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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 수첩 인사와 전북 인재


기사 작성:  강현직 전북연구원 원장 - 2015.11.05 16:45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12년 12월 20일 당선 일성으로 밝힌 결의에 찬 말이다. 이전 정부에서 편파적이고 편향적인 인사를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다짐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채 안된 지금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을 보면 당선 일성은 빈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북은 ‘가뭄에 콩 나듯’도 아니고 거의 전무에 가깝다. 지난 장차관급 10명에 대한 개각에서도 역시나 였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후 첫 국무장관으로 힐러리 전 상원의원을 기용했다. 미국 민주당 경선 사상 가장 길고 치열했다는 경선에서 인격 모독적 험담까지 퍼부으며 피 말리는 승부를 펼쳤던 라이벌을 과감하게 중용한 파격이었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여정을 함께 했고 근로자의 대변인이자 제 딸들과 국민 여러분의 딸들에게 영감을 주는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칭찬해 탕평과 화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미국인들이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꼽는 링컨의 용인술은 더욱 빛난다. 1861년 공화당으론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남북전쟁 초기 북군이 패퇴를 거듭하자 전임 민주당 출신 대통령 때 검찰총장이었던 스탠턴을 三顧草廬하여 전쟁의 전권을 일임한다. 스탠턴과 링컨은 이전 거물 변호사와 농촌 출신 애송이 변호사로 법정에서 만났고 스탠턴은 링컨을 ‘켄터키 촌놈’이라고 멸시했음에도 링컨은 개인적 앙금 보다는 그의 리더십과 애국심을 높이 사 국방장관으로 기용한 것이다. 링컨은 또 대통령 후보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월리엄 시워드와 새먼 체이스를 초기 내각의 국무장관과 재무 장관으로 기용한다. 당파와 지역을 초월하여 함께 일 할 인재를 구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는 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세종 때 명제상으로 날렸던 황희는 사실 세자 양녕의 폐위를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판서였다. 태종은 황희의 반대가 너무 강하자 그의 관직을 박탈하고 한양에서 먼 남원으로 유배시켜 세종과의 단절을 꾀한다. 그러나 세종은 왕위에 오르자 황희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세자 책봉을 반대했던 그를 최측근 요직에 앉혔다. 황희는 18년간 영의정으로 왕을 보필하며 조선의 태평성세를 이끈다. 세종의 혜안과 황희의 충심이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이다.

인재를 널리 구하는 것은 대학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은 교수를 채용할 때 자기 대학출신 학자의 임용을 오히려 주저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가르친 제자가 교수로 오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육의 폭이 제한적이고 여러 여건으로 스승을 뛰어 넘기가 어렵다는 논리다. 다양성과 변화를 추구해야 할 대학에서 교수 조직이 동문들로 채워진다면 조직이 폐쇄적으로 될 우려가 높고 학문의 발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열린 조직’을 지향하고 학문적 성취를 위해서는 다른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은 학자들이 함께함으로써 학문의 질도 높이고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재를 양성할 때나 등용할 때 어떤 사고로, 어떤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국가의 오늘과 내일을 좌우할 수 있다. 편파성과 편협성을 떠나 조화와 융합의 가치를 존중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물론 코드 인사가 좋을 수도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색깔로 덧칠해진, 같은 철학으로 무장된 사람끼리 정책을 공유하고, 정책을 결정하고, 정책을 집행한다면 참으로 편하고 무슨 일이든 일사천리로 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코드 인사는 적패가 될 수 있고 미래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특정 지역을 소외시키며 국가발전 전략을 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자신 주변과 수첩에서 인재를 찾는 것 또한 폐쇄적인 처사이자 소통 없는 일방통행일 뿐이다. 갈수록 정도가 더해지는 지도자의 단견이 아쉽다. 세종과 링컨… 그런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국민들에겐 큰 행운이다.

새전북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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