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123석), 새누리당은 제2당(122석)이 됐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구도다. 전북 또한 국민의당(7석), 더불어민주당(2석), 새누리당(1석)으로 3분할하게 됐다. 수 십 년 만에 여당 국회의원이 나왔고,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은 지역 내 제1당이 됐다. 이번 선거는 몇 %포인트 이내에서 당락이 엇갈릴 만큼 접전이었다. 당선자 가운데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는 단연 화제다. 전주에서 32년, 전북에서 20년 만에 여당 깃발을 꽂은 주인공이다. 그는 야당 텃밭에서 3수 끝에 지역민들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 출마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지역장벽이란 철옹성을 향해 돈키호테가 되어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설움을 맛봤다. 공식 행사에서 배제되기 일쑤였고, 명함을 건네면 면전에서 찢기거나 집어던지는 수모를 겪었다. 시의원도 차례가 돌아오는 인사말에서 전직 장관 이력은 무시당했다. 설움도 이런 설움이 없다. 이방인으로서, 외계인으로, 그림자처럼 살아온 7년이라고 회고한다. 그는 할 말이 많았다. 1시간을 예정하고 만난 인터뷰는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인터뷰 내내 쇄도하는 축하 전화와 방송사 전화 인터뷰에 응대하느라 바빴다. 당선증을 받은 다음날 아침 7시, 콩나물 국밥집에서 만나 두 시간을 넘도록 풀어낸 이야기를 담았다. 견고한 지역주의에 맞선 돈키호테 정 당선자의 행보가 기대된다.



- 야당 텃밭에서 7년 만에 어렵게 승리했다. 실감 나시는지.

“선거 막판 김무성 대표의 ‘배알’ 발언이 터져 아찔했다. 도민들 자존심을 건들인 것이다. 4년 전 생각이 스쳤다. 당시도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뒤집어졌다. 또 시련을 주는 게 아닌가 불안했다. 사실 김 대표 발언은 전체 맥락에서 보면 큰 문제는 아니다. ‘배알’을 ‘자존심’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증폭됐다. 정치인에게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개표 다음날 유세 차량을 타고 감사 인사를 다녔다. 만나는 분들마다 따뜻하게 격려해줬다. 시민들 스스로 해방감을 맛보고 있음을 느꼈다. 지역감정이란 울타리를 넘어선 뿌듯함,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공유하는 듯 했다.”



- 언제부터 승리를 예감하셨나.

“이번에는 되겠구나 하는 좋은 느낌을 갖고 출발했다. 오랫동안 유권자들과 충분히 소통해 왔기에 밑바닥은 자신했다. 외부 환경도 유리하게 전개됐다. 현직 국회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고, 국민의당 김호서 후보 탈락 등 경쟁자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구도, 바람 모든 면에서 해볼만하다고 느꼈다. 다만 배알 발언으로 잠시 아찔했다.(웃음)”



- 선거기간 중 어떤 말을 가장 많이 들었나?

“‘이제는 바꿔야한다’는 말이다. 올 때까지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꿔야 된다는 말에는 낙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민주당에 대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도민들은 주체적으로 살기보다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다. 열패감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당신이 끌어달라는 주문을 들었다. 그런 마음을 읽은 뒤 더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상처입은 그 분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야당 텃밭에서 여당 당선은 어떤 의미인가.

“전주에서 여당 당선은 1984년 민주정의당 임방현 이후 32년 만이다. 전주는 500년 조선왕조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있는 ‘온고을’이다. 순종만 사는 곳이다.(웃음) 이번 선거는 전주와 전북이라는 폐쇄적인 울타리를 벗어난 해방이다. 민주당 일당 독주에서 벗어나 실종된 정당정치를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동안 전북은 민주주의라는 외피만 입었지만 내용은 일당 독점이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선거 혁명이다. 지역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 시민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실행에 옮겼다. 그런 바탕위에 새로운 문을 열었다.”



- 가장 결정적인 승리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2만5000여명과 셀카 찍었다. 그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사진을 보내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숨은 표가 여기에 있다. 4년 전에는 숨은 표가 기표소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날아갔지만 이번에는 내게로 왔다. 앞으로 생활정치와 민생정치 바탕으로 삼겠다. 두 번째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해 기간 조직을 ‘민생 119’를 통해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 119개 아파트 단지를 돌며 간담회를 갖고 559건의 민원을 수렴해 공약화 했다. 우연하게 표 차이도 119표였다.(웃음) 재검표 결과 111표로 확정됐지만 이런 것들이 어울려 승리했다.”



