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인의 경제 활동 참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 기능을 가진 노인 인력일지라도 자원봉사 및 취업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소득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노인 빈곤 문제 해결뿐 아니라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시니어 클럽 운영 사업은 노인 개개인의 사회적 소외와 빈곤화 방지라는 측면 외에도 국가의 물질적·정신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전주지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클럽을 들여다 본다.<편집자 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시니어클럽 의의
2013년 기준으로 도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7.5%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전남(21.4%)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시군별로는 전주·군산은 고령화사회, 익산·완주는 고령사회에 해당되나 그밖에 시군은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전북지역 고령화 속도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고령사회 다음 단계인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일부가 65세 이상이 되는 2020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21.2%, 2025년에는 25.4%, 2030년 29.9%, 2040년에는 38.4%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은 개인의 빈곤이나 질병, 고독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뿐 아니라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적 자원활용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전주지역 시니어클럽 활동
전주에서는 전주시니어클럽(관장 김효춘), 전주서원시니어클럽(관장 김영애), 전주효자시니어클럽(관장 최재훈) 등 모두 3개의 시니어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3개 클럽은 공통적으로 공익활동사업과 시장형 사업(소규모 창업), 인력파견사업,(취업 알선) 등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 클럽의 사업은 크게 공공 분야와 민간 분야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민간 분야에는 인력 파견형과 시장형이 있다. 인력 파견형은 시험 감독관이나 가사 도우미 파견 등과 같은 일회성 파견 사업과 주유원, 경비원 파견 등과 같은 지속성 파견 사업으로 운영된다. 시장형은 공동 작업장, 영농 등의 일자리 지속형과 매장 운영, 공산품 제작 판매 등의 수익 창출형이 있다. 특히 시장형은 노인 개개인의 적성과 전문성에 맞춘 일자리를 창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예산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음은 이들 클럽의 시장형 사업 내용이다.
△3개 시니어클럽의 시장형 사업
▲전주시니어클럽
- 국시랑꼬꼬랑사업은 무항생제 닭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와 천연재료로 맛을 낸 국수 등을 판매하는 여성노인 적합형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에는 4,500만원의 수익을 창출, 참여 노인들에게 월평균 35만원정도가 지급됐다. 주 2~3회 파트타임 근무와 익숙한 업무 등으로 참여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안전택배사업은 올해 신규 사업으로 CJ대한통운택배 회사와 연계, 파트타임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참여자 보수는 월평균 40만원정도로 남성노인 적합형 사업이다. 배달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 체계로 만족도가 높은 사업 중의 하나다.
-청소사업은 지역 내 학교 및 건물청소 등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지난해 5,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참여자 보수는 월평균 35만원정도였다.
▲전주서원시니어클럽
-카페65 사업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카페를 운영하는 모임이다. 일정기간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노인들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판매한다. 다양한 커피는 물론 빙수와 쌍화탕 등 계절메뉴도 팔고 있다. 지난해 2,4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참여자 5명은 매월 40만원 이상의 안정적 급여를 받고 있다.
- 어머니손맛사업은 음식판매점으로, 여성 노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사업단은 천연재료로 육수를 직접 끓여내 상차림을 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4,300만원의 매출을 기록, 5명의 참여자들이 월 평균 40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은빛웰빙사업은 전주서원시니어클럽이 문을 연 2005년도부터 시작된 것으로 수작업을 통해 김부각과 꽃잎떡, 전통식품 ,폐백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업초기 노점이나 행사장 위주 판매방식에서 현재는 쇼핑몰과 농협하나로 마트 입점 판매로 진화했다. 20여명의 노인들이 참여해 지난해 6,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주효자시니어클럽
-6070택배사업단은 60~70세 신체 건강한 노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다. 아파트 물건을 배달하는 형식으로 2015년 기준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참여자 16명에게 매월 5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급여가 지급됐다. 택배사업단은 전주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삼천동 인근에 컨테이너 거점지를 마련해 CJ대한통운 및 한진택배와 연계해 하루 평균 400여건의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장터누리사업단은 노인일자리생산품 제조(김,뻥튀기) 및 유통·판매로 운영된다. 사업초기 노점형식의 판매방식에서 현재는 남부시장안에 매장을 얻어 판매활동을 하고 있다.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판매중인 한옥비빔밥구이와 비빔밥쌈은 전주의 토속적인 맛이 살아 있는 비빔밥을 토대로 개발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투자비용과 보금자리가 없는 게 가장 큰 애로
