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고] 기초학력은 학생의 인권과 복지

기사 작성: 이미영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 - 2015.01.27 20:01

이제 곧 졸업과 더불어 새학기가 시작된다. 학부모들은 내 자녀가 학교에 잘 적응하여 학업에 흥미를 갖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것을 소망할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의 교육 현장 경험에 의하면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의 상당수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부진학생이다. 기초학력 부진의 문제는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요인, 심리 정서적 요인, 기초학력 습득의 적정 시기를 놓친 요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 비롯된다.

기초학력이 부진하여 학교에서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없는 학생들의 고통을 한번 생각해보시라! 성장기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무기력감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기에 기초학력 문제는 단순히 성적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권과 복지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도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5.7%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도민들의 걱정이 크다. 교육 당국은 문제의 본질을 일제고사 찬반 논쟁으로 가져가지 말고, 이를 계기로 전북지역 학생들의 기초학력 실태를 면밀히 진단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핀란드의 교육이 가장 빛나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학력부진학생에 대한 철저한 책임과 지원에 있다. 핀란드에서는 학력 보완이 필요한 학생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와 성취도를 보일 때까지 보완 담당교사가 책임지고 확인하는 일상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수업을 주도하는 정규교사와 책임보조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 부진학생을 돕기 위한 장치이다.

그렇다면 기초학력을 향상시켜 학업에 흥미를 갖게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기초학력을 형성하는 기간인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4학년부터 교육과정이 변환되기에 학습부진이 누적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기초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요한 시기를 초등학교 3학년까지로 정하고, 특히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즉 이 시기에 학습 속도가 더디거나 기초학력이 필요한 학생에게 1:1학습지도, 학습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는 개별적인 진단과 맞춤형 학습지도를 해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중학교에 진학하면 누적된 학습 결여로 수업을 따라가기가 더더욱 어렵다. 현재 각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방과 후 남게 하여 보충수업으로 교육하는 방식은 아이의 자존감이 더 떨어질 확률이 높으며 효과도 적다는 것이 교사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상담하거나 교과 외 동아리 활동, 직업체험을 통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체크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교과 외 활동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흥미를 느끼면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져 학업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기초학력 부족은 부정적 자아가 형성되어 학교 부적응과 학업 중단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도내 학생들의 학업중단 학생은 1800여명으로 그 수가 줄지 않고 있다.

이제 복합적인 요인의 교육문제 해결은 학교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지역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하는 문제이다. 올해 경기교육청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주요사업으로 정하고 지역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교육 당국이 먼저 지자체에 손을 내밀고, 지역사회와 함께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책임교육은 공교육의 의무이자 우리 지역 아이를 키우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요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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