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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기 나누어진다는 '가른내 '아름다운 수풀' 의미 담아

[기획] 우리 마을 숲 이야기 (36) 진안 원가림 마을숲과 상수리
▲ 원가림 마을숲 근경
지난 추석 성묘 길에 군데군데 떨어진 반짝반짝 윤기 나는 도토리를 보았습니다. 도토리를 보는 순간 이제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사이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가 도토리나무입니다. 그런데 도토리나무는 없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흔히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일컬어 도토리나무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도토리나무는 참나무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참나무라는 나무 또한 식물도감에 찾아볼 수 없습니다. 참나무는 상수리나무를 도토리나무라고 하는 것처럼 비슷한 나무들을 한꺼번에 일컫는, 식물의 종합적인 이름일 뿐입니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는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도토리’라고 하는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흔히 ‘도토리나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필자는 학창 시절을 전주 어은골에서 보냈습니다. 여름방학이면 곤충 채집을 한다고 뒷산에 가서 풍뎅이를 잡았습니다. 그때 당시에 풍뎅이 다리를 일부 끊고, 머리를 돌리고 풍뎅이를 눕혀 놓으면 풍뎅이가 빙빙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풍뎅이는 고통에 날개 짓을 하다 바닥에서 빙빙 돌았던 것인데, 그것을 놀이로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어은골 인근 마을이 ‘도토리골’이었습니다. 당연히 뒷산에 도토리나무가 많아서 불린 것이지요. 사람 가슴 근처 높이 에 도토리나무 상처가 난 것은 사람 욕심 때문에 생긴 흔적입니다. 그곳에서 수액이 나오고, 많은 풍뎅이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원가림마을 상수리나무

여름 무렵에 산을 걷다보면 길가에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긴 주둥이가 거위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도토리 거위 벌레 짓이랍니다. 도토리 거위벌레는 도토리에다 구멍을 뚫고 수 십개의 알을 낳은 다음 끈끈한 액으로 막고는 가지를 잘라 떨어뜨립니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도토리를 파먹으면서 자란 뒤 땅속에서 월동하는데, 요사이 겨울이 따뜻해진 덕에 살아남는 개체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토리 거위벌레는 도토리의 수확을 줄게 해 해충 취급을 받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전지 작업을 해주어 나무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수리나무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상수리나무로 마을숲이 조성된 마을은 진안읍내 원가림 마을입니다. 가림리(佳林里)의 여러마을중 하나인 원가림은 아름다운 수풀이라는 뜻으로 한자화 되었지만 본래는 ‘가른내’였습니다. ‘가른내’란 물줄기가 나누어진다는 뜻입니다. 이곳에서 섬진강과 금강 수계가 나누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는 다르게 숲 너머에 맹호출림(猛虎出林)형국의 명당이 있는데 그 방향을 가려야 마을에 해가 없다고 하여 조성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가림숲을 조성하고 마을이름도 가림으로 했다가 음을 취하여 가림리(佳林里)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 상수리나무숲은 분명하게 원가림 마을숲입니다. 마을과 좀 멀리 떨어지기는 하였으나 수구(水口)에 조성된 마을숲입니다. 흔히 숲은 조성할 때 수구(水口)가 좁아드는 곳에 숲을 조성합니다. 그래야 숲을 조성하는데 쉽기 때문입니다. 1974년도 인공 사진을 통하여 원가림 마을숲을 살펴보면, 좌우 산줄기와 연결되어 있었고 가운데로 난 길에 의해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 가운데 길을 두고 오른쪽 산줄기 아래로 새 길이 생기고 경작지가 확대되면서 한쪽 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또한 하천 쪽으로는 경지가 정리되면서 원가림 마을숲은 완전히 고립되었고 그 규모가 매우 작아졌습니다. 원가림 마을숲이 시간이 흐르면서 길이 새로 나고, 경지정리가 이루어져 숲의 규모가 줄어들어 원가림 마을과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원가림 마을에서 좀 떨어졌지만 정확한 수구지점에 숲을 조성하게 되었고, 숲을 조성한 지점을 마을과 경계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숲은 마을 북서쪽에 위치해 있어 겨울철 북서풍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이산이 험상궂게 마을에 비치는데, 이를 나쁜 기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막는 지점도 마을숲이 위치한 수구지점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숲이 조성되어 마을 밖에서도 마을이 전혀 보이지 않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습니다.

▲ 원가림 마을 후계목

원가림 마을숲은 현재 그리 넓지 않은 규모인 300평 정도 됩니다. 수종은 우람한 13그루 정도 되는 상수리나무입니다. 그렇게 많은 그루는 아니지만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로 조성된 숲에 간혹 상수리나무가 몇 그루씩 있는 경우가 있으나 이처럼 상수리나무로만 조성된 숲은 드문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20여 그루 정도 느티나무로 후계목(後繼木)을 조성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른 먼 훗날에 상수리나무는 전설이 되고 느티나무 숲이 든든하게 마을을 보호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학창시절 풍뎅이에게 몹쓸 짓을 한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 꿈속에서 풍뎅이에게 시달릴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