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생의 한가운데]전주의 스토리와 관광산업

기사 작성: 김현진 지니스 대표 - 2014.10.29 18:59

까마득한 먼 옛날 현생 인류의 조상격인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이 세상을 배회하고 있었다.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들만이 세상의 주인이었던 어느 날 서부아프리카 황량한 지역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체격 조건이 열등하였기 때문에 이들이 이 세상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 같지는 않았었다. 더욱이 당시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이미 불과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할 줄 알았고, 사회를 이루어서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경쟁에서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을 압도하고 이 세상의 주인으로 떠오르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와의 경쟁에서 이기게 된 원동력은 물리적 힘이나 단순한 지능이 아니라, 추상적 사고였다.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지능이 월등하게 높았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호모 사피엔스는 당시 두 원시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에 비해 추상적 사고가 특출나게 뛰어났다는 증거만 있을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추상적 사고력이 특출 나게 뛰어나서, 견디기 힘든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그들이 살았던 동굴 곳곳에 벽화를 그렸고, 동료가 죽게 되면 눈보라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묻을 곳을 찾아가 죽은 동료의 시신을 땅에 묻었었다. 추상적 사고 덕분에 인류는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통해 역사에 열광하고 종교에 심취하게 되었다. 두말할 것 없이 추상적 사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가 수려한 자연경관과 쾌적한 기후를 자랑하는 아열대지방의 관광지보다 스토리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유럽의 도시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 역시 추상적 사고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경관이 볼품없는 유럽의 도시에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증이다. 추상적 사고를 하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전주처럼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도시가 없다. 전주는 조선 왕조의 본향이자 후백제의 도읍이었던 지역이다. 또한 산업화 이전 우리나라 물자의 절반이 생산되었던 호남지방의 중심도시로 풍족한 삶을 누린 덕분에 우리나라 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기와집이 즐비한 한옥마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었다. 조선시대 한양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도시 전체를 성곽으로 둘러싼 성벽과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산성인 남한산성과 남고산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도 전주라는 도시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주의 역사와 스토리를 잘 살리면 전주는 동양 최고의 스토리 있는 관광도시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전주시에서 전라감영 복원을 결정하였다. 정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라감영 복원에 의한 미래의 청사진을 전주시에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주를 지속가능한 동양 최고의 관광지로 발전시킨다는 명제 하에 전라감영을 부분 복원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를 설득하여 완전복원하고, 한옥마을과 연계시켜야 한다. 전라감영복원 공사에서는 차 없이는 살 수 없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라감영과 한옥마을 주변에 친환경적이고 예술적인 지하 주차시설을 건립하는 것을 포함시켜야 하며 이는 전주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이다. 또한 전주의 스토리와 역사를 홍보하기 위해서 문화, 예술, 역사와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것도 전주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김현진 지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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