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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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이 만난 사람 <진보정의당 강동원 원내대표>

기사 작성: 임병식 기자 - 2013.02.24 21:44

18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또 지역 정체 원인을 민주당 독점 구도에서 찾는 시각도 팽배하다. 최근 사회동향연구소는 호남유권자 1,800명을 대상으로 ‘향후 호남인들의 정치적 염원을 실현하는 데 민주통합당으로 가능하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가 “민주당을 대체할 다른 정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민주당 독점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18대 총선을 계기로 분출했는데 19대 총선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고, 민주당 물갈이(초선 6명)로 나타났다. 진보정의당 강동원(60) 의원은 도내 유일한 비 민주당 의원이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 의원을 만나 전북 정치의 문제점과 의정활동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오늘로써 58번째 내려왔다.” 지역에는 자주 오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제19대 국회가 시작된지 9개월 지났으니 줄잡아 38주다. 그런데 58번째 내려왔다니 주중에도 발걸음을 했다는 계산이다. 강 의원은 “남원과 순창 900여개 행정 마을을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다녔다”고 말한다.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생활정치를 하겠다던 약속을 실행하는 옮기는 셈이다.

주민들은 “우리마을에서 밥먹고 간 국회의원은 강동원이 처음이다”며 반색했다. 강 의원은 “주민들과 만남을 통해 억눌린 욕구를 접한다. 듣다보면 그동안 민주당과 행정은 무엇을 했는 지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어도 해결될 민원이 수 십년째 잠자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군림하려는 자세가 소통 부재를 낳은 것이다.

남원 대강면 5개 마을의 농로 포장이 대표적이다. 마을은 30여년 전 경지정리가 끝났지만 어찌된 일인지 농로가 없다. 수 십년간 민원이 제기됐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현지를 방문한 강 의원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확인하고 관계 기관을 통해 해결했다. 주민들은 “30년동안 해결 못한 민원을 강동원이 이틀만에 해결해 줬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현장을 찾는 강동원식 정치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동안 정치가 과잉 이념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 정당의 정치 독점 폐해는 견제와 경쟁 실종이다. 민주당 공천장만 손에 쥐면 당선은 무난하기에 유권자보다는 중앙당 실세에게 줄서는 게 유능한 정치인의 역량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방송사 토론회를 마치고 왔다는 강 의원은 인터뷰 첫 머리부터 민주당 독점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정치인은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게 민생정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민주당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언급했다. 민주당에서 정치이력을 시작한 야당 정치인으로서 진심어린 충고다.

-19대 국회가 시작된지 9개월째다. 소수정당 의원으로서 평가하자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양당 구도는 뿌리내렸지만 정체성에서는 혼란스럽다. 가장 진보적인 우리당 영역마저 침범하고 있다.(웃음) 민주당은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1961년 군사쿠테타 이후 47년을 영남지역에서 정권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를 포함하면 반세기 이상 장악하는 셈이다. 과거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에 정권을 뺏긴 뒤 반성과 혁신보다는 구태의연하게 민주당과 국민의정부 공격으로 날을 샜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한나라당은 뼈아픈 각성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구태한 정치적 공세로 인해 참여정부까지 정권을 내주었다는 각성을 바탕으로 변신했다. 이 결과 복지와 균등 분배, 경제민주화 등 민주당 트레이드마크인 진보성을 잠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가장 개혁적인 정당으로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런 변신을 통해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까지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내부 혁신없이 계파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에 자만해 현역 국회의원들이 나태하게 선거를 치러 패배한 것이다. 내부 혁신 통해 민주당은 국민 앞에 다시 나타나야 한다. 재탄생해야 한다.”

-25일 새정부가 출범하지만 호남 인사가 배제됐다. 새정부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출발 자체가 우려스럽다. 국민 기대에 못미친다. 대탕평 인사를 주창했음에도 실상은 다르다. 18개 행정부 장관 가운데 호남 출신은 없다. 2명을 끼워넣었지만 호남 출신으로 보기 민망하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호남이 전무한 경우는 처음이다. 첫 인사는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케하는 데 암담하다. 이러면서 어떻게 대탕평이라고 할 수 있나. 또 다른 우려는 민주화의 후퇴다. 지역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방 이후 영남 패권주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런 고착화된 현실을 바꾸려면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보수 이전에 반통일 세력이다. 그래서 암담하다.”

-그나마 호남 몫은 전남 광주에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 인식의 문제인가, 아니면 전북 정치력에 문제가 있나?

△“호남은 바라만 보는 입장이다. 요구한다고 해서 주는 것은 아닌다. 박근혜 당선자 철학의 문제다. 대선 당시 대탕평 인사를 약속했지만 이후 이런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박 당선자는 새누리당에서라도 전북 인사를 중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철학도, 원칙도 없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렸다.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도 전북은 역차별 받았다. 민주당은 전북에서 30여년 독식했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 전북 정치권이 제대로 목소리 냈더라면 지금쯤은 새누리당과 정략적 파트너로서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반면 전남 광주 정치권은 목소리가 세다. 19대 총선에서 전북지역 민주당 의원 물갈이는 이런 민심을 반영한다. 가혹하게 이야기하자면 민주당 정말 정신차리고 제대로 해야 한다. 이제라도 리더십을 발휘해 전북 목소리를 중앙 정치권에서 발휘해 주길 바란다. 그럴 때 소수정당인 나도 맞장구를 치겠다.”

