억 원을 들여 66만㎡(약 20만평)를 조성한다. 이중 33만㎡는 내년 6월 준공된다. 연구기관과 제작사가 집적화된다는 게 특징이다. 핵심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IT융합 차세대농기계 종합기술지원센터는 다음달 준공된다. 6월에는 실외시험장도 완공된다.

전북도 정권모 뿌리산업담당은 “클러스터는 미래 지향성, 수출 전략형 농기계를 연구하고 생산토록 계획됐다. 따라서 농도 전북은 새롭게 주목받게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전북의 농기계산업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전북발전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농기계사는 약 430여개, 이중 도내에 41개사가 가동되고 있다. 전국 총매출액의 25~30% 가량을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제작사 ‘빅4’로 꼽히는 완주 LS엠트론과 익산 동양물산을 둔 결과다. 나머지 2개사는 대구 대동공업과 충북 국제종합기계이다.

내수시장은 정체기, 수출시장은 활황세를 탔다는 게 특징이다. 내수시장은 2007년(1조2,000억원)을 정점으로 현재 1조원 안팎을 오르내린다. 1990년대 시작된 농기계 보급사업이 끝난데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액은 2010년 기준 4억3,300만 달러로 최근 10년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시장 점유율은 1% 안팎이다. 정부는 2018년 3.7%까지 끌어올려 세계 4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제 농기계클러스터를 앞세운 수출 전략상품화이다. 신기술 개발과 수출전선 다변화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농촌진흥청 김병갑 연구사는 “우리 수출시장은 미국과 유럽 중심이라 협소한데다, 특히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농기계까지 환경규제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수출시장을 아시아권으로 넓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에너지 절약과 배출가스 저감 등 환경규제를 뚫을 신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북의 미래에 대해선 밝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북은 이미 많은 기업이 집적화된데다 연구개발도 다른 지방보다 활발한 편이다. 무엇보다 농업기관이 대거 혁신도시로 이전하고 미래 농업을 시험할 수 있는 새만금도 개발되고 있다. 그런면에서 인프라는 충분하다. 앞으론 이같은 산·학·연·관의 역량을 어떻게 결집시켜 상승효과를 극대화시킬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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