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문치상칼럼] 지면만 더럽히는 후보군락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2.01.11 14:56

새해가 시작되면서 각 신문에 자(自)·타(他)천이라는 이름을 붙여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광역 및 기초의원 후보자라는 명찰을 달고 등장했다.선거철 고정메뉴다. 엄청난 지면을 할애해서 사진과 이력이 소개된다. 그 많은 사람들 틈에 끼지 못함을 못내 섭섭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타천이라는 단어를 인용해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되어 손해보는 사람도 있다.돈 한푼 안내는 광고에 재미를 붙여 때만 되면 정치부 기자를 찾는 사람도 있다. 선거에 나온다는 사람, 나올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람, 아마도 나올 것 같다는 사람, 나왔으면 하는 사람등 마구잡이로 소개를 하다보니 독자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검증이 전혀 안된 인물들이 -물론 방법도 애매하지만- 지면을 채워 무슨 소득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하는 기회를 갖자는 뜻이다.▲인형의 집을 나온 노라누구누구 리스트가 극성을 부리는 세상에 그나마 어중이 떠중이 도전장을 내미는 판국이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도 오리무중이다. 걸핏하면 국민에게 물어 본적도 국민이 응답하지 않았어도 “국민과 함께, 국민의 뜻에 따라, 출사표를 던졌노라”덧붙이면서 비위 좋게 어지럽게 한다.입센의 “인형의 집”이라는 희곡이 발표될 당시 노르웨이 사회는 인습에 묶여 있었고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선이 필요한때였다. 그래서 그 작품은 위선과 인습과 체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주인공 노라는 변호사인 남편의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새장속에 갇혀 평화롭게 살았다. 주변 사람들의 눈엔 선망의 대상이었고 통상 세속적인 성공과 축복을 받는 사람으로 인정되었다.그러나 그런 보호막 속의 노라는 평화로움과 자유와 편안함을 무의미로 인식하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가 지금껏 올라온 사회적 지위와 가정의 안온함이 하강하고 내면적인 균형이 상승한 것이다.노라가 거부한 것은 무시당한 개성, 횡포화한 무책임성, 노리개 취급당하는 아내, 체면으로 채색된 인습이다. 그래서 단순한 가출이 아니고 그런 매체로부터의 도피이며 자유구가이다.▲새장속의 안일은 덫이다지금 우리는 모두 노라의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이 통하지 않는 사회,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 위선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그놈의 체면 때문에 면전박대를 꺼리고 있으니 우후죽순 할 수 밖에…노라의 삶은 분명 인간선언의 표지다. 표피적으로 해석하면 노라는 남편과 자식을 버린 사람으로 남게 된다. 그것이 바로 기존사회를 막연히 옹호하는 사람들의 발상이다.새장속의 안일은 분명 일종의 덫일 뿐이다. 덫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체면과 위선은 가장을 필요로 한다. 속아야하기 때문이다. 노라가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노라의 남편은 영영 모순에 서 있음을 몰랐을 것이고 허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식상(食傷)만을 안겨준 정치, 불감증환자로 둔갑시킨 정치, 참과 거짓의 분별력을 앗아간 정치, 이합집산(離合集散) 사분오열(四分五裂)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사자성어를 암기시킨 정치, 선량(選良)이라는 단어를 잊게한 정치, 오직 당리당략(黨利黨略)만 존재하는 정치라는 직업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응모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노라의 정정당당한 투쟁만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선거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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