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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옛날 군대 VS 요즘 군대


기사 작성:  정세균 국회의원 - 2014.08.10 18:20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일이다. 1975년, 나는 어깨에 더블백을 매고 이등병으로 경상북도 안동의 36사단에 도착했다. 사단보충대에서 며칠을 보낸 후 사단본부 중대에 배치되었고 곧 본부대에 전입신고를 하게 되었다. 전입신고는 내무반 바닥에 물을 뿌려놓고 뛰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긴장한 탓에 실수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하지는 않았다. 내가 근무했던 사단사령부 군기는 꽤 센 편에 속했다. 하지만 내무반은 인간애가 살아있었고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편했다.

나는 나뿐만 아니라 내 후임병이든 누구든 심하게 구타당했던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벌을 줄 일이 있으면 새벽에 보초를 세우곤 했는데 취약시간 보초는 불성실하거나 규율을 어기는 병사에 대한 벌칙이었다. 물론 기합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끔 기합으로 원산폭격을 했다. 당시 나는 또래에 비해 체중이 좀 나가는 편이어서 원산폭격이 익숙지 못해 중간에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지 않았다. 벌칙이라면 침상에서 차렷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 전부였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을 펐던 기억도 있다. 역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졸병, 고참 따지지 않고 전 병사들이 자기 일처럼 함께 했다. 겨울이 되면 연탄을 싣기 위해 새벽부터 차를 타고 안동역으로 나가야 했는데 그때도 졸병들만 나간 것이 아니라 고참들이 함께 했다.

윤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군대내의 폭력 사건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폭행과 가혹행위의 정도가 차마 지면에 옮기지 못할 정도로 참혹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군에 입대한 청년 중에 정신 및 행동장애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현역 군인이 1만9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조치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미미하다. 군간부들이 승진에 불이익이 될까봐 사고사실을 은폐하고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이라면 누가 군대에 가려고 할 것이며,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싶어 하겠는가?

윤일병이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과히 충격적이다. 더 이상 말로만 병영문화개선을 외쳐서는 안 된다.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과 방법을 찾아서 즉각 시행해야 한다. 군대 내에 사건이 터지면 관련자를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들이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고나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군대에 인센티브를 줄 것이 아니다.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한 사례를 찾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내가 근무했던 40년 전 군대는 지금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이유는 내무반에서 서로 의지하고 위하며 고달프고 힘든 시간들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군에서 맺은 인연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애경사를 챙겨주는 좋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군대는 끔찍하게 변해버렸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한 간부들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 전우애가 사라진 군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군대이다. 아군에게 폭력을 휘둘러 사망케 하고 이를 묵인하고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보다 무거운 중죄가 없다.

/국회의원

새전북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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