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빠진 KTX 잘달려 잘살게 해줬으면 좋으려만…”

익산역에 미끄러져 들어오는 KTX를 바라보던 시승식 참가들은 이같은 기대감을 보였다. 그 첫 인상은 웬지 낯설지 않았는데 파란색(구형) KTX 산천이었다. 플랫폼에 선 이들은 순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코레일측 설명에 수긍이 갔다. “돌아올때 신형(자주색 산천2)과 비교해보라고 일부러 이렇게 준비했다”는 얘기다. 시승구간은 익산~충북 오송간 약 90㎞.

종전 KTX(일반선로 주행) 같으면 57분, 승용차로 달리면 1시간 30분 남짓한 거리다. 하지만 전용선로에 올라선 KTX는 종전과 똑같은 기종이었지만 달리기 실력은 비교할바 아니었다. 그 속도차는 무려 2배에 달했다.

서서히 움직인다 싶더니 5분 남짓, 시속 300㎞를 가볍게 돌파했다. 최고속도는 305㎞를 찍었다. 뒤이어 단 24분만에 오송에 안착했다. 그것도 공주에서 3분남짓 정차한 게 그렇다.

마치, 잔뜩 웅크렸던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달리는 느낌이랄까? 덩달아 여기 저기서 낮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탑승객들은 전용선로의 위력에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물론 속도가 올라갈 수록 소음도 커졌다.

터널을 통과할 땐 동승자와 대화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오송발 익산행 신형 KTX로 갈아탄 뒤 말끔히 해소됐다. 10년 넘은 중고차를 타다가 새차로 갈아탄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신형 KTX는 300㎞를 넘나드는 초고속을 무색케 동승자와 소근소근 대화할 수 있을정도로 소음이 적었다.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다. 먹먹한 귀울림 현상도 상당히 개선된듯 보였다. 전 좌석을 360도 회전식으로 바꾼 것도 눈길 끌었다.

“역주행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없애려고 그랬다”는 게 코레일측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좀 더 넓어진 무릎공간과 전 좌석에 장착된 모바일 기기 충전콘센트 등 편의시설이 보강돼 흡족한 탑승객들이 많았다.

“해뜰녘 집을 나서면 해질녘 서울에 떨어지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자연스레 이같은 옛 추억에 젖어드는 얘기꽃도 만발했다. “그냥 기차를 탔을뿐인데 마치 VIP 대접을 받는 기분이네요!” 남원에서 왔다는 신명진씨(48·여)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