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융합과 혁신의 문화로 농촌 스스로 활로 개척

■농업-농촌6차산업진단해보니<상>

기사 작성: 임병식 기자 - 2013.05.27 18:20

새정부 출범 이후 농업·농촌 6차 산업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농업 선진국인 일본은 관련 법 제정과 펀드 조성을 통해 농산물 생산, 가공, 유통, 판매, 농촌관광을 하나로 묶는 농업·농촌 6차 산업화를 추진해 온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도 농업·농촌 6차 산업을 창조경제로 인식하고 제도 정비와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북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도 농업·농촌 6차 산업화를 위한 잰 걸음에 나서고 있다. 농업·농촌 6차 산업은 무엇이며, 의미와 기대 효과, 그리고 바람직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전북발전연구원의 도움을 빌어 짚어본다.<편집자 주>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일본 농업·농촌 6차 산업화 현황과 시사점’이란 브리핑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일본의 농업·농촌 6차 산업화 현주소를 보여 준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농업·농촌 6차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부터 ‘농업·농촌 6차 산업화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이 법은 농림어업인이 농림수산물 생산·가공·판매를 연계 추진할 경우 △융자금 상환기간 연장 △신상품 개발 및 판로 확대 보조금 지원 △농지전용 절차 간소화 등 특례조치를 인정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도입한 ‘농림어업 성장산업펀드’도 눈길을 끈다.

이 펀드는 일본 정부와 식품기업 금융기관이 공동 조성한 종잣돈이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이 돈을 지역펀드·테마펀드에 출자해 6차 산업화 사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까지 조성되는 펀드 규모는 약 1,000억엔(한화 1조 2,000억원)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농업·농촌 6차 산업화의 경제적 효과도 뚜렷하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6차 산업을 통한 농산물 판매 규모는 1조 7,213억엔(20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일본은 관련 법과 자금을 통해 6차 산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6차 산업은 농촌과 농업을 단순한 농산물 생산기지나 농산물 제조기업의 하청기지가 아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인식한 것이다. 농산물 생산(1차 산업)과 농산물 가공·유통(2차 산업)에서 한걸음 나아가 농업·농촌에 관계된 정보·서비스·관광 등 3차 산업과 융복합 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농산물 생산에 국한하지 않고 식품산업(가공·유통·외식)과 다양하게 결합된 관광·교육·교류·체험 등 생산, 제조, 서비스를 연계해 농업과 농촌이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도록 돕는 산업이다.

전북발전연구원 황영모 박사는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할 유력한 정책 수단으로 농업·농촌의 6차 산업화가 강조되고 있다. 농업·농촌 6차 산업화는 도농교류와 같이 인적·물적 자원이 농업·농촌으로 유입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농촌이 보유한 다양한 유형의 자산을 융복함으로써 소득 및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정부는 농업·농촌 6차 산업화를 새정부 농정부문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도농 간 소득격차 심화와 농업소득 비중 감소를 해소하고 농업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그동안 부존 자원 발굴 및 상품화를 위해 2005~2010년까지 총 1조 1,204억원을 투입하는 신활력 사업을 추진했다. 또 지역성·역사성·차별성을 가진 향토자산에 대한 생산·가공·R&D·마케팅을 위해 2007~2012년까지 1,578억원을 들여 밤, 소곡주, 금강송, 추사체 등 향토자원 157개를 산업화 했다. 이밖에 농촌자원복합산업화 지원(6,822억원), 마을 단위 농촌체험관광(체험 마을 1,516개소 조성) 및 도농교류 기반을 구축했다. 그러나 마케팅과 컨설팅 프로그램이 미흡해 농산물 홍보 및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또 소규모 창업 및 경영 어려움, 그리고 농촌 체험·관광의 부가가치 하락, 부처별 분산 지원에 따른 정책 및 사업 간 연계 부족 등 문제점이 노출돼 왔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고부가 융복합 산업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농업·농촌 6차 산업화를 추진 중이다. 전북도 역시 정부 방침에 호응해 지난달 생산, 가공, 유통, 체험을 아우르는 농식품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담 TF팀을 구성했다. TF팀은 농가 주도형, 제조·가공 주도형, 농촌체험 주도형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농식품 전문가와 공무원 등 11명으로 구성된 TF팀은 성공 모델을 발굴해 농식품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특히 도내 향토자원을 재조사한 뒤 산업화 자원으로써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과 함께 농가의 안정적 소득 증대, 고령농 및 여성농 등 소외 계층의 일자리 확충 방안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북형 6차 산업이 국정 과제로 선정되면 정부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 농촌사업 지원 특별법 마련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농업·농촌 6차 산업화에는 어떤게 있을까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황영모 박사는 크게 농산업 비즈니스 모델과 사회적경제 모델을 꼽고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농산업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 패턴에 부응하는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순창군 장류, 임실군 치즈, 고창군 복분자를 들 수 있다. 또 지역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사회적경제 모델은 분배를 통한 경제적 이해, 공동체 의식 공유 등 지역 활성화가 중점이다. 진안군 마을만들기, 완주군 건강한 밥상, 임실군 치즈마을 등 마을이 기본 활동 단위가 되는 지역 만들기의 주민 참여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진안군 와룡마을

