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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순수함 새록새록…태국 멜로영화

이연희 수필가가 리뷰한 무주산골영화제 '선생님 일기’

기사 작성:  이연희 수필가 - 2016.06.06 18:01


청정자연 무주에서 펼쳐지는 영화 소풍! 소풍가듯 설렘을 안고 만난 무주산골영화제.

산, 들, 바람, 구름, 해와 달이 같이 어울려 노는 축제라는 말에 솔깃해 주말 오후 나는 무주로 떠났다. 어느 덧 4회를 맞이한 산골영화제는 ‘설렘, 울림, 어울림’이라는 슬로건 아래 6월 2일에 시작하여 닷새 동안 27개국 82편의 영화들을 선보인다고 한다. 읍 소재지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다양한 빛깔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형편에 맞추자니 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선생님 일기’라는 영화와 조우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태국의 멜로영화로 니티왓 다라톤 감독 작이다. 팔에 별 문신 몇 개를 했다는 이유로 교장선생님과 갈등을 겪던 여교사는, 자기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태국의 오지 섬마을 수상학교로 발령을 자처한다. 젊고 당돌한 여교사 ‘앤’은 그곳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책임 있는 교사로 성장한다.

그리고 1년 뒤 ‘앤’이 떠난 자리에 레슬링선수였던 ‘송’이 온다. 그는 휴대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는 곳에서 외롭게 지내다 ‘앤’이 남기고 간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일기장에서 그녀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그녀의 수업방식, 생활방식을 모방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앤’은 ‘송’의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1년 후, ‘송’이 떠난 자리에 다시 ‘앤’이 돌아온다. ‘앤’은 자신의 일기장에 쓰인 ‘송’의 마음을 읽는다. 결국 둘은 수상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진실을 알게 된다.

한 공간, 다른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두 캐릭터가 교차하는 이야기와 몇 명 안 되는 맑고 순수한 학생들과의 소통은 우리를 유쾌하게 한다. 한 번도 기차를 타보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보트와 수상학교를 연결해 기차처럼 물위를 달리게 하는 ‘송’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이름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아이들과 ‘앤’의 재치와 익살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간간히 웃음소리가 더 들려왔다. 기대이상의 만족도 때문인지 긴 앤딩크레딧도 지루하지 않았다. 외려 배경음악에 맞춰 어깨를 흔들었다.

영화 속 아이들의 밝고 천진난만한 얼굴 위로 종종 우리의 교육현실이 오버랩 되어 마음이 무겁긴 했으나, 훌륭한 선생뿐 아니라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선생님 일기’를 보며 재확인 한 셈이다. 이 영화의 맑은 기운이 나를 정화시켜주고 어릴 적 순수를 회억하게 한다. 맥없이 두근거리게 한다. 이게 바로 힐링인가? 내 마음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반짝거린다. ‘멀리 있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게 생각보다 행복하다’는 그 남자의 독백에 지금 나는 괜스레 설레는 중이다.

새전북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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