식당이나 카페 등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 참여 노인들에게 급여가 제공되려면 수익이 발생돼야 한다. 이 같은 수익 발생은 사업 홍보와 판매 활성화 등을 통해 최소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처음에는 클럽에서 사업구상과 홍보 판매 등을 지원하긴 하지만 가게 임대료 등 초기 투자비용은 노인들이 직접 마련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열심히 일한 댓가로 사업이 잘될 경우 '임대료를 올려달라, 그렇지 않으면 가게를 비우라'고 강요하는 건물주의 압박도 애로 사항 중의 하나다. 3개 클럽의 힘든 점은 사무실 문제다. 현재 전주시 노인사회활동지원 및 일자리 수행기관은 양 구청을 제외한 총 14개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수행기관들은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등에서의 행정 지원으로 사무실이 안정적인 장소에 정착돼 있다. 그러나 전주에 있는 시니어클럽은 문을 연지 최소 7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사무실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건물주들이 무리하게 보증금이나 임대료 상승을 요구하거나 계약이 만료될 때는 이전에 이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을 희망하는 지역사회 노인들이 사무실을 찾아 오는 데 불편한 것은 물론 불안 요소가 되고 있어 사무실 정착이 시급한 과제다.
바리스타 최유순씨.
전주상공회의소 인근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최유순(64)씨는 노인일자리를 참여하기 전까지는 직장생활 경험이 없었다.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나니 '이제 무엇을 하며 노년을 보낼까'하는 공허함마저 느끼던 최 씨에게 소정의 교육만 받으면 일을 할 수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반갑기만 했다. 처음 카페라는 일자리를 소개 받았을 때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바리스타 교육을 일주일간 받은 뒤 현장에 투입, 직접 내린 커피를 손님이 맛있게 마시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단다.
노인일자리 참여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최 씨는 받은 급여로 손자와 손녀들에게 간식을 사주고 용돈을 줄 수 있어 기쁨이 두배란다. 특히 손주들이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 할머니 멋쟁이~'라고 외칠 때는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최 씨는 “이 나이에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직접 향기로운 커피를 내려 판매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고 다시 젊어진 느낌이다"며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는 데 노인일자리사업은 다양한 일자리를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니 그 가치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김영무 기자
택배사업단 송환근씨
“팔십이 넘은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죠. 물건하나하나 고객에게 전달하고 하루일과를 마치면 정말 기쁘고 뿌듯합니다”
전주효자시니어클럽 6070택배사업단 반장을 맡고 있는 송환근(80)씨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환한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질 않는다. 전주 삼천동 작은 컨테이너는 송 씨를 비롯 평균연령 75세의 노인들로 구성된 노인일자리사업단의 보금자리로 효자시니어클럽이 택배사와 협약을 통해 해당아파트에 물건을 배송하는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2시까지 3시간 동안 평균 20~30개정도 물건을 배송하고 받는 급여는 평균 50만원이지만 송 씨는 매우 만족스럽단다.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택배 일을 하면서 힘든점이나 애로사항이 뭐냐는 질문에 송 씨는 “어떤 일이든 무슨 일이든 쉬운일은 없다. 주변에 아파 누워있는 친구나 동료도 많은 데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하다"며 미소로 답했다.
비오는 날이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고, 더운날 무겁거나 부피가 큰 물건이 오면 매우 힘들긴 하지만 고객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고맙습니다. 고생 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송 씨의 얼굴에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전주서원시니어클럽 김영애 관장
"일을 통한 노인문화형성은 노인 관련 문제 해결은 물론 우리 사회의 올바른 지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김영애 관장은 "노인세대는 '시니어'라는 호칭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이슈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젊게 늙고 싶어하는 심리를 반영한 '샹그릴라 신드롬'이란 신조어가 등장했고,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란 개념도 자리 잡고 있다. 그 정점에 노인일자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을 통해 보람과 건강을 챙기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찾아가는 노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사회가 활력을 얻고 있다는 김 관장은 "일을 통한 바람직한 노인문화의 형성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노인의 우울증 및 자살사건 등 일련의 노인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올바른 지표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 관장은 "지역사회 내 보다 많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통해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이 이루어 질 때 노인일자리사업은 비로소 성공한다"며 "밝고 희망찬 지역사회건설과 노인일자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 사회와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김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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