진안 와룡마을은 산촌 특성에 맞게 약초 재배를 통한 활로를 모색했다. 이들은 ‘좋은 동네’라는 마을법인을 설립한 뒤 약초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산초와 홍삼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마을법인은 주민이 생산한 농산물은 전량 수매해 3개 품목 14종의 농산 가공품을 만들어 연간 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계약 재배-농산물 가공-도농교류-직거래를 통해 경제적 가치가 지역 내부로 순환되는 마을 만들기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임실군 치즈마을

74가구 183명이 참여하는 마을운영위원회(영농조합법인)를 중심으로 도농교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치즈체험장, 농특산물직매장, 숙박, 식당을 마을에서 공동 운영하며, 또 농가 개별적으로 체험 프로그램과 레스토랑, 피자 체험장, 치즈 아카데미, 유가공 공장, 치즈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연간 7만여명이 찾는 성과로 이어졌고 주민 소득 향상과 직결됐다. 연간 매출액 15억원 가운데 63% 상당을 88명의 주민에게 분배한다. 또 수익금 일부는 마을과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진안군마을주식회사

마을 단위 농특산물의 판매 혁신을 목적으로 설립된 6차 산업화의 모범 사례다. 직거래 장터를 바탕으로 2011년 마을 및 단체 등 47명이 참여해 자본금 1억원으로 마을회사를 설립해 로컬푸드 상설 매장 활성화, 독자 브랜드 상품 개발을 통해 농가소득과 연결시키고 있다. 마을주식회사는 생산의 조직화, 소비의 조직화, 상품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소비자 조직화는 지역내 소비자와 도농교류, 마을축제를 통해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제철 상품 및 독자 브랜드(나물이다) 등 상품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완주군 건강밥상꾸러미

2010년 10월 완주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이 주체가 되어 설립했다. 건강밥상꾸러미는 생산자-소비자 간 신뢰를 기반으로 소량 다품목 기획 생산 및 소규모 농산가공을 통해 6차 산업화를 실행하고 있다. 건강밥상꾸러미는 지역(완주) 생산자와 도시(전주) 소비자를 연결하는 지역사회지원농업 형태로 평가받는다. 소비자 회원만 1,000여명 이상 달하며 82개 마을 209개 농가가 참여해 800톤 규모(2011년 11월 현재)로 월 평균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주 효자동과 하가지구, 모악산을 거점으로 하는 제3섹터 방식의 로컬푸드스테이션으로 확대됐다.

완주군 나영삼 로컬푸드 담당은 “소농, 가족농, 고령농, 이주농, 귀농이 참여하는 유무형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마을회사를 육성했다. 소비자를 배려하는 생산, 생산자를 신뢰하는 소비가 로컬푸드 성공 요인이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하기 위한 농촌행 마을버스 운행을 계획 중이며 본격화되면 시장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월 소득 150만원을 올리는 3,000 농가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결국 로컬푸드는 무너진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환경을 살리며, 문화를 복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며 6차 산업화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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