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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존중하는 안전한 생활환경 디자인

[강미현 건축사의 건축도시 이야기] 40. 노년 삶 존중하는 환경 변화

기사 작성: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 - 2015.04.05 18:04
▲ 높은 책장도 계단식장을 만들면 손이닿는다.


최근 세계 최고령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일본의 오카와 미사오(大川 ミサヲ)씨가 11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그녀는 생전에 “내 삶이 짧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그녀처럼 기네스북에 오를 가능성을 가진 고령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평균 수명 100세를 의미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을 했다. 단순히 장수한다는 것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우리 지역의 고령 인구는 가파른 증가세다. 통계에 따르면 전북 총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8.2%로 전년 16.7%에서 1.5%p 증가했다. 고령자의 비율도 전국 평균비율 12.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출생률과 사망률이 동반 하락하면서 3년 후인 2018년에는 20%대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30.4%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군별로 살펴보면 전주시 덕진구가 11.1%로 가장 낮고, 임실군은 31%에 달해 군민 10명 가운데 3명이상이 고령자로 나타났다.

▲ 모든 문은 열기 편한 슬라이딩도어이며 수닉 손잡이를 설치하여 키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열 수 있다.


이렇게 노인 인구가 늘며 ‘오래 사는 것’과 함께 ‘삶의 질’에 대한 다양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도로의 크고 작은 장애물들로 걷기조차 힘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숨이 차도록 바삐 움직여야 한다. 버스 승강장, 안내 표지판, 공원과 산책로 등 도시의 물리적인 환경을 감안하면 단언컨대 노인을 위한 도시는 아직 없다. 청년이 주인인 도시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차곡차곡 삶에 쌓인 지혜를 내보이지도 못한 채 인생의 변두리로 몰아내는 느낌마저 든다. 지금이 노년의 삶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건축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이다.



도시 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공간이자 가장 보호받아야 할 주거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니어 주택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일상의 안전이다. 주거공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가 미끄러지는 것과 뭔가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미끄럼 방지가 되고 충격 흡수가 될 수 있는 마감재를 사용해야 하고,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바닥 단 차이와 뾰족한 모서리를 제거해야 한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안전바는 필수요소이다.

▲ 모든 문의 턱을 없앴다.


주거약자법에서도 고령자를 주거약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생활을 위한 필요사항을 정해두고 있으니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시 참고해 볼만 하다. 특히 젊었을 때 자신의 몸만 생각하기보다 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고령화에 대비해 건축설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란 개념으로 어린이, 노인, 남성, 여성 그 밖에 키가 작은 사람, 큰 사람, 무거운 물건을 든 사람, 임산부, 외국인 등 다양한 개인의 특성과 상황들을 존중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그동안 노인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없애자는 무장애 디자인(Barrier free)보다 확대된 개념이다. 특히 사람이 가진 각각의 특성을 개성으로 여기고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지켜가기 위한 배려가 필요하며 그 마음을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 발밑등을 설치하여 보행에 안전감을 준다.


사람의 배려가 담긴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고 그렇게 자신들이 지혜를 다음 세대에 계승하며 역사가 이어지길 바란다. 또 나는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믿는다. 노인들이 인생 2막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주거환경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것이며 나아가 건축도시 환경도 진화할 것을 믿는다.



/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



시니어를 위한 집 체크리스트

■ 출입문: 휠체어나 목발을 짚고 통행이 가능하도록 폭 1미터의 유효너비를 준다.

■ 출입문의 손잡이는 레버형 손잡이 등 잡기 쉽고 조작이 쉬운 것으로 설치한다.

■ 바닥:

-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는 마감재를 사용한다.

- 바닥 높낮이 차는 원칙적으로 없애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방지하고 휠체어 등 통행의 가능성도 고려한다.

■ 비상연락장치: 거실, 욕실 및 침실에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비상연락장치를 각각 설치한다.

■ 현관

- 동작감지센서가 부착된 등(燈)을 설치한다.

- 현관 출입구 측면에 바닥면에서 75센티미터에서 85센티미터 사이의 높이에 수직ㆍ수평 손잡이를 설치한다.

■ 거실

- 바닥면에서 1.2미터 내외의 높이에 현관 바깥을 볼 수 있는 비디오폰을 적절한 위치에 설치한다.

- 거실의 조명 밝기는 600 ? 900럭스(lux)로 하고, 주택 내부에 세대별로 시각경보기를 설치한다.

■ 욕실

- 좌변기, 욕조, 세면대 및 샤워 공간 주위의 적절한 위치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한다.

- 욕실 출입문은 밖여닫이, 미닫이 또는 미서기 문으로 설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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