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대형마트 의무휴업 재래시장 매출과는 무관

전주시 전국 최초 의무휴업 시행, 재래시장 매출 변화 차이없어

기사 작성: 정경재 기자 - 2015.08.04 19:25

지난 2012년 전주시의회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대형마트가 쉬면 전통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 기대했다.

전주시는 2주 뒤인 2월27일 조례를 공포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관련 조례시행으로 전주지역 대형마트들은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영업이 제한됐고 매달 2차례씩 강제로 휴무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효과를 봤다. 전주지역 대형마트가 처음으로 쉰 4월22일 전통시장 매출이 20% 이상 오르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듯 보였다. 전주를 시작으로 나머지 전북 13개 지자체도 각자 조례를 제정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전통시장에 숨통을 틔웠다’며 조례 공포에 의미를 부여했던 지자체의 말은 예상과 달리, 사실이 아니었다. 반짝 특수는 있었지만 전통시장에 미친 효과는 미미했다.

4일 전북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조례 공포 이전인 2011년 전북지역 재래시장 매출BSI는 60.4였다.

BSI는 업종의 경기 동향과 전망 등을 일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은 100이다. 기준보다 높으면 긍정적 요소가, 낮으면 부정적 요소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매출과도 비례하는 상관성을 지닌다.

절대적 지표는 아니지만 미국과 일본, 영국 등 50여개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우리나라도 정부와 각 기업에서 경기전망을 들여다보는데 쓰고 있다. 어느 정도 공신력이 담보된 지표라 할 수 있다.

재래시장 매출 BSI는 전북 지자체의 조례가 제정된 2012년 61.3으로 소폭 올랐다. 각종 경기 상황이 반영되긴 했지만 조례 시행 원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부여된다.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수치는 2013년에 54.5로 뚝 떨어진다. 통상 지표에 5p 이상 변화가 있을 경우, 문제 진단 필요성이 제기된다. 2014년에도 57.9에 그쳐 조례제정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를 종합해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지정을 골자로 한 전북 지자체의 조례는 사실상 전통시장 매출성장과 상관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다. 때문에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공포 배경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전통시장 상인들조차도 조례 시행으로 얻는 매출 효과가 없다고 답한다. 전주시내 한 전통시장 상인위원은 “대형마트 쉬면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인과관계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조례 시행 이전이나 이후나 매출에 차이가 없고 되레 더 안 좋아졌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사정이 이렇지만 조례를 시행 중인 지자체들은 정확한 통계도 내놓지 못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시에서 조례 이후, 전통시장 매출을 따로 분석한 적은 없지만 타 지자체에서 소상공인의 매출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자료가 나왔다”며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강제로 인한 효과가 재래시장이 아닌, 중대형 이상 규모 소매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발연 이강진 연구원은 “재래시장 상인들조차도 조례시행으로 인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은 그와 비슷한 중대형 규모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며 “단순히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보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다양한 영업지원 방안을 모색해봐야 할 때다”고 했다.

/정경재 기자 yellowhof@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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