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마지막 여행지로 퓌센을 선택했다. 퓌센은 지리적으로 로만티크 가도의 종점이지만 앞선 도시들을 능가하는 매력을 품고 있다. 퓌센에 도착하면 앞서 지나온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로텐부르크, 딩켈스뷜은 들러리였음을 알게 된다. 뷔르츠부르크에서 시작된 로만티크 가도는 퓌센에 이르러 방점을 찍는다. 퓌센은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갈 때 만나는 독일의 마지막 도시다. 바이에른 지방의 알프스와 숲, 호수가 어울려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들었다. 이곳에 위치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독일을 상징하는 최고의 관광 자원이다.

백조의 성으로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독일 관광청에서 발행하는 모든 관광 안내 책자와 팜플릿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어쩌면 퓌센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노이슈반슈타인에 있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듯한 성을 보면서 사람들은 환상에 젖는다. 퓌센은 자연 풍광과 함께 바이에른 왕국 마지막 왕의 비극적인 삶과 맞물려 호기심을 더한다. 루트비히 2세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건축에 모든 재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성에 머문 기간은 6개월이 채 안되며 그나마 주변 호수에서 익사채로 발견됐다. 왕국의 마지막 왕, 그의 죽음은 두고두고 이야기를 낳는다.

뮌헨에서 퓌센까지는 열차로 2시간 거리다. 뮌헨을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은 당일치기로 퓌센을 다녀온다. 그러나 짧게 다녀오기엔 퓌센의 매력은 남다르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방문이다. 2년 전에는 겨울, 그리고 이번에는 여름이다. 계절을 달리해 방문한 퓌센은 상반된 계절만큼이나 색다른 이미지로 각인 됐다. 뮌헨을 출발해 휴양 도시인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을 거쳐 퓌센에 도착했다. 뮌헨에서는 이상 고온으로 힘들었는데, 퓌센에 도착하자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반팔 차림으로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공기는 서늘했다.

첫 방문 당시는 퓌센 주변 외곽에 머물렀다. 눈 속에 파묻힌 마을은 정갈하고, 마을 어귀에 쌓인 흰눈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안온하게 빛났다. 이번에는 퓌센의 중심인 라이헨 거리에 숙소를 마련했다. 숙소 앞 보행자 전용도로는 노천 카페로 빼곡하다. 여름 오후를 보내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퓌센은 인구 1만 4,000여명의 작은 도시다. 마을을 돌아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도시는 작지만 휴양 도시답게 아기자기한 골목 사이로 오래된 건물이 늘어섰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작은 도시에는 매년 수 백만명이 찾는다.

빼어난 자연 경관과 노이반슈타인 성 때문이다. 퓌센은 국내 가전업체가 에어컨을 광고하면서 청정한 곳으로 소개했다. 알프스에 둘러싸인 퓌센은 맑은 공기와 호수, 청정한 숲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동화에서나 봄직한 작은 마을과 노이반슈타인 성은 매력을 더한다. 많은 이들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퓌센을 찾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비운의 왕자와 얽힌 이야기 때문이다. 퓌센은 고성(古城) 도시다. 노이슈반슈타인을 비롯해 린더호프, 헤렌제킴, 호엔슈방가우 등 4개의 성이 있다. 모두 루트비히 2세(1845~1886)와 관련 있다.

독일은 길을 따라 관광상품을 만들었다. 로만티크 가도를 비롯한 7개 가도가 그것이다. 가도는 독일 관광청이 권장하는 관광 루트다. 자동차 여행자들에게 적합하다. 로만티크 가도, 메르헨 가도, 고성 가도, 알펜 가도, 괴테 가도가 대표적이다. 북부 브레멘에서 시작해 프랑크푸르트 인근 하나우까지 메르헨 가도(600㎞)는 동화 작가로 이름난 그림 형제의 자취를 더듬는다. 그림 형제가 태어난 곳, 공부한 대학, 동화속 무대를 둘러보는 것이 관광 포인트다. ‘헨젤과 그레텔’, ‘브레멘 음악대’, ‘피리부는 사나이’ 등 동화 속 배경를 떠올리는 여행이다.

또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에 걸쳐 있는 알프스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알펜 가도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알펜 가도를 따라 완만한 목초지, 감청색 호수, 눈덮인 알프스 고봉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여름에는 등산,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는 이름난 리조트가 몰려 있다. 동계 올림픽을 치른 휴양 도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과 독일에서 가장 높은 추크스피체 산이 알펜 가도에 있다. 백조의 성으로 알려진 노이반슈타인성과 퓌센도 알펜 가도에 위치해 있다. 퓌센은 7개 가도 가운데 가장 낭만적이라는 로만티크 가도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퓌센은 남북으로는 로만티크 가도, 동서로는 알펜 가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북쪽 뷔르츠부르크에서 시작된 로만티크 가도는 퓌센까지 366㎞를 달린다. 알프스에 위치한 퓌센을 넘어가면 로마로 들어서는 길이라해서 로만틱 가도였다. 훗날 로만티크 가도의 빼어난 풍광에 어울리는 낭만적이라는 뜻이 가세하면서 로만티크 가도로도 불린다. 길을 따라 수많은 숲과 마을, 호수, 관광 명소가 펼쳐 있다.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관광 루트다. 그래서 봄과 여름, 가을이면 자동차와 캠핑카가 꼬리를 문다. 가도를 따라 자전거 길(460㎞)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