- 2010년 이후 세 번 도전 끝에 당선됐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첫 째는 19대 총선이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12% 이기고도 11% 뒤져 낙선했다. 당선 소감문까지 작성했는데, 내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것 아닌가하고 절망했다. 그때 떠날 생각을 했다. 마침 대학교 총장 제안도 있었다. 그때 떠났다면 고향에 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웃음) 대학을 3수했다. 가족들과 논의 끝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하기로 승낙 받았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농식품 전문가가 됐듯이 지역장벽 깨는 일도 10년은 필요하다고 아내를 설득했다. 두 번째는 6.4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두 명을 공천하고 올인했는데 꼴찌했다. 그때도 깊은 회의와 함께 지역장벽이란 철옹성을 실감했다.”



- 지역장벽 철폐에 매달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람들마다 돈, 문화예술 등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나는 역사를 먹고사는 사람이다. 나라가 망했을 때 가장 절실한 가치는 나라를 되찾는 일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자문한 결과 백해무익한 지역주의 철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촌 김성수는 롤 모델이다. 그분은 최첨단을 가든지 아니면 가장 낙후된 곳으로 가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해남 땅으로 내려간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수입개방으로 키위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불굴의 정신으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만났다. 두 사람은 내게 지역주의 철폐라는 소명 의식을 갖게 했다.”



-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지역장벽을 깰 생각인가.

“당선 자체로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바꿔놓았다. 심지어 새누리당 당원들 사이에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가 있다. 등원하면 제도적으로 지역장벽을 극복하는 일을 하겠다. 지역장벽에서 빚어진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불균형과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 특히 인사와 예산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겠다. 차별 금지법 같은 법안 발의도 계획하고 있다.”



- 어느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할 계획인가.

“전공으로 보자면 농림수산식품이다. 또 지역 발전을 위해 국토건설위와 안정행정위도 고려 대상이다. 그러나 크게 관심 두지 않는다. 전북 185만 명을 대표하는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모든 부처와 소통하는 역할을 계획하고 있다. 여당에 새만금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상임위별 의원들을 1명씩 포진시켜 모든 상임위와 연결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특정 상임위에 매달리기보다 모든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전북 전체를 보고 의정활동을 하겠다.”



- 김무성 대표가 꽃가마뿐만 아니라 최고위원도 시켜주겠다고 했다.

“누가 시켜주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중앙당이나 청와대도 전북에 뭔가 기대하고 발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가 요구할 수도 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 당연히 뒤따를 것이다. 지금까지는 읍소했다면 이제는 당연히 해줘야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 더민주, 국민당과 공조할 생각은 있나?

“송하진 도지사를 더민주당 도지사로 생각한 적이 없다. 나도 도민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도지사이기에 전북 발전을 위해 적극 돕겠다는 생각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익산왕궁축사환경 개선,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새만금 특별법 개정, 새만금 개발청 설치 등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도왔다. 앞으로도 지역발전 위한 일이라면 당을 초월하겠다."



- 원외에 있으면서도 굵직한 현안을 해결한 경험이 있지 않나.

“왕궁 한센인촌에 두 번 다녀왔다. 분노를 느꼈다. 국가가 필요에 의해 한센인 정착촌을 만들었으면 해결 방안도 내놓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전북에 전가한 채 방치해 왔다. 새만금종합개발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를 설득해 일머리를 잡았다. 기금운용본부 전북 유치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했다.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공약을 했지만 나는 법안으로 만들자고 한 발 더 나아갔다. 또 새누리당 지역화합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남경필 의원과 공동 위원장을 맡아 새만금 특별법 개정과 새만금 개발청을 설립했다. 관련 법안을 22일만에 처리한 ‘22일만의 기적’은 헌정 사상 유례없다.”



- 선거 기간 중 공약을 훔쳐갔다는 이유로 선관위에 고발되기도 했다.

