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목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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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으로 전하는 땀과 혼…그보다더귀한건없죠”
명장의 혼을 따라 (20) - 김종호 목기장
2012년 01월 18일 (수)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 김 목기장이 능숙한 솜씨로 목기를 깎고 있다. 그는 손으로 만들거나 다듬지 않고서는 애착이 있을 수 없다며 그것이 수공예를 고집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장이’와 ‘쟁이’가 있다. 장이는 특정한 분야에 대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건축공사에서 바닥이나 벽에 시멘트 등을 바르는 ‘미장이’가 그 예다. 쟁이는 어떤 속성을 가진 사람을 낮춰 이르는 말이다. ‘수다쟁이’나 ‘뚜쟁이’는 그런 예 중의 하나다. 모두 낮잡아 이르는 표현들이다. 32년동안 목기만을 제작해온 김종호(52)씨는 스스로를 ‘목기쟁이’라고 한다. 목기 제작에 관한 기술과 연륜으로 치면 ‘명장’은 못돼도 최소한 ‘장이’ 정도는 된다. 하지만 쟁이라 불리기를 바란다. 그래야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직업이 미천해서도, 겸양의 미덕도 아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작에 미쳐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신념에서다. 이미 기계를 통해 똑같은 물건이 쏙쏙 나오는 자동화시대에, 굳이 손으로 직접 제작해야 맛이 난다는 고집에 장인정신의 투혼과 가치가 투영되어 있다.

제작노트
① 목기에 쓰이는 나무를 잘 골라야 건조과정에서 갈라짐이 덜하고 목질이 단단하다.
② 1차 구상한 모형을 감안해서 크기, 높이, 지름에 맞게 자른다.
③ 초가리를 통해 기본적인 모형을 뜬다.
④ 그늘에 6개월가량 자연 건조시킨다. 바루나 뚜껑 등에 사용되는 목재는 2년 가량 건조시킨다.
⑤ 깎은 모형을 사포질로 부드럽게 다듬는다.
⑥ 사포질과 옻칠을 6~7회 반복해서 완성한다.

아직도 목기 하면 남원이다. 지리산을 끼고 있어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박달나무 등 목재가 풍부한 곳이다. 남원의 목기는 모양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목질이 단단하며 화학칠 대신 옻칠을 한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명품으로 인정받아온 터다.

어현동의 목공예단지 내에 있는 ‘가나목기’. 몇 년 전 이 곳에 화재가 발생해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명절을 맞아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쉴 틈이 없다. 자그마한 공장의 마당에는 목재들이 쌓여 가공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내부에 들어가니 목기를 깎는 작업자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초가리와 재가리 등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제작에 열중이다. 목기를 깎을 때 기계로부터 튀어나는 나무의 잔재들이 바닥에 쌓여간다. 김씨 역시 능숙하고 목기를 깎는 솜씨를 보인다.

“남원은 지리산과 인접해 재료가 풍부합니다. 목기에 좋은 입지조건이죠. 문헌에 따르면 목기는 실상사가 있어서 발달했다고 해요. 통일신라 후기에 실상사에서 3000명이나 있었답니다. 주변에 민가들의 왕래도 많았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기를 이용했겠어요. 그래서 목기는 주로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루가 주류를 이뤘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목기도 제기가 많지만 사찰에서 쓰는 목기도 상당량을 차지합니다.”

   
  ▲ 모형의 크기에 맞게 자른 목기  
 
△실패의 반복과 신비로움에 감동

김씨가 목기를 배우기 시작한 건 주변환경의 영향이 컸다. 우연히 공방을 갔다가 손 끝에서 만들어지는 예술품에 감동을 받았다. 즉시 “배우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허락을 받았다. 곧장 당시 가르침을 허락한 선생님을 따라 산내면에 위치한 ‘목기기술학교’를 다녔다. 그렇게 시작한 게 어느덧 3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동안 힘든 과정도 숱하게 거쳤다. “한 분야의 기술을 숙련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수십 번 수백 번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보기에는 쉬운데 막상 해보니 엉터리더라고요. 더구나 육체적으로도 힘들어서 웬만한 의지가 아니면 중도포기하고 맙니다. 저 역시 초기에 익혀갈 때는 일을 놓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손 끝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새로운 모형이 만들어진다는 게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그런 매력이 참고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18시간을 꼬박 일해도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였던 것 같아요.”

