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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자, 세남자로 그려낸 '일상춘몽’
[주말엔-MOVIE] ■춘몽
2016년 10월 20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꿈은 영화를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키워드중 하나다. 사람들에게 신기한 광경이나 볼거리를 제공해왔던 영화의 역할을 생각하면 꿈은 영화가 닮고 연구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꿈과 함께 떠올리는 영화는 2010년에 개봉한 <인셉션>일 것이다. 다만 <인셉션>은 꿈을 기계적이고 논리적인 규칙으로 묘사한 한 탓에 꿈의 환상을 느끼고 싶거나 규정될 수 없는 속성들을 영화에서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겐 건조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후자의 방식은 오히려 많은 독립예술영화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한국영화들 중에서는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 그리고 다수의 홍상수 영화들이 그러하다. 이번 주 개봉작인 <춘몽>역시 앞선 영화들과 함께 나란히 분류될 작품이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면서 작은 술집 ‘고향주막’을 운영하고 있는 예리(한예리)에게는 친하게 지내는 세 남자가 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농담 따먹는 한물간 건달 익준(양익준), 쫓겨난 공장에서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날마다 공장 앞에서 인사를 하는 방법으로 소심한 1인 시위를 하는 정범(박정범), 금수저이지만 어리버리하며 종종 간질발작을 일으키기도 하는 종빈(윤종빈)은 예리를 무척 좋아하고 아낀다. 서로를 아끼는 네 남녀는 때때로 동네를 산책하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을 보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춘몽>은 익히 알려진 ‘일장춘몽’, ‘호접몽’과 같은 표현이 갖고 있는 어감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꿈을 묘사하는 작품답게 <춘몽>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 구조를 갖기 보다는 에피소드, 대화들을 긴밀한 인과관계를 부여하지 않은 채로 전개한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라고는 정범이 받아야할 밀린 월급정도에 불과할 뿐이며 그 외에 모든 것은 이미 등장한 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하거나 그들이 마주하는 일상이다. 영화에 흥미와 탄력을 부여하는 것은 역시 예리를 중심으로 하는 네 남녀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이다.

< 춘몽>의 세 남자는 감독을 겸하고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한 캐릭터이며 자신의 연출작(<똥파리>,<용서받지 못한 자>,<무산일기>)에서 출연했던 주요 캐릭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다. 인물관계의 중심에 있는 예리는 세 남자들의 능청이나 칭얼거림, 익살들을 내치지 않으면서 친절하게 받아주는 여자다.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한 한예리는 때때로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는 모습부터 철딱서니 없이 구는 남자들을 어르고 달래는 연기를 통해 <춘몽>에 산뜻함을 첨가한다.

< 춘몽>을 연출한 장률 감독은 재중동포 소설가이며 문학교수였으나 영화감독이었던 친구에게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영화감독이 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같은 문학인 출신의 감독인 이창동이 이야기가 탄탄한 드라마를 만드는데 주력했다면 장률 감독은 매체로서의 영화를 고민하는데 상대적으로 주안점을 둔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비교적 늦은 시작임에도 장률은 감독은 데뷔 단편 <11세>가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망종>(2005)의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 <경계>(2007)의 베를린 영화제 초청 등 3대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국제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는 감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 춘몽>은 장률 감독이 한국에 정착한 후에 만든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두만강>(2009)을 포함한 이전 작품들은 중국이나 연변 등을 중심으로 조선족, 탈북자등이 겪는 냉정한 현실들을 다뤘다. 반면 <경주>(2014)와 <춘몽>은 가벼운 유머와 남녀의 로맨스가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실험영화 성격이 강했던 <필름시대사랑>(2015)을 포함해 <경주>와 <춘몽>은 디아스포라들의 현실을 다루는 감독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구축해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두만강>이전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기존 관객들에게 <춘몽>은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무거웠던 분위기의 장률 감독 영화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흑백의 정취 속에서 네 남녀들의 사랑스런 일상(日常)춘몽을 선사하는 영화 <춘몽>은 10월 20일(목)에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춘몽> (2016)
감독 : 장률 ∥ 주연: 한예리,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 101분 ∥ 드라마 ∥ 15세 관람가

■ 개봉일시 : 10월 20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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