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취업 비자로 입국한 톤티다(여·22)씨는 지난달 20일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토마토 농장에서 일을 하던 중이었다. 간 손상, 비장 손상, 골반 골절, 늑골 골절, 복막 타박상으로 7주가량 입원해야 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녀를 만난 지난달 29일까지도 앉지 못해 누워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의료 서비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노동자 현실을 알리고 싶어 했다. 자신의 과실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농장주 부부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기도 했다.

톤티다씨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시험을 비롯해 여러 조건을 갖춰 취업 비자를 취득했다.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사고가 나자 막막한 상황은 불법체류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에 조건부 가입을 지원한 예수병원과 인심 좋은 고용주를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 예수병원은 그녀의 딱한 사정을 알고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강보험 가입을 지원했다. 추후 나머지 병원비에 대해서도 차감해 줄 방침이다. 농장주 부부는 톤티다씨를 위해 그녀와 함께 농장에서 일했던 캄보디아 출신 동료를 간병인으로 지원했다. 농장에서 일하지 않지만 보수는 똑같이 지급하기로 했다. 병원도 자주 찾아 그녀의 건강 상태를 지켜본다.

운이 좋은 상황이지만 병원비는 여전히 부담이다. 상처보다 병원비가 더 무섭다는 톤티다씨를 만나봤다.



△ 희망은 있다

“빨리 나아서 돈 벌고 싶어요.”

톤티다씨는 병상에 누워있는 지금 가장 바라는 점을 이같이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 지난해 7월9일 캄보디아에서 한국을 찾았다. 비자 취득을 위해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어려서부터 쌀농사를 지어서 일손이 부족한 한국 농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국 뒤 완주에 자리를 잡았다. 계절에 따라 미나리와 토마토 같은 농장에서 일했다. 힘들었지만 고국에 있는 7명(조모, 부모, 5남매)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낼 수 있어 뿌듯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생활은 고단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입국했지만 동남아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지 않았다. 매운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작은 체구의 여성이 감당하기에 농사일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더구나 사고까지 겹쳤다. 운이 좋아 여러 지원을 받는다지만 수입 없이 지출만 있는 상황이다.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하지만 그녀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병문안을 오고 싶어 하지만 여러 문제로 오지 못한다는 가족들에게는 “몸이 점점 완쾌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이 보고 싶지만 치료 잘 받고 돈을 벌어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독학했다는 말에 칭찬을 하니 가장 큰 웃음을 지었다. 똑똑하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은 여대생 모습이었다. 서툰 한국어에 잘 알아듣지 못하니 연신 “자신 때문에 머리가 아프냐”고 묻기도 했다.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네기 바빴다. 예수병원과 농장주, 간병인 언니, 자주 찾아오는 동료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강종대 예수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톤티다는 항상 밝아 보기 좋다. 조금만 도와주면 자립할 수 있는 친구다. 빨리 쾌차해 한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한다는 갈비탕을 맛있게 먹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