   
  ▲ 작품‘컵세트  
 
△손바닥의 군살과 피멍은 훈장

김씨는 최근 경영에 힘쓰느라 현장에서 일손을 줄였다. 하지만 아직도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굳은 살이 박혀 있다. 그야말로 목기쟁이의 훈장이다.

“처음 배울 때는 손바닥에 피멍이 없는 날이 별로 없었습니다. 기계가 도입되기 전에는 짜구(자귀)로 다듬었거든요. 목기를 다듬을 때 칼을 지렛대 식으로 잡습니다. 손가락 사이에 나무를 꽉 끼워야 하기 때문에 손에 군살이 박히고 피멍이 듭니다. 당시 낮에 일을 마치고 저녁에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손이 쓰리기 때문에 피멍이 든 부위를 다시 붙도록 하느라 바늘을 손바닥에 찌릅니다. 그러면 피가 실을 통해 흘러나오죠. 그렇게 몇날 며칠 밤을 납니다. 손바닥은 물론이고 손등도 멍이 드는 건 다반사죠”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런 고통을 주변에서 알 리 없었다. 가까운 지인들조차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주변에 제법 당구를 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어느 날 제가 친구들을 만나러 당구장에 갔죠. 그런데 제 손을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라고요. 그리고 묻더군요. 당구를 1천점 정도 치냐는 겁니다. 그래 전혀 못 친다고 했죠. 그런데 믿지를 않더군요. 그리고는 ‘고수와는 안 친다’며 결국 저를 빼고 치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구를 많이 연습하면 ‘큐질’을 하느라 엄지와 검지 사이에 살이 박힌다는 거에요. 그런데 사실 저는 아직까지 당구의 당자도 모릅니다.”

   
  ▲ 초가리를 마친 목기를 건조하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보다 수공예의 가치를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의 종류는 목기와 제기다. 목기는 절에서 쓰는 바루를 비롯해 함지박, 식탁의 밥그릇, 수저, 찬세트 등이다. 제기는 이미 목공예단지에서 널리 나오는 제품이다. 그의 제작과정이 다른 공장과 다른 게 있다. 나무를 깎는 과정이다. 기계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모든 공정을 관통하는 업체와 달리 아직도 손을 이용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거치는 모든 제품은 모양과 질이 똑같다. 하지만 손을 거치면 모양도 크기도 다르다. 특히 손맛이 들어가야 제 기능을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수공예를 하는 걸 어쩌면 불필요한 고집이라고 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수작업이야말로 제작자의 땀과 혼이 들어가는 겁니다. 질을 비교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그만큼 가치가 높은 명품이라는 겁니다. 더욱이 쟁이는 자기 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작품 하나 나오는 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정도 걸립니다. 그보다 귀한 게 없죠. 손으로 만들거나 다듬지 않고서는 애착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내 손 끝 하나 하나가 전달됐을 때 자식처럼 느낄 수 있고 어디에 내놔도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기계로 만드는 건 작품은 물론 제품이 아닙니다. 상품이죠.”

김씨는 손 끝에서 만들어지는 건 질감부터 다르다고 한다. 나무의 특성과 결에 맞춰 깎아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명도 훨씬 길다는 분석이다. 갈라지거나 뒤틀리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공예를 고집하는 이유다.

“남원의 목기를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산업화에 밀려 우리 대에서 끊어질까 우려됩니다. 힘이 드는 반면 수입은 적어서일 겁니다. 그 맥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합니다.”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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