“더민주 시도의원들은 용머리 육교 철거를 자신들이 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다. 또 공약을 베꼈다며 기자회견에서 비난했다. 치졸하다. ‘민생 119’를 통해 수렴한 민원을 해결하고 공약화했는데 자신들만의 전유물로 착각했다. 머릿속에 아예 새누리당은 없기 때문에 빚어진 촌극이다. 왜 우리 구역에 들어오느냐는 극단적인 배척이다. 자신들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고착화된 결과다. 그렇게 지난 7년 동안 이상한 사람, 외계인 취급 받았다. 그림자처럼 7년을 살았다.(웃음)”



- 꼬끼오, 함거, 쌍발통 등 튀는 행동으로 화제가 됐다.

“또라이, 쇼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철옹성 같은 장벽을 허물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내 의중을 10%라도 공감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면 만족한다. 낮은 자세로 마음을 움직이되, 이벤트를 통해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을 병행했다. ‘꼬끼오’도 ‘함거’도 역사 의식이 담겨 있다. 닭이 지닌 5덕 가운데 새벽을 깨우는 것은 신(信)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새벽을 알리는 신뢰를 상징한다. 또 어둠을 여는 의미도 있다. 전북의 어둠을 뚫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한 끝에 선택한 게 꼬끼오다. 또 모함을 받아 한양으로 압송되는 이순신 장군의 함거에서 비록 낙선 했지만 LH공사 전북 유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잘못을 속죄하고 싶었다. 일주일동안 함거를 탄 뒤 입원했다. 이번에도 책임지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에서 함거를 싣고 다녔다. 지지해주신 전주시민과 도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핏빛 동백으로 이름난 선운사에서 멀지 않은 고창군 부안면 출생이다. 선친은 58세되던 해 늦둥이를 봤다. 태어난 방에선 김성수 부통령이 앞서 태어났다. 공교롭게도 그날 김 부통령은 세상을 떠났다. 기이한 인연이다. 그를 멘토로 삼고, 또 그가 설립한 고려대학을 3수 끝에 진학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어린 시절은 비교적 부유했다. 고1때 선친이 돌아가시면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가세가 기울었다. 입주 과외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뒤 외진 해남으로 갔다. 5년 5개월을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며 농민들과 하나가 됐다. 그곳에서 25년간 키위농사를 지었다. 정부에서 부적합 작목으로 지정해 폐기하도록 한 키위를 보란 듯이 살려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키위아저씨로 실렸다. 사업 초기 지인들로부터 1억 원을 빌려 쫄딱 망했다. 3년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은 일화는 인상적이다. 2008년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취임, ‘현장 농정’을 전개했다. 광물로 분류됐던 소금을 식품으로 전환하고, 식품산업과 연계한 6차 산업을 국가정책으로 완성시켰다. 촛불정국 와중에 사퇴했다. 퇴임 후 한식재단 이사장을 맡아 한식 세계화와 이순신 리더십을 전파하는 일에 주력했다.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 18%, 2012년 국회의원 선거 36%라는 역대 최고 지지를 받았다. 경북 선산 출신 아내(최경선)는 교직을 사직한 뒤 전주사람이 됐다. 2010년 출마를 고사하는 그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취임 이후 전북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당신은 고향이 전북이다. 내려가 전북을 살려라”는 말로 설득했다고 한다.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쌍발통 정치’와 ‘꼬끼오’를 외치며 화제를 불렀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새누리당 도당위원장, 지역화합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자신의 인생을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바보 같은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한다.

* 이것만은 지키겠습니다

전북혁신도시, 전주 탄소벨리, 국가식품클러스터, 새만금에 대기업을 유치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전북의 중견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자생력을 갖춰 내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습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성공적 안착을 통해 전주를 금융 허브타운으로 만들겠습니다. 새만금을 글로벌 경제특구로 개발해 중국으로 진출하는 서진(西進)정책의 교두보로 삼고, 세계적 자본을 유치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습니다. 전주완주통합 추진에 나서겠습니다. 또 전북혁신도시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교육도시 전주’의 명성을 되찾겠습니다. 모악산과 삼천을 잇는 생태환경도시를 만들겠습니다. 효자동 경노종합복지타운, 서신동 복합 스포츠센터, 효천지구 교량 설치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습니다. 끝으로 새누리당 민생119 전북본부에 접수된 700여건의 민원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전주사무실에 ‘민원해결지원단’을 설치해 중앙정부-전북도청-전주시청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지역 민원을 원만하게 해결하겠습니다. 현장 정치를 통해 수렴한 민원을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