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나운규' 없는 '나운규, 아리랑'

■'나운규, 아리랑' 프레스 리허설

기사 작성: 김혜지 기자 - 2016.09.04 15:54

▲ 창극 `나운규, 아리랑'은 10월 16일까지 부산, 대구, 대전에서 공연한다.

“난 누구/오래된 질문/ 육남매 셋째로 태어나/세상을 떠돌다 스물두 살에 극단에 들어 연기를 배우고/스물세 살에 영화를 시작 단역을 하다/스물다섯에 아리랑 창극을 시작한 이래”

야심차게 준비한 만큼 이목끌기에는 충분했지만 정작 '나운규'와 '아리랑'에 대한 여운은 충분치 못했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이 지난 1일 예원당에서 ‘창극 소재 공모전’을 통해 2년간 준비한 ‘나운규, 아리랑’프레스 리허설을 가졌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도플갱어 나운규와 과거 영화 ‘아리랑’의 최영진 역을 맡은 나운규. 이중 구조로 된 이번 작품은 나운규가 분장실에서 독창을 하며 시작된다. 무대에 설치된 대형 시계 바늘이 거꾸로 움직이며 과거로 돌아가자 1926년대 나운규가 만든 창극단의 무대가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은 대형 시계, 프로젝션 맵핑 기법, 반투명 거울, 배경막에 띄워진 영상 때문에 각 장의 흐름을 원활히 이끌어 갈 수 있었다. 대형 시계와 초침소리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정확한 시점을 제때 잘 느낄 수 있었던 점에서 이중구성은 성공적이었다. 아내와 딸 신자가 환상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반투명 거울을 통해 표현한 것 또한 관객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3장 마을잔치가 벌어지는 장면은 흥겨운 풍물놀이가 등장, 과거 마당에서 펼쳐지는 잔치를 연상케 해 어두웠던 흐름을 밝은 분위기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배우들의 신명나는 춤과 여러 국악기의 장단은 관객의 흥을 돋우는 볼거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극본을 무대로 풀어내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스토리적 흐름이 매끄럽지 못해 관객들이 단번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분장실에서 펼쳐진 아내 학대 장면, 과거 연인 보화와의 관계, 그의 작품 ‘벙어리 삼룡이’ 회상 등은 사전에 ‘나운규’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개로 보여졌다.

다른 한 쪽에서 펼쳐진 창극무대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아리랑’ 원작 스토리가 그대로 재연되었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나운규와 과거 영화 ‘아리랑’ 속 최영진역의 나운규로 전환되는 연결고리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또한 장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6가지의 아리랑이 특별히 장면을 대표하거나 상황에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이었다. 작창과 기존 판소리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는지는 적절히 와 닿지 않았다는 평가다.

결국 ‘나운규’와 ‘아리랑’이라는 주 소재를 작품 속에서 절절하게 느낄 여유가 없었다는 것. 인간 나운규의 일대기를 느끼기에는 이중 구성이 오히려 역효과는 아니었는지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무대 구성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지만 무대에 펼쳐지는 작품 스토리는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박성호 원장은 “영화 아리랑을 창극으로 만든 것이 최초인 만큼 점차적으로 보완해 갈 예정이다”며 “새로운 무대구성과 독특한 구성인 만큼 여러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서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대표 작품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작품은 오는 10월 16일까지 부산, 대구, 대전에서 공연한다. /김혜지 기자 khj322@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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