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화폭 속 자연의 힘찬 생명력 고스란히

[최영희 관장의 갤러리에서…] ■박남재 작가

기사 작성: 최영희 갤러리 누벨백 관장 - 2014.11.19 21:52

‘갤러리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박남재교수를 만나러 방문하러 가는 길! 가을하늘은 시리도록 맑아있고 청아한 바람결이 살갗을 스친다. 오래 전부터 열망해 왔던 시간, 가슴이 뛴다. 2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1986년도인가, 남원의 한 여고에서 과학교사로 재직할 때이다. 그 당시 남원은 작은 도시로, 문화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곳이었다. 대학 시절 전주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테스’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그 곳에 들어왔다. 소극장이 없어 연극 ‘각설이’를, 영화관에서 단체관람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게 아이들은 소박하게 예술을 접했다.

어느 날 전시관 하나 변변치 않았던 남원의 한 허름한 화랑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그곳에, 감성이 절정에 달했던 20대 여선생의 눈과 마음을 확 사로잡았던 그림이 있었다. 박남재화백의 갈대밭 설경이었다. 하얀색 물감을 나이프로 두껍게 발라 눈 속의 갈대를 감각적으로 그려내,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그 작품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세련되면서도 혼을 빼놓을듯한 감동의 경험을….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분수가 있는 정원엔 갖가지 나무들이 정갈하게 손질 되어 있고, 나뭇잎들은 오색으로 물들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자택의 2층 전체를 작업공간으로 만들어, 지금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작은 캔버스에 그릴 때는 정원이 내려다보이고 햇볕 따뜻한 1층 거실에서도 작업을 하는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 85세 노장의 작업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강력한 색채와, 원숙함, 에너지 넘치는 붓끝의 터치에 경외감이 솟았다. 차를 마시며 대화가 진지해질수록 다사로운 온정이 더해지고 화가로서의 매력이 듬뿍 배어났다. 작가의 기본은 탄탄한 기초와 끈기라며, 학생들에게 데생의 중요성과 원리를 항상 강조했다 고 한다. “자신의 힘을 알면 겸허해진다”라고 했던 폴 세잔(Paul C?zanne, 1839~1906)의 경구처럼, 작가가 지녀야할 자세로서 진지함과 겸손함을 몸소 보여주었다고 제자들은 말한다.

지금은 미국 중남부 오클라오마에서 생활하는 서양화가 이정재는 스승 박남재와의 만남이 그 어느 인연보다 귀하고 소중하다며 이렇게 술회한다. “독특한 외형과 내면의 기품 속에서 나오는 사물에 대한 예리한 분석능력 그리고 통찰의 혜안에 깊숙한 대화의 심연을 체험하고 선생님과 대화 나누기를 좋아했습니다. 선생님의 인간적인 내음 그리고 교육과 예술에 대한 자세는 그 넓이만큼이나 긴 그림자를 남기고 계십니다. 한 인간과 화가로서의 삶, 독특한 자기생명력을, 예술을 통해 견고히 구축해오시고, 자연을 대상으로 자연 앞에 순응하며 그려 오신 주옥같은 작품은 선생님의 인생 그대로입니다. 곡식을 거두고 난 땅을 바라보며 이듬해 봄에 뿌릴 씨앗을 준비하는 농부처럼 결코 서두르지도 건너뛰려고도 하지 않는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박남재는 학창 시절에 학교 대표 농구선수였다. 젊은 혈기로 정의감에 불타 때론몸싸움도 불사했다한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몸과 넓은 어깨, 덥수룩한 수염, 예리한 인상을 지닌 그를 학생들은 ‘미켈란젤로’라 불렀다. 박남재작가, 제2편에서는 60년 예술인생과 혼에 감싸인 그의 질곡어린 삶과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최영희(갤러리 누벨백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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