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삶의 향기] 문학작품을 이용한 문화재 스토리텔링 활용

기사 작성: 최기우/극작가·전주대 겸임교수 - 2013.02.21 19:24

스토리텔링이 대세가 된지 오래다. 특히 유·무형 문화유산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해 관광객에게 전하는 관광자원 스토리텔링 마케팅사업의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 ‘새로운 창작’만을 앞세우는 것이다. 사실, 꽤 근사한 스토리텔링 글은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문화유산들은 이미 시·소설·수필·동화·희곡 등 문학작품에서 차분하게 긴 호흡을 내쉬고 있기 때문이다.

신석정·서정주·고은·김용택 시인은 자신의 탯줄이 묻힌 고향의 문화자원들을 자신의 작품에 맛깔나게 담았으며,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임영춘의 소설 「갯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에는 군산·김제·익산·정읍의 근대문화유산들이 숫하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도 남원 사매면과 전주 교동·다가동 일대의 문화자원들이 풍성하다.

이병천의 소설 「사냥」에는 진안 매사냥(도무형문화재 제20호)이 있고, 윤미숙의 동화 「소리 공책의 비밀」은 임실필봉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마호)을 소재로 했다.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과 박태원의 소설 「갑오농민전쟁」에는 고창 선운사의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보물 제1200호)이 그려있다.

문학작품 속 공간은 독자에게 보다 현실적인 문화적 사유를 경험케 한다. 홍석영의 소설 「양곡 소세양의 빛과 사랑」을 펼치면 익산의 소세양신도비(도유형문화재 159호)가 아련하고, 서권의 소설 「시골무사 이성계」를 읽으면 남원의 황산대첩비지(사적 제104호)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김남곤의 시 「안국사에서」와 박두규의 시 「망해사에서」, 정도상의 소설 「실상사」에는 각각 무주 안국사의 극락전(도유형문화재 제42호)과 김제 망해사의 악서전(도문화재자료 제128호), 남원 실상사(사적 제309호)의 풍경이 스며있다.

전라북도에는 지극한 애정으로 지역 문화에 윤기를 더하고 있는 문학인들이 많다. 그래서 부안 내소사 일원(도기념물 제78호)에 가면 우미자·이용범·박형진·복효근·장화자 등이 떠오르고, 익산 미륵사지 일원(사적 제150호)에서는 정양·정군수·박미숙 등이, 진안 마이산(명승 제12호)에서는 김해강·송희철·전병주·권진희 등이, 전주 한벽당에 오르면 최승범·이운룡·박남준 등이 생각난다. 전라북도 곳곳에 자리 잡은 시인과 작가들의 흔적들은 그곳을 접한 사람들의 가슴을 채운다.

문학작품에 담긴 문화유산들은 하나의 매개가 되어 독자들을 감동시켰고, 책 밖 독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장소가 가진 생명력. 김제 귀신사(대적광전·보물 제826호)를 배경으로 한 양귀자의 소설 「숨은꽃」과 완주 화암사(극락전·국보 제316호)를 테마로 한 안도현의 시 「화암사, 내 사랑」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이만희의 희곡 「돌아서서 떠나라」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약속>은 전주 전동성당(사적 제288호)에서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면서 지금도 많은 관광객을 불러오고 있다.

문화재가 담긴 문학작품들은 다양한 활용과 확산이 가능하다. 기존 낭송·낭독 프로그램에 문화재를 테마로 설정해 낭송·낭독 축제를 열 수 있고, 문화해설사의 설명 자료에 문학작품에 담긴 문화재의 모습을 더해 관광객들과 함께 읽으며 친밀한 느낌을 나눌 수도 있다. 지자체와 협조를 통해 문화재 현장에 관련 문학콘텐츠를 배치하거나 별도의 알림판 등을 설치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읽기가 흥하면 쓰기는 크고 기운차게 일어난다. 문학작품을 이용한 문화재 스토리텔링 활용은 문화재를 테마로 한 글쓰기의 자연스러운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확산은 문화재에 새로운 생명을 얹히는 창조적 생산의 과정이며, 문화재의 재발견이다.
/최기우 극작가·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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