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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MOVIE] 2D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할머니들의 드라마틱한 인생극
■벨빌의 세쌍둥이
2016년 11월 24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나 보던 거라는 말은 점점 과거의 유물이 되어간다. 픽사와 디즈니, 드림웍스 등 굴지의 제작사들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며 매년 상상을 초월하는 흥행 수입을 거둬들인다. 비단 흥행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들이 결코 할 수 없는 표현영역을 구축하며 연출진들의 기획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손수 그린 작화로 구성한 애니메이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표현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벨빌의 세쌍둥이>는 21세기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03년,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외딴 시골에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는 손자의 관심사를 찾다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유일한 행복인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손자는 어른이 되어서 싸이클 선수가 된다. 비오는 날에도 할머니와 손자는 열심히 훈련을 했고 마침내 권위 있는 싸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대회 도중 손자는 마피아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할머니는 납치차량을 발견하자마자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부랴부랴 추격에 나서게 된다. 머나먼 대양을 건너서까지 추격하게 된 할머니는 마피아의 근거지인 낯선 항구도시 ‘벨빌’에 도착한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대도시에서 노숙을 하던 도중 젊은 시절에는 배우였고 현재는 재즈그룹으로 활동하는 세쌍둥이 자매를 만나게 된다.

   



< 벨빌의 세쌍둥이>는 거의 무성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오프닝 크레딧부터 과거 흑백영화를 재현하며 시작하는 이 영화엔 대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할머니의 대사는 손자에게 TV속 프로그램 종영여부를 묻는 것이 유일하며, 손자 역시 영화 내내 딱 한 번의 대사만 등장한다. 말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라디오 방송과 노래도 의미전달이 아닌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에 충실 한다. 그럼에도 <벨빌의 세쌍둥이>는 영화를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수직으로 과장된 그림체를 토대로 그려가는 캐릭터의 모습이나 큼직한 행동묘사는 의미전달은 물론 독특한 유머들까지 유감없이 표출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7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인물의 성장부터 납치극 소동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담아낸 <벨빌의 세쌍둥이>는 표현력 못지않게 연출의 경제성까지 돋보인다.

이 영화에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나이든 할머니들이 주축이 되는 모험영화라는 점이다. 싸이클 선수를 키워낸 할머니는 다리 한쪽이 짧아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다녀야하며 벨빌에서 손자의 탈주를 도와줄 세쌍둥이는 바짝 야윈 몸으로 하루하루 끼니를 연명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영화 내내 노파들은 결코 좌절이나 회한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손자의 할머니는 누구보다 손자를 강인하게 트레이닝 시켰고 위기에 빠진 순간 거침없이 모험에 뛰어든다. 음험한 마피아들의 소굴로부터 나이든 할머니들이 젊은 사내들을 구출해내는 과정들은 본 시리즈의 속전속결식 액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복의 카타르시스를 뽑아내기 충분하다.


< 벨빌의 세쌍둥이>는 감독인 실뱅 쇼메가 1998년에 완성한 첫 단편 〈노부인과 비둘기들〉에서 보여준 그림체를 바탕으로 하여 5년간 작업한 결과물이다. 이미 <노부인과 비둘기들>에서부터 실뱅 쇼메는 대사를 절제하고 일상을 구성하는 음향들을 극대화시킨 상황들로 애니메이션을 구성했다. 실뱅 쇼메의 연출 스타일은 전적으로 프랑스의 희극인이자 영화감독인 자크 타티 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벨빌의 세쌍둥이>에서 세쌍둥이 노파가 집에서 보는 영화는 자크 타티가 우편배달부로 등장했던 <축제일(Jour de fete)>이었고 다음 작품으로 찍은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2010)는 자크 타티가 남겼던 각본을 모티브 삼아 완성한 헌정작이었다.

할머니를 향한 사랑과 진심을 2d애니메이션과 노파들의 독보적인 활극으로 표현한 <벨빌의 세쌍둥이>는 11월 12일(토)에 개봉되어 주말 상영 중이다.

* 11월27일(일)부터 12월5일(월)까지 내부공사 관계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휴관입니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벨빌의 세쌍둥이> (2003)
감독 : 실뱅 쇼메 ∥ 목소리 출연: 미쉘 코크투, 장-클로드 돈다 ∥ 75분 ∥ 애니메이션/어드벤쳐 ∥ 12세 관람가

■ 개봉일시 : 11월 12일 토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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