-1991년 도의원을 거쳐 국회에 진출했다. 오랜 정치활동을 통해 전북의 가장 큰 문제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정치적으로는 전북 정치권의 구심점 역할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또 전북 행정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새만금에 대한 집착이다. 새만금은 국책사업임에도 전북지방 사업화하는 데 지나친 행정력을 소비했다. 전북에서 새만금 사업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정치권 의식이 지역발전을 발목잡았다. 새만금을 최대 현안으로 주장하는 바람에 다른 현안들을 넘겨줘도 된다는 정치적 논리가 성립된 것이다. 이러니 LH공사 등 참여정부에서 마련해준 정치적 배려조차 빼앗겼다. 그런데 또 10구단을 유치하겠다고 나서 도민들에게 상실감만 안겼다. 정치를 잘못하는 바람에 도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기고 정치 불신을 키웠다. 이런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때 전주권 신공항 건설사업이 중단되는 등 정치력 부재를 드러냈다.

△“정치력 부재 이면에는 지역에 대한 무관심이 있다. 개인적 성장을 이뤘으니 정치력은 있는 것이다.(웃음) 그러나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희박하다보니 지역발전의 기회를 놓쳤다. 국민의 정부 당시 광주비엔날레는 좋은 사례다. 근거가 미약함에도 전남광주 정치권은 아시아 중심 문화 창출을 빌미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수 천억원을 가져갔다. 전북이 전남보다 문화예술은 강한데도 전북 몫을 뺏긴 것이다.”

-등원 이후 지역 방문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을 다니다보면 힘들지만 보람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남원 아영면은 능선을 중심으로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으로 갈린다. 그런데 산능성이를 두고 전북과 경남의 판이한 경제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무얼했는 지 묻고 싶다. 현장 방문을 통해 제기된 민원은 분야별로 집약해 공론화할 계획이다.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

-소수 정당으로서 의정활동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렵다. 그래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악착같이 뛰고 있다. 평상시가 선거운동이자 전투다. 할 일이 많아 버겁다. 전우치처럼 10명을 복제해 함께 움직여야할 만큼 할일이 많다.(웃음) 그래도 하나씩 해결하는 보람이 있다. 올해 예산확보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에도 없던 3가지 사업을 포함시킨 것은 보람이다. 운봉씨감자생산단지(10억원), 운봉~고기리 국지도 개량화사업(320억원), 주생파출소 이전 사업 등이다. 예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스스로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운봉씨감자생산단지는 상임위는 다르지만 서면 질의와 인맥을 동원해 성사시켰다.”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로서 중앙 정치권과 지역을 함께 아우러야 하는 책임이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고,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등 다소 침체돼 있다. 민주당과 함께 3.1 특사 사면 동의안을 발의한 상태다. 노회찬 전 의원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 아프지만 국민에게 진보정의당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교섭단체라는 점에서 서러움도 있지만 주요 사안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춘향제를 국가축제로 승격시키겠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춘향제가 최우수축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남원 시민들이 뿔 나있다.

△“당선자 시절 춘향제 개막식에 참석해서도 같은 약속을 했다. 또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최광식 장관을 상대로 춘향제를 대한민국 대표 국가예술제로 승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판소리 다섯마당의 으뜸이 춘향제이며, 세계 5개 국어로 춘향전이 번역되는 등 춘향제의 오랜 역사를 고려할 때 다른 축제와 섞어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당시 최 장관은 ‘지자체에서 건의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일몰제(우수축제 3회 이후 최우수축제가 안되면 탈락하는 제도)가 적용돼 탈락했음에도 내게 책임을 씌웠다. 언론은 남원시와 갈등이라고 했지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새로운 장관과 대화를 통해 춘향제를 반드시 국가축제로 승격시키겠다. 관련한 전통국악진흥법안도 발의를 준비 중이다.”

-끝으로 전북 정치권에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뭉쳐야 한다. 전북은 평민당 이후 걸출한 정치인들을 배출했다. 그동안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개인적인 패권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단합해 전북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강동원 의원은

강동원 의원은 28살, 11대 국회의원(이형배) 보좌관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올해로 32년째, 어지간한 3선 의원보다 정치 이력은 앞선다.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시 김대중 의장 비서를 맡으면서 부상했다. 이후 평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김대중 총재 비서와 재정국장을 맡는 등 DJ와 당내 중진 의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김대중 총재는 철저한 업무 처리와 강직한 강 의원을 신임해 곡간 열쇠를 맡길 정도였다고 한다. 지방의회가 부활되면서 1991년 도의원에 당선됐다. 강 의원은 도의원임에도 중앙 일간지 사회면과 정치면에 톱 기사를 제공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당시 강 의원을 기억하는 공무원들은 치밀한 현장 확인과 예산 분석을 통해 도정을 짚었다고 기억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 중앙당후원회 사무총장을 맡았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1992년 인연을 맺었다.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 호남 담당 조직특보를 맡아 당선에 기여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염동현 이강철 윤제술과 함께 노무현 5인방으로 활약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재직시 ‘제가 바로 무능한 낙하산이었습니다’라는 책을 내 화제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공기업 감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참여정부가 끝난 뒤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가 농업 관련 현지 법인 사장을 맡아 2년간 농사를 지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 3선의 민주당 이강래 의원을 꺾었다.

남원 용성중, 전주제일고(전주상고)를 졸업한 뒤 경기대에서 ‘남북이 상생하는 농업협력방안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는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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