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고] '보육대란' 해결하라

기사 작성: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장 - 2015.06.14 18:27

요즘 메르스 못지않은 도민들의 고통은 아마도 ‘보육대란’일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북지역만이 3~5세 영유아에게 지원되는 보육료가 지급되지 않고 있어 수 만명의 학부모와 보육 종사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10일 열린 도의회 석상에서는 석 달째 끌고 있는 ‘보육대란’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를 기대했었다. 전북교육청은 도의회에 제출한 제1회 추경예산안에도 누리과정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았으나 이 문제를 풀어갈 주체인 교육감과 도지사가 출석하였고, 도의회의 해결 의지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빈손이었다. 전북도민은 다른 시·도처럼 지사와 교육감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어린이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통을 나누는 모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이웃 광주시는 이후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광주교육청의 요청으로 석 달째 누리예산을 지급해주며 발등의 불을 꺼가고 있다.

지난 5월 국회는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한 지방채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봉책이지만, 국회는 시·도교육청에서 정부가 보증하는 지방채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해 일단 급한 불을 끄게 한 것이다.

이후 전북과 같이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을 중단했던 강원교육청은 ‘보편적 무상복지로서의 무상 보육을 위해서는 누리과정을 위한 관계법령 정비와 국비 지원 및 교육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의 걱정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이 안을 받아들였다. 법리에 앞서, 아이들 교육과 학부모의 어려움을 되새기며 순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교육감의 고육지책이었다.

보육대란이 길어지면서, 예산편성 거부를 고집하는 전북교육감과 예산편성을 촉구하는 어린이집 종사자들을 사이에 두고 도민들의 찬반이 오가는 양상이다. 이러한 찬반양론은 전북교육을 위해서도, 전북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자칫 도민들의 분열과 갈등이 커지면 전북교육계가 앞으로 도민들의 마음을 모아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헤쳐 나가야 할 힘을 잃을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

지금 전북교육은 풍전등화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예산 교부금 배분 기준을 학교 수나 학급 수 비중을 줄이고, 학생 수 비중을 늘리기로 해 인구가 적고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북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는 곧바로 농산어촌 소규모학교의 통폐합과 도시학교의 과밀화를 초래하여 교육환경 악화는 물론, 농산어촌지역의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방재정법시행령 개정을 시·도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하여 누리과정 무상보육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교육재정을 파탄시키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농어촌 교육공동체 붕괴, 지역 교육재정 파탄으로 전북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정부의 정책에 타 시·도와 연대하여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제 도민들 대다수는 현행법상 무상보육의 법적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으며, 누리예산 역시 마땅히 국비로 충당되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먼저 우리 지역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는 사명이 있다.

무엇을 우선해야 하겠는가?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지만, 당장 우리 지역의 생존권에 고통 받는 학부모, 짓밟힌 자존감에 사기를 잃어가는 보육교사들을 돌아봐야 한다.

다시 한 번 교육감과 도지사에게 ‘보육대란’